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티켓' 들고 사흘간 120가지 음식 맛봐

홍지연 2012. 2. 2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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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퓨전 2012' .. 음식문화로 마드리드를 해부하다

스페인 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린 1등 공신이라는 마드리드 퓨전이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지난달 24~26일, 사흘에 걸쳐 진행된 '마드리드 퓨전 2012' 행사를 week & 이 직접 찾아갔다. 세계 각국 유명 셰프들의 요리 시연부터 시내 곳곳에서 평소 가격의 절반 이하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음식들, 미술관·박물관에 숨겨진 음식 이야기 등 축제기간 동안 마드리드는 세계 미식가의 수도로 변신했다.

글·사진=홍지연 기자 < jhongjoongang.co.kr >

1 스페인에는 벌써 봄이 온 것일까. 딸기로 만든 화사한 디저트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2 한국 입양아로 한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훈 드장브르 셰프는 '김치와 발효 유제품'이란 주제로 요리를 선보였다. 벨기에의 대표식품인 홍합과 발효 유제품을 결합한 독창적인 요리로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3 첫 번째로 요리 시연에 나선 페르난도 페레스 알레라노 셰프의 메인 메뉴. 닭고기를 다져 만든 소시지에 코코넛 가루를 묻힌 다음 길쭉하게 썰어 냈다. 접시에 놓인 소시지가 붉은 꽃잎을 연상시킨다.

# 올해 5000여 명 참가 … 식재료·와인·식기도 관심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모여 벌이는 신나는 미식 축제, 마드리드 퓨전의 열 번째 파티를 즐겨 주세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마드리드 퓨전 호세 카를로스 카펠 회장의 개회사로 행사가 시작됐다. 전 세계 요리 전문가들이 벌이는 음식 콘퍼런스 겸 박람회인 마드리드 퓨전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대회의장에서 진행되는 셰프들의 요리 시연, 소규모 연회장에서 펼쳐지는 토론과 강연회, 그리고 120여 개의 부스에서는 참여 업체들의 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강단 위 오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프라이팬 위에는 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야채와 색색의 소스는 후각과 미각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해주었다.

4 와인 시음 행사장에서 모여 자유롭게 와인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올해 마드리드 퓨전의 주제는 자연주의 요리였다. 셰프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초청된 60여 명의 셰프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20~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요리를 직접 사람들 앞에서 시연하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요리의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는 셰프의 프레젠테이션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치 연구실 같은 주방에서 정확히 재료의 무게를 다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부드러운 음악과 애니메이션 효과를 이용해 감성적인 부분을 내세우는 프레젠테이션도 있었다.

 4층에는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의 홍보부스가 모여 있었다. 모두 120여 개 정도 되는 홍보관에는 전 세계에서 공수해온 식재료와 와인, 커피, 음식을 맛보고 식기 등 요리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맛있는 음식에 좋은 술이 빠질 수 없다. 100종류가 넘는 와인을 자유롭게 시음할 수 있는 행사장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5유로(약 7500원)부터 비싸게는 105유로(약 15만7000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레드·화이트·스파클링·로제 와인 등을 맛볼 수 있었다.

 사흘 동안 펼쳐지는 마드리드 퓨전을 구경하고자 하는 개인 참가자는 400유로(약 60만원)를 내야 한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요리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마드리드로 모여들었다. 올해는 모두 5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고 한다.

5 '산 미구엘 마켓' 과일상점에 진열된 오색 빛깔의 과일. 사시사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덕분인지 색깔이 선명하고 먹음직스럽다. # 개스트로 페스티벌, 박물관·시장서 '미식축제'

행사장 밖에서는 미식축제 '개스트로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었다. 1월 23일부터 2월 5일까지 박물관·미술관·재래시장·쇼핑센터 등 마드리드의 관광명소에서는 음식을 테마로 한 행사가 진행됐다. 먹는 것을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생각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었다.

 프라도,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함께 마드리드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은 13세기부터 현재까지 유럽 전역 거장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개스트로 페스티벌 기간에는 가이드가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의 상징을 설명해주는 무료 투어를 진행했다.

 "지배자의 식성에 따라 그림에 고기가 많이 등장하기도 하고 야채가 모조리 빠지기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굴은 정력에 좋은 식재료입니다. 성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죠."

 가이드는 그림에 등장한 음식을 설명하면서 음식과 문화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 미구엘 마켓'은 마드리드 옛 시가지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옛 시가지의 중심인 마요르 광장 바로 옆에 붙어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케이드처럼 꾸며진 산 미구엘 마켓에는 생선·스시· 타파스·하몽·제철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가 판매되고 있었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상점에서 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탁과 의자도 마련돼 있어 요기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아담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6 '낭만주의 박물관'에 꾸며진 다이닝 룸. 화려한 식기와 실내 장식이 돋보인다. 유럽 낭만주의 시대 분위기를 엿보게끔 조성해 놨다. '낭만주의 박물관'은 1776년에 지어진 건물로 스페인 낭만주의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그림과 가구들이 전시돼 있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19세기 스페인 사람들의 상차림과 식사 매너 등을 소개하는 체험 투어가 진행된다. 하늘색 벽지와 화사한 장식품으로 꾸며진 다이닝룸에는 그 당시 사용됐던 식탁과 의자, 식기가 놓여 있다.

