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재테크 대전망] 유럽 위기 '악재'..수익형 상품 '주목'

2012. 1. 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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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10인 시장 전망

한경비즈니스가 2011년 초 진행했던 '유망 재테크 상품 톱 10' 조사를 보면 '부동산'이 7위에 올라 있다.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이머징 마켓 펀드, 중국 관련 상품, 심지어 최근 무섭게 시세가 폭등하고 있는 금 등 쟁쟁한 상품들을 따돌렸다. 부동산이 그만큼 유망한 투자 상품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이 전망은 현재로선 '헛다리'에 가깝다. 몰아치는 한파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의 수은주가 뚝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초의 시장 낙관은 비단 부동산뿐만이 아니었다. 2010년 말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하며 부활을 알렸고 금융시장에서도 자문형 랩 등이 인기를 끌며 활황세를 이끌었다. 한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제일 먼저 벗어났다고 평가받으며 '출구전략'을 논할 정도로 회복세에 접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은 다시 고꾸라졌다. 진원은 남유럽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 위기다. 이후 위기는 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 등으로 번지며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현재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이끄는 경제 대국도 신용 등급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

흔히 '부동산은 심리'라고 말한다. 한 번 상승세가 붙거나 하락세에 접어들면 시장의 환경이 바뀌어도 어느 기간까지는 기존의 투자 패턴이 유지되는 관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2011년의 부동산 시장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부산에서 시작된 일부 지방 시장의 활황도 있었지만,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수습 불균형의 해소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시장 '한파' 지속

전체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극도로 위축된 투자 심리는 '매매 실종' 사태를 불러온 지 오래다. 중대형 아파트 시장은 '호가만 있지 시세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다. 대신 철저하게 실수요를 반영하는 전월세 임대료가 무섭게 상승하며 최악의 전세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1년 12월 7일 '주택 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상화는 '매매 거래 활성화'를 뜻한다. 꽁꽁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풀겠다는 의지다. 서민 주거 안정은 다분히 전세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12·7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 이익 부담금 2년 부과 중지, 강남권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이 주요 골자다. 투기 과열과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충격요법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6차례에 걸쳐 쏟아져 나온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평가를 받은 배경이다.

정부는 이어 12월 21일 후속 조치를 통해 강남 3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이로써 2000년대 초반 집값 폭등으로 지정되기 시작한 투기과열지구는 전국에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강남 3구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가능해졌다.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자유롭게 이뤄지게 됐다는 의미다. 또 공공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는 5→3년, 85㎡ 초과는 3→1년으로 줄어들었다. 민간 주택도 3→1년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올해 부동산 시장은 봄날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반응은 냉랭하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시장을 옥죄는 요인으로 지목했던 규제들이 대부분 풀렸건만 시장의 침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12·7 대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효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가 저조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영향은 거의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임대 사업 확대, 투자 심리 회복, 하락 폭 저지 등의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많았다. 취득·등록세 감면 연장,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추가 완화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올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키워드는 무엇일까. 10명의 전문가 중 8명이 '대내외 경제 여건'을 꼽았다. '유럽 재정 위기'의 회복 여부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0년 내 최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추가적인 해외 경제 불안 요소들이 발생하면 국내 경기 위축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는 2012년 4월과 12월에 벌어질 총선과 대선을 가장 큰 시장의 변수로 내다봤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두 차례의 선거 결과가 향후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전월세 등 임대 시장 전망도 녹록하지 않다. 올해는 아파트 등 입주 물량, 즉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난이 2011년에 이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17만 가구 정도다. 이는 작년 입주량 20만6111가구에 비해 3만6000가구 이상 줄어든 수치로, 2000년대 이후 10년 평균(31만4372가구)에 비해서도 현저히 줄어든 규모다. 수도권에서는 전세로 공급될 수 있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11만 가구로 지난 10년 평균(16만9693가구)에 비해 35%나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 한 해 유독 활황이었던 지방 부동산 시장도 올 들어서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수도권 시장이 급등할 때 소외됐던 지방의 공급 부족은 여전하지만 가격 상승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방 일부 지역은 이미 2만 가구 이상 공급된 곳도 있기 때문에 조만간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며 가격 변동 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공급이 실수요를 넘어서는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며 "내년 중반기에는 자칫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월세 등 '수익형 상품'이 대세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유동자금이 묶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 등 변동성이 강해진 투자 환경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등락 폭이나 속도가 완만한 부동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 역시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올해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유망 상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별 상품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과거와 다르게 변한 '투자 패러다임'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시장의 전통적 투자법으로 자리 잡았던 '시세 차익형'보다 '수익형 부동산' 등 임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안정 지향적 방법으로 투자 패턴이 옮겨간다는 뜻이다.

안명숙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여유 자금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소액 투자가 가능한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가장 관심을 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기곰 칼럼니스트는 '역세권 중소형 아파트'를 꼽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도시형 주택·오피스텔의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다. 반면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아파트의 공급량은 훨씬 줄었는데, 자녀를 둔 가정은 최소 방이 두 개 있는 아파트를 선호해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실장도 '전세가율이 높고 교통망이 잘 갖춰졌으며 입주량이 부족한 60㎡ 안팎의 중소형 아파트'를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채훈식 실장은 "1~2인 가구 대상의 소형 임대 매물 투자가 유망하지만 최근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줄어드는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소형 주택 불균형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1~2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이에 따라 월세형 주택 상품은 좀 더 주목받겠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의 공급이라면 과잉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개발 가능한 역세권의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정현조 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사무국장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꼽았다. "공동주택의 노후화 등 안정성 측면에서라도 재건축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책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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