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값 이상하네, 무늬만 경차..가격은 준중형 맞먹어

2012. 1. 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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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만원 vs 1240만원'.

국민 경차 원조 대우 '티코(1991년 출시)'와 얼마 전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박스카 '레이(2011년)'의 가격 차이다. 물가상승률, 인건비, 편의사항 등이 감안되지 않은 단순 가격 비교지만 20년 동안 경차 가격은 무려 4배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생필품의 가격상승률과 맞먹을 정도다. 1991년 1200원이었던 자장면 가격은 2011년 4500원으로 올랐고 휘발유도 리터당 477원에서 1883원으로 급등했다.

과거 '경차' 하면 "휘발유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고 말했지만 요즘엔 "옵션(선택품목)만 보면 중형 세단급"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다양한 첨단장비와 옵션장치가 경차의 기본 사양으로 장착되면서 차 몸값이 높아졌다. 낮은 유지비와 각종 세금혜택 등은 여전히 경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지만 엔트리카(생애 첫 차)로서의 매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10년까지 경차는 '천천(千千)'공식이 통했다.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를 1000만원 이하로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 'cc당 1만원꼴'이었다. 2004년 2월 기아차에서 처음 선보인 1세대 모닝의 가격(수동변속기 모델 기준)은 가솔린은 746만~977만원, 액화석유가스(LPI)는 885만~1030만원이었다. 매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되면서 가격이 조금씩 오르다가 2011년 1월 2세대 모닝(뉴모닝)이 등장하면서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고급 옵션 늘면서 'cc당 1만원' 깨져

수동변속기 모델 기준으로 뉴모닝의 스마트 모델은 880만~1010만원, 디럭스 모델 1000만~1100만원, 럭셔리 모델 1105만~1155만원이 됐다. 여기에 자동변속기 사양을 추가하면 100만원 이상이 추가된다. 2세대 모닝 최고급 모델에 옵션을 모두 장착한 가격은 1495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중소형차 가격이다. 소형차 엑센트(4도어) 1.4 VVT가 1149만~1240만원, 1.6 GDI도 기본형이 1310만원으로 모닝 고급형보다 싸다.

기아차 관계자는 "넓어진 차체에 강화된 고급 사양으로 기존 모닝보다 가격이 30만~90만원가량 더 높아졌다. 신형 모닝 사전 계약 건수 중 41%는 1230만원짜리 최고급 사양에 대한 것으로, 소비자들도 고급 경차를 원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 뉴모닝의 성능과 사양은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뉴모닝은 배기량 1000cc, 최대 출력 82마력, 최대 토크 9.6㎏·m의 힘을 갖췄다. 경차 최초로 운전석·동승석·사이드와 커튼 등 6에어백을 기본 장착해 경차에 부족한 안전성도 높였다. 여기에 차체자세제어장치(VDC), 18㎝(7인치) 음성인식 DMB 내비게이션, 온열 스티어링휠, 스티어링휠 리모콘, 버튼시동 스마트키, 선루프, 전동접이식 아웃사이드미러 등 첨단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 기본 사양이 늘어나면 차가 안전하고 고급스러워지지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졌다. 6에어백은 옵션으로 100만원, 차세대 VDC는 40만~50만원 선으로 알려진다.

한국GM 쉐보레 스파크(옛 마티즈)도 클래식 모델이 623만~733만원 선이었지만 2009년 모델(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가격을 올렸다. 가솔린 모델은 810만~1126만원, LPI 모델은 1040만~1226만원이 됐다.

레이는 한술 더 뜬다. 가솔린 모델을 기준으로 레이의 판매가격은 1240만~1495만원이다. 가솔린과 LPG를 함께 쓰는 바이퓨얼 모델은 1370만∼1625만원이다. 경쟁모델인 모닝(880만~1010만원), 쉐보레 스파크(810만~1126만원)를 크게 웃돈다. 이 정도 가격은 쏘울(1600cc)의 기본 모델(1355만원)보다 높다. 경차가 아니라 준중형차급이다. 레이는 전 모델에 4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장착하면서 수동변속기 선택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다.

