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 그대로 .. 거래 확 살아나기 어려워
[중앙일보 황정일] 부동산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번 대책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당장 시장을 살리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남은 규제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에 대한 규제까지 풀었다"며 "이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주택시장으로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인 만큼 경기가 좋아지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당장은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 팀장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돌릴 수는 있겠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강남 3구의 금융 규제가 그대로인 만큼 거래 시장이 확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7일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매도자들은 호재라는 생각에 호가(부르는 값)를 올리려고 하지만 정작 매수자들은 시큰둥하다"며 "매수자들은 금융 규제가 그대로라면 이번 대책도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이번 대책이 오히려 주택 시장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26개 재건축 추진 단지 1만9000여 가구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지금은 단순히 사고팔 수는 있지만 재건축조합원 지위가 양도되지 않아 사실상 거래가 안 된다. 조합설립인가를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여 가구도 혜택을 보게 된다.
서초구 반포동 K공인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수요 유입이 아닌 매물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3구의 투기지역도 함께 해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투기지역에서 해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만 그나마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실장은 "투기지역 해제 등은 국토해양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당정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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