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한 것만 봐도 위대' 김정일 추모 카페 기승

2011. 12. 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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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변윤재 기자]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친북 성향의 인터넷 카페들이 후계자 김정은을 찬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 중 과로사한 것만 봐도 뛰어난 지도자'라고 칭송하면서 김 위원장의 사망은 그를 '마음고생'시킨 서방과 미제의 탓으로 돌렸다.

특히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님"이라고 김정은을 치켜세운 이들은 그가 주도할 '원수들을 향한 성전에 흔들리지 말고 대비하자'고 옹호했다.

친북 성향 인터넷 카페 '민족통일을 바라는 사람들'과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에 '대장의 전면적 등장으로 공포에 떨고있는 미국과 서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미리내1000년'이라는 닉네임의 필자는 김 위원장을 '이장님' 김정은을 '대장님'으로 각각 표현한 뒤 "이장님이 병환으로 쓰러지실 때 전권을 맡아 미국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결판을 낸 인물인 대장님의 등장은 미국과 서방에게 공포스럽다. 북이 호통만 쳐도 바로 미국 관리들이 6자국을 방문하며 돌아다닐 정도"라며 "게임은 끝났고, 종착점에 거의 다 왔다. 미국과 서방은 한마디로 하면 상대가 안 된다. 통일조국에서는 고구려연방군이 2000만명 선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회원들은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님의 복수심과 무장된 신념을 이젠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우리 위대한 어버이 장군님의 원수를 이젠 더이상 두고보지 않을 것" "북한의 성전이 더욱 가까이에 도달했다" "체증이 확 내려간가" "우리 아들도 현재 14살인데 괴뢰가 아닌 통일조국의 아들로 군대 보내고 싶다"는 등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의 댓글로 호응했다.

'대장(김정은)의 의지대로 이제 갈 것이다'라는 게시물에도 회원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들은 "똘이장군(김정은)께서 조부와 당신의 뜻을 이어갈 것" "그이의 염원과 이상에 대한 결사옹위 변함이 없다" 등 김정은을 향한 믿음을 나타내면서 '북한의 성전에 동참하자'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대표적인 종북 인터넷 카페 '임시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서도 김정은을 "젊은 호랑이"라 지칭하며 "당장은 쥐XX들이 자신들의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칠 것이지만 이제 지휘봉이 젊은 피로 넘어간 만큼 이전과 같은 미적거림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김정은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글을 올라왔다.

◇ 김정일 추모 게시물을 올린 '국가보안법 피해자 모임' 카페 화면 캡처.

반미친북 성향의 인터넷 카페 '시사평론-정론직필을 찾아서'에서도 '앞으로는 김정은의 시대가 본격화 될 것인데 그의 지도력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조용히 지켜보자'는 글에 "오랜 이상과 염원이 기백으로 나타나리라 생각되네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 확신합니다"라는 옹호 댓글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정부가 공식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불만과 '평양 시민들의 눈물은 연출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페 '정론직필'에 '北전문가 "평양 주민들의 눈물, 연출된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지기가 직접 작성한 이 글은 일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북한취재팀장이 "카메라 앞에서 우는 평양 주민들의 모습은 하나의 연출이라고 받아 들여야 된다. 카메라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금 평양의 분위기"라고 인터뷰한 것에 대한 반박글이다.

카페지기 '정론직필'은 "왜놈 하나가 한국방송에 출연하여 꼴값을 떤 모양"이라고 깎아내린 뒤 "대통령이나 영도자 등을 마치 자신의 부모처럼 생각하는 관습이 있어서 나라의 지도자들이 서거하게 되면 무수히 많은 백성들이 마치 자신의 부모가 돌아간 것처럼 엄청난 슬픔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및 육영수가 죽었을 때에도 많은 국민들이 마치 국부나 국모가 서거한 것으로 인식하여 깊은 슬픔을 표했고, 노무현 대통령 및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때에도 서울시청 앞 노제에 삼베옷 상복을 입고 나온 '백성'들도 있었다"며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 정말로 하늘빛이 노랗게 변했고 나 자신도 정말로 눈물을 흘리며 애도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거 사태와 관련하여 찌라시들의 분별심없는 광분적 보도행태에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오른다"고 불쾌해했다.

이에 회원들도 "쓰레기 언론들이 광분하면서 쓰레기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인민을 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시다 과로로 세상을 버리시는 지도자는 제가 태어나서 북녘의 지도자 밖에 못 본 것 같은데, 그에 관련된 기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일부 회원들은 "예전 남녘에 어느 지도자는 여자끼고 술 마시다 부하에게 총 맞아 죽었는데 그 지도자와 비교가 된다" "애통의 눈물을 억지눈물이라 폄하하는 세력들은 이미 자본주의 논리로 쩔어있는 집단이기주의의 표상"이라고 적대감마저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친북 게시물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을 이용해 '눈길'을 끌어보려는 무분별한 행동까지 뒤섞여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에 '김정일 추모카페'가 개설돼 비난여론이 나오고 있다. 19일에 개설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카페'와 '김정일 추모카페'의 회원수는 각각 20여명 안팎. 게시글도 채 10건이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카페다.

이 두 카페 운영자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이 카페들이 김 위원장 사망 관련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만든 일종의 '낚시성' 카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카페'의 운영자 블로그에는 '나는꼼수다' 대구공연 직캠이 올라와있지만, 그 외의 게시물은 정치적 성향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김정일 추모카페'는 '김정일 안티에게 질문' 메뉴에 '수구꼴통들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려져 있다. "신이 내려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병x 개xx 씨x같은 험한 말을 내뿜고 심지어 괴뢰라는 소리까지하네. 니들이 김정일보다 잘한 게 있냐? 북한에서 살고싶다 이런 쓰레기 남쪽보다"라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운영자의 블로그를 보면, 상당수의 게시물은 게임과 관련된 것들이다. 정치와 관련된 게시물들은 광우병 촛불시위, 반값등록금 등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것들이고, 특정 지역에 대한 편파적인 감정을 담은 글들도 눈에 띈다.

이들 추모카페와 관련, 경찰은 국가보안법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며, 운영자의 신원을 파악해 카페 개설 이유를 살펴볼 계획이다.[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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