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린 재건축 시장 급매물 실종.. 매수자는 냉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다주택 보유자, 재건축에 대한 사실상 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1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급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려는 매도 문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세는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은 상황이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재건축이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70곳으로 이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27곳이다. 이달 안으로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져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개포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연내 구입하려는 수요가 있었는데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싸게 팔려고 내놓은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대책이 나오자마자 호가를 올리는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7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안이 가결된 가락시영아파트 단지도 들뜬 분위기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가격이 최고점 대비 30%가량 떨어져 있는데 조합원들이 어제부터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면제받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은 내년 안으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로 했고 개포주공 1단지 조합도 부담금 면제가 끝나는 2013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에도 매수세는 거의 없는 상태다. 거래심리가 위축돼 있는 데다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매수자 입장에선 정부 대책 중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 거의 없어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중지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가락동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문의 전화는 늘었는데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거래심리가 워낙 얼어 있어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매도자는 팔 준비가 됐기 때문에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매수세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유럽발 재정위기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고 내년에는 취득세도 올라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