삶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이 한 그릇의 음식

2012. 3. 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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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조을영 기자]

삽겹살 사오셨죠? 오늘 요리는 시간이 좀 많이 걸려요. 적어도 서너시간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하는 음식이랍니다.

요리명은 차슈. 일본드라마 < 심야식당 > 에 나왔던 음식이지요. 거기서 이것저것 맛있는 메뉴가 많이 나오지만 특히 시선을 끄는 것 중 하나가 마지막 편에 나온 차슈(叉燒)가 아닐까 싶어요. 원래 중국 음식인데, 중국 것은 돼지고기 겉에다가 붉은 향신료를 바르고 바베큐처럼 굽는 요리지요.

하지만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라멘 위에다 올려먹는 차슈가 됐을 땐 돼지삽겹살을 간장에 조린 수육으로 변화했지요. 그러니 차슈라면이라 하면 라면 위에다 간장수육을 한 조각 얹어먹는 거라고나 할까요? 이런 차슈가 최근에 큰 관심을 받으며 피자의 토핑으로도 사용되고, 차슈덮밥, 차슈벤또라는 음식명으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 차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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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을영

▲ 차슈덮밥

ⓒ 조을영

차슈를 만들려면 우선 정육점에서 수육용 삼겹살을 통으로 잘라 와야 해요. 한 만원어치 정도면 2인 분 정도의 차슈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통으로 자른 삼겹살을 물에 담궈서 핏기가 빠질 동안 조림간장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돼지 잡내를 없애줄 생강, 마늘, 월계수잎을 준비하시면 돼요. 저는 향과 건강을 위해 대추와 계피, 정향도 넣어볼까 싶어요.

이렇게 준비한 재료들과 간장과 물을 붓고 뭉근한 불에서 한약 닳이듯이 조림간장을 만들어줍니다. 그 사이에 돼지고기를 실로 묶어서 모양을 고정시켜 주는데, 그 이유는 고기가 익는 동안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달궈진 팬에다 고기의 겉면이 갈색이 나도록 사방으로 돌려가며 구워줍니다.

▲ 차슈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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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을영

▲ 차슈 만드는 법1

생강, 통마늘 등의 향채료와 간장, 물을 넣어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 조을영

▲ 차슈 만드는 법2

1.통삽겹살을 실로 묶어서 모양을 고정한다. 2.달궈진 팬에 올려 사방으로 돌려가며 겉을 노릇하게 익힌다.

ⓒ 조을영

▲ 차슈 만드는 법3

구운 통삽겹살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흡수하고 조림간장에 넣어 조린다.

ⓒ 조을영

▲ 차슈 만드는 법 4

조린 고기를 꺼내 식힌 후 썬다. 고기 속에까지 양념이 배게 하려면 조림 양념의 기름을 한 번 걸러낸 후, 썰어놓은 고기를 살짝 더 조린다.

ⓒ 조을영

차슈는 주성치 주연의 영화 < 식신 > 에도 등장한 메뉴입니다. 주인공 주성치가 삶의 나락까지 떨어져 있을 때 여주인공이 그를 위해서 차슈덮밥을 만들어주며 희망을 건네는 장면이 있지요. 음식이란 것이 잃어버린 갈망도 건져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나 할까요?

사먹는 것보다는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도 이 음식은 꽤 힘겹네요. 장시간 불을 지키고 서 있어야 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소스 한 방울, 물 한 방울로도 맛이 미묘하게 변하는 순간을 찾아내기 위해서 바짝 긴장을 하고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럴수록 여자들이 하는 일이란 게 그 어떤 직업보다도 노동량이 강하고, 창의력이 발휘되어야만 하는 일이란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물론 간단히 그릴에다 올려놓고 소스를 바르는 방법도 있지만 수육처럼 촉촉하면서도 향이 고기 속에 쏙쏙 배어든 차슈를 먹으려면 이 방법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압력솥에다 쪄도 괜찮지만 그럴 경우 윤기가 별로 나지 않다라구요. 역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끈기 있게 해나가는 게 최선이란 걸 요리를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게다가 오늘 음식은 공을 들인 만큼 어느 누구에게 내놓아도 손색이 없답니다. 다들 사온 음식인 줄 알 만큼 향과 맛이 좋으니까요. 비계부위는 족발처럼 쫀득쫀득, 향은 너무 그윽하고, 고기는 부드럽고. 여러분도 맛있는 차슈 한번 만들어 보세요.

▲ 차슈벤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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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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