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단독주택 탐방기..60평(198㎡) 목조주택 한 채 7억~8억

2011. 11. 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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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지상과제는 '내집마련'이다. 이웃나라 일본인도 다르지 않다. 한국만큼이나 일본에서도 내집마련에 대한 꿈은 절실하다. 다만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 일본인들의 '로망'이라는 점. 그러나 도심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피하게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은 그 정도 불편은 감내할 수 있다고 한다. 전철 중심의 교통망이 워낙 잘 짜여 있기 때문이다.

연간 단독주택 40만~50만가구 건설

도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 전철역 주변으로 단독주택이 옹기종기 단지를 이루고 있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단지라는 것만 빼고는 영락없이 국내 신도시를 연상케 한다. 한국으로 치면 '일산 신도시' 정도. 이런 단독주택 단지는 여러 시공업체가 몇 채씩 주문제작 또는 분양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더라도 '튀는 주택'은 없다. 하나의 시공업체가 단지를 설계한 것처럼 단지 전체가 조화를 이룬다. 조경 부문을 크게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함, 균형감을 추구하는 일본 주택문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도쿄로 출퇴근하는 30~40대 젊은 층이 주로 모여 산다. 이들은 쓰쿠바시와 같이 도쿄 도심에서 한 시간 안팎 걸리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단독주택을 짓고 산다. 그것도 한국의 타운하우스마냥 단지 안에 거주한다. 주로 50~60대가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30~40대 젊은 층이 주로 거주

지난해 일본에서 새로 지은 단독주택은 총 42만8379호. 신규주택 81만9020호 중 단독주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은 30만6920호에 불과하다.

단독주택시장이 크다 보니 단독주택 전문 시공업체도 상당수 있다. 그중에서도 규모가 큰 시공업체는 7개 정도. 이들 업체는 일년에 5만~6만채를 짓는다. 규모가 가장 큰 세키스이하우스는 지난해 1만6021채를 지었다. 그리고 20~30개 중소업체들이 일본 전역에서 수십만 채의 단독주택을 시공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단독주택 한 채당 건축비는 얼마나 될까. 전문 시공업체가 2층 주택을 짓는 데는 3500만~4500만엔(5억2000만~6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3.3㎡당 건축비로 60만엔(897만원)을 잡는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이다. 여기에 땅값이 더해진다. 지역마다 땅값은 천차만별인데, 쓰쿠바시를 예로 들면 도쿄에서 가깝다 보니 저렴한 편은 아니다. 3.3㎡당 30만엔(448만원) 정도. 건축면적 165㎡(50평)을 확보하는 데 1500만엔(2억2400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쓰쿠바시에 단독주택 한 채를 마련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000만~6000만엔(7억4700만~8억9700만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도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일본 단독주택 전문 시공업체인 스미토모임업 관계자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주택 모기지론이 잘돼 있다. 고정금리 2%대에 35년 만기로 대출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신용만 좋다면 땅값은 물론 건축비 전부도 은행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가구 단독주택단지 곳곳에

우리나라에서 나무로 지은 주택은 흔하지 않다. 2005년 국내에서 인허가받은 목구조 주택은 불과 1206호. 2009년 목구조 주택 인허가 숫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6521호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일본에선 목구조 주택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해 신규주택 약 82만호 중 목구조 주택은 46만4140호. 대부분 단독주택이 목조로 지어진다. 지난해 단독주택 약 43만호 중 37만호가량이 목구조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 목구조 주택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일본 기후와 맞닿아 있다. 고온다습한 일본 날씨에는 나무로 된 집이야말로 제격이기 때문. 스미토모임업 관계자는 "목재는 수분 조절능력이 있는 살아 있는 자재다. 수분을 빨아들였다가 방출하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목구조 주택이 더 유리하다는 것. 목조는 화재 시 완전 연소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탄소층이 내부 연소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게다가 목조는 1분에 0.6∼0.8㎜씩 타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화재 시 대피할 시간도 충분하다. 반면 철근은 고열에 강도가 약해져 휘어져버린다. 콘크리트도 열 영향으로 성질이 바뀌게 된다.

지진·습기에 강한 목조 주택이 대부분

일본 단독주택의 또 하나의 강점은 기술력에 있다. 일본 주요 단독주택 시공업체들은 친환경주택, 미래형 단독주택의 표준을 만들어가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맞춤형 단독주택시장에서 업계 1위를 고수하는 일본 스미토모임업도 20년 전부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비로만 연간 10억엔(약 150억원)을 쓴다.

스미토모임업 쓰쿠바연구소 관계자는 "좋은 나무를 선별해서 육종하고 벌채하는 자원 분야부터 가공 업무를 담당하는 재료 분야, 최종 목적인 주택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특히 주택 분야에서는 내진, 내화 성능을 점검하고 채광, 단열 등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또한 인체동작 해석시스템이라 해서 사람의 동작을 연구해 최적화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주택설계다"라고 말했다.

한국 단독주택시장 앞날은수지 안 맞아 대기업도 진출했다 발 빼는 상황

한국 주택시장이 일본 시장을 후행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에서도 단독주택이 인기를 끌 날이 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단독주택이 아파트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일본과 한국은 주거문화가 다르다.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에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맨션이 있으나 대부분 100가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주택시장이 아파트 위주여서 단독주택시장이 영세하다. 한국에선 주로 개인업자들이 단독주택 시공을 맡는다. 기업형 단독주택 시공업체로는 동화홀딩스 자회사인 동화SFC하우징 정도가 유일하다. 이 또한 일본 스미토모임업과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SK건설 자회사인 SK D&D도 단독주택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최근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동화SFC하우징 관계자는 "한국에선 기업이 단독주택시장에 뛰어드는 데 불리하다. 아파트에 비해 사업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 이름을 달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토지 가격이 비싸다. 도심 근교에 단독주택을 지으려 해도 땅값이 비싸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판교 신도시만 해도 땅값이 3.3㎡당 1000만원 이상 나간다. 이는 업체들의 고민사항이기도 하다. 대규모로 개발했다가 분양이 안 되기라도 하면 회사 자체가 휘청거리기 때문. 그래서 신도시 택지개발지구에 단독주택을 주문 형식으로 몇 채 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미토모임업 관계자는 "한국 단독주택시장이 일본처럼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많이 하는 분위기이지만 현재 한국의 단독주택시장이 너무 작다. 한국에서 단독주택 용지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사실 이는 집을 지으려는 것보다 투자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셋째, 건축비도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3.3㎡당 400만~500만원 정도면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업자에 맡길 경우 사후관리가 불안하다는 측면이 있다. 실제 건축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하자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이에 기업형 단독주택 시공업체에 의뢰할 경우 100만원 정도는 더 감수해야 한다. 결국 3.3㎡당 500만~600만원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모듈러 구조로 시공할 경우 3.3㎡당 500만원대. 철근콘크리트 또는 목구조 주택은 3.3㎡당 600만원 선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단독주택시장을 겨냥해 세키스이하임, 미사와홈 등 일본 메이저 단독주택 시공업체들이 진출했지만 일부는 건축비가 3.3㎡당 10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금융이 선진화되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특히 목구조 주택을 짓기에 한국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 스미토모임업 관계자는 "화재보험에 가입하려고 해도 목구조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철근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보험 수수료를 10배 이상 비싸게 받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시장이 커지려면 금융부터 발전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도쿄 =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9호(11.11.02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장미인애 '머리부터 발끝까지 망사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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