레이의 고급 옵션은 중형 세단급이다. 가장 비싼 프레스티지를 선택하면, 수동변속 모드가 있는 자동 4단 변속기, 풀 오토 에어컨, 버튼시동 스마트키, 히티드 스티어링휠, 1·2열 히티드 시트, 운전석 전동식 허리 지지대, 음성인식 블루투스 핸즈프리와 오디오, 스티어링휠 오디오 리모컨, 인조가죽 시트, 후방주차보조시스템, 오토 헤드램프, 하이패스 시스템 등의 편의장비가 기본으로 따라온다.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다이어리 오종훈 편집장은 "자동변속기만 해도 100만원 이상 하기 때문에 차값의 10%가 오르는 셈이다. 일본 경차만 해도 뒷좌석 창문을 수동으로 여닫는 (마이너스) 옵션을 만들어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경차에 고급 편의장치를 마련한 것에 대해 뭐라 할 순 없지만 싼 가격으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레이는 기본 옵션 이외에 내비게이션(90만원)과 패밀리(50만원)·엘레강스(70만원) 패키지도 만들어 놓았다. 가령 유모차나 자전거를 접지 않고 싣거나 큰 짐을 싣기 위해서는 뒷좌석 슬라이딩과 6 대 4 분할시트(좌석을 분할해 접은 방식) 기능을 선택해야 한다. 이 기능은 패밀리와 엘레강스 패키지로 묶어 놓았다. 다양한 수납공간이 필요한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50만~70만원을 주고 이 패키지를 택해야 한다. 더군다나 기본 모델인 디럭스(1240만원)와 스페셜(1290만원)에는 이 기능을 넣을 수가 없다. 즉, 고급형인 럭셔리(1375만원)나 프레스티지(1495만원)만 선택이 가능하다.

자동변속 기본 되면서 100만원 상승

레이 구입을 고려했던 김성수 씨(40)는 "경차에 풀 오토 에어컨은 사치다. 버튼시동 스마트키도 자동차 성능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라디오와 에어컨만 달려 있어도 좋으니 값싸고 연비 좋은 경차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어백뿐 아니라 각종 안전 사양도 갈수록 업그레이드되는 추세다. 경차 레이에는 차세대 VDC,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등 과거 준중형급 이상에서만 적용되던 안전 사양이 대폭 적용됐다.

유영준 월간 카테크 편집장은 "경차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경제성에 충실한 기본 모델을 마련해 놓지 않고 사양을 고급화하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불황으로 경차 판매는 2009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차는 2010년 전체 국내 판매의 13.2%에 달하는 16만579대가 팔렸다. 소형차와 대형차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경차는 2009년 대비 18.3% 늘어났다.

경차란배기량 1000㏄ 이하 에너지절약형 소형차

경형승용자동차(이하 경차)는 한국 자동차관리법에 명시된 엔진 배기량 1000cc 이하로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인 자동차를 말한다.

'경제적인 자동차'란 의미도 갖고 있는 경차는 일본의 경자동차와 유럽의 도시형 자동차와 유사한 자동차 분류 등급이다. 1991년 우리나라 최초 경차인 대우(현 한국GM) 티코가 발표됐다. 대우 티코는 일본 스즈키 '알토'를 기반으로 개발된 자동차로 발표 당시 3만대가 판매됐다. 이후 한 해 10만3000대가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대우 티코가 인기를 끌자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현대 아토스(1997년)와 기아 비스토(1999년)를 출시했다. 아토스는 단종됐고 기아차는 '모닝'을 출시했다. 1998년 대우는 직렬 3기통 796cc SOHC(52마력)엔진을 탑재한 마티즈를 출시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35%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던 경차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인기가 떨어져 2003년에는 4%대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경차 배기량 기준을 800cc 미만에서 1000cc 이하로 상향조정했고 너비는 1.5m에서 1.6m로 길이는 3.5m에서 3.6m로 늘리는 새로운 경차 규격을 내놓았다.

이 규격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돼 왔다. 경차를 구입하면 특별소비세가 면제되며, 종합보험료도 10% 할인받는다. 또 차량 구입 시 등록세와 취득세 면제, 지역개발공채 4%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과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할인 혜택을 받는다. 경차 혜택이 크기 때문에 800cc로 배기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경우 경차 배기량이 660cc다. 일본에선 배기량 660cc 이하를 경승용차, 2000cc 이하를 소형차로 분류한다. 2011년 1~8월 동안 판매된 일본 신차 가운데 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7%를 기록했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차라는 말을 쓰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뿐인데, 일본과 달리 한국은 800cc 경차로 시작해 배기량도 커지고 옵션 사양도 갈수록 늘어 더 이상 경차로 보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38호(12.0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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