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문제점.. "도입 전에 임대료 올리자" 전세대란 부를 수도
새누리당이 12일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전·월세 상한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서민주거 안정책으로 거론돼 왔으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도 2년 내 상한폭을 5%로 두고 있지만 사문화돼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월세 상한제가 헌법에 위배될 수 있고, 제도 시행 전 전셋값 폭등,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부족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결정되면 집주인들은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하면서 오히려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여름철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키로 하자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도록 강요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전셋값 상한선을 정해 두면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임대료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경환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전·월세 상한제 관련 보고서에서 "임대인들은 제도 도입 이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할 것"이라며 "전·월세 상한제보다는 민간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월세 상한제가 사유재산권이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는 집주인에게 재산세, 양도소득세 인하 등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비율도 높지 않고 법인임대사업자도 적어 수많은 개별 집주인에게 이런 세제혜택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이 적어 개인과 개인 간 계약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또 다른 편법이 난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이 총선공약으로 검토 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역시 당분간 건드리기 힘든 '뜨거운 감자'다. 국토부는 지난해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를 완화하려 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포기했다. 현재 가계부채는 900조원을 넘어 1000조원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DTI규제를 조금이라도 풀었다가는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DTI 규제완화를 총선공약에 넣더라도 당분간 실현가능성이 적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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