 2시간 정도의 투어가 끝난 뒤에는 가이드가 설명했던 낭만주의 시대 식사예절에 맞춰 커피와 차를 마시는 시간도 갖는다.

 그 밖에도 음식 관련 영화만을 모아 보여주는 영화관, 음식 사진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 식료품 서적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드리드 시내 곳곳에서 펼쳐졌다.

# 빵 위에 각종 재료 얹어 먹는 타파스 맛보며 여행

7 고급 타파스바 '술라'에서 맛본 미니 햄버거 형태의 타파스. 빵 안에는 감자와 달걀로 만든 또띠아와 야채가 들어 있었다.스페인 고유 음식인 타파스는 원래 애피타이저의 일종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하나의 정식 메뉴로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다. 타파스에는 스페인 사람들의 식생활이 담겨 있다. 스페인의 저녁 시간은 보통 오후 9시부터다. 점심시간 이후부터 저녁을 먹기 전 약간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간식으로 먹던 것이 타파스다. 빵 위에 올리브·홍고추·파프리카·치즈·오징어·절인 멸치 등 각종 재료를 올려 먹는데 그 종류가 1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분위기의 타파스 바를 둘러보는 것도 마드리드를 구경하는 색다른 방법이다.

 신흥 쇼핑지역인 살라망카 지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술라'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4000개가 넘는 술병으로 가득 찬 유리장식장이 눈길을 끌었다. 솔 광장과 그랑비아 거리 등을 비롯한 도심 지역이 점점 복잡해지자 스페인 부자들은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살라망카 지역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질서 정연하게 정리된 길을 따라 명품 매장이 들어섰다. 단품요리가 20유로(약 3만원)가 넘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지만 개스트로 페스티벌 기간 내에는 타파스 요리 한 가지와 맥주가 3유로(약 4500원)로 싼 편이다.

스페인 전통 음식 하몽. 하몽은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돼지 뒷다리로 만든 햄이다. 고깃결을 따라 얇게 썰어 빵에 얹어 먹거나 술안주로 하나씩 집어 먹기도 한다. 프라도 미술관 앞에 있는 '에스타도 푸로'는 미슐랭 스타 2개를 획득한 파코 론세로가 운영하는 타파스 바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의 에스타도 푸로에는 특이한 장식품이 천장과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치 신라시대 금관처럼 복잡한 문양의 장식품은 스페인 전통 머리 장신구로 에스타도 푸로의 상징물이다. 이 집의 인기메뉴인 하몽 크로켓과 맥주 한 병이 3유로(약 4500원)였다. 감자를 으깨 얇게 썬 하몽과 같이 반죽한 뒤 튀겨낸 하몽 크로켓은 맥주 안주로 딱 어울렸다. 뜨거우니까 조심하라는 웨이터의 경고를 무시하고 하몽 크로켓을 덥석 베어 물었다. 바삭한 겉 부분이 갈라지면서 부드럽고 뜨거운 치즈가 입안으로 흘러내렸다. 입천장과 혀가 얼얼해졌지만 맥주 한 모금을 넘기니 입안의 '화재'가 진화됐다.

신선로·비빔밥 앞에 놓고…참가자들 "어떻게 먹는 거죠"

지난달 23일 마드리드 중심부인 아칼라 거리에 있는 최고급 사교클럽 '카지노 데 마드리드'. 음식박람회 '마드리드 퓨전 2012'이 열리기 하루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은 이곳에서 한식 만찬 행사를 열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요리사, 요리업계 최고경영자(CEO), 언론인, 한국·스페인 정부 관료 등 130명이 넘는 손님이 초대됐다.

 오후 9시 인삼과 어란, 육회, 밀쌈, 돼지보쌈 등 9품 전채요리로 본격적인 만찬이 시작됐다. 전통 한식인 구절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뉴였다. 네모난 백자 접시에 9개의 동그란 홈을 파 만든 그릇에는 각 음식이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놓여있었다. 가장 가운데 오이게살이 있었고 그 주변을 나머지 메뉴들이 둘러싼 모양이었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노르웨이 기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먹는 순서가 있느냐는 거였다. 특별한 순서 없이 원하는 대로 먹으면 된다고 대답하자 기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추가 질문을 했다. 순간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됐고, 생각지도 못한 한식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그러자 진행자가 잠깐 영상을 보여주겠다면서 시선을 집중시켰다.

 기자는 한식을 설명하는 영상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의 관광명소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3D 영상이었다. 이를 본 외국기자들은 궁금증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만찬 참석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해물 신선로였다. 전복을 즐겨 먹지 않는 스페인 식문화에 맞춰 이날 신선로(사진)엔 대구와 새우가 대신 들어갔다. 동석자에게 왕이 먹던 특별한 음식으로 귀한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해주자 음식에 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주최 측에선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한식의 대표 격인 비빔밥도 일부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요리였다. 어떻게 먹는지 몰라 야채와 밥을 따로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소스(고추장)를 섞어 비벼 먹는 거라고 말해주자 민망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한식은 분명 흥미로운 음식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번 행사가 한식을 보여주는 자리는 됐어도 한식을 이해시키는 자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음식이 문화의 일부인 이유는 그 속에 역사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 우리 음식을 소개하려면 그 속에 얽힌 스토리를 설명하며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책자 하나 주고 '관심 있으면 들여다봐'라는 식으로는 아무리 한식 세계화를 외쳐봤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홍지연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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