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라푸마 공동기획 해외 국립공원을 가다 ④ 인도네시아 탄중푸팅

이석희 2011. 10. 7.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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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우리 밖에서 볼 수 있는 오랑우탄, 여기만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석희]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어로 '숲(hutan)에 사는 사람(oran)'이란 뜻이다. 유전자(DNA)도 인간과 97%가량 일치해 영장류 중에서 가장 인간과 닮은 동물로 통한다. 하지만 오랑우탄은 멸종 위기에 직면한 위기 종(種)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 슈마트라섬과 칼리만탄섬(인도네시아에서는 보르네오섬을 이렇게 부른다) 두 곳에서만 사는데, 2006년 현재 개체 수가 4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84년부터 칼리만탄섬 남서쪽에 탄중푸팅 국립공원을 만들어 오랑우탄을 보호하고 있지만 칼리만탄섬도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 원시림을 걷어내고 팜유 농장을 만들고 있어서다. 지구에 남은 오랑우탄의 마지막 서식지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탄중푸팅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위하는 인간의 노력을 기대하고 갔는데, 털 없는 원숭이에게 자신의 터전을 앗긴 오랑우탄의 딱한 처지가 더 인상에 남았다.

글·사진=이석희 기자 < seri1997joongang.co.kr >

오랑우탄 한 마리가 어린 오랑우탄을 꼭 껴앉은 채 폰독 탕귀 피딩 사이트에 내려와 열심히 바나나를 먹고 있다. 오랑우탄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엄마가 자식들을 돌본다.

# 오랑우탄 무료 급식소

오랑우탄은 탄중푸팅 국립공원 원시림 깊숙한 곳에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정글 속에서 오랑우탄을 직접 목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간 오랑우탄이 하루 두 번 (오전 9시, 오후 2시) 먹이를 먹으러 내려오는 피딩 사이트(Feeding Site)에서 오랑우탄을 지켜볼 수 있다. 국립공원에서 치료를 받고 정글로 보낸 오랑우탄은 모두 280여 마리에 달한다. 피딩 사이트는 치료를 받고 정글로 보내졌지만 100% 야생 오랑우탄에게 먹이를 빼앗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오랑우탄을 위한 일종의 무료 급식소다. 폰독 탕귀(Pondok Tanggui)와 캠프 리키(Camp Leakey) 두 곳에 있다.

정글 속에서는 벌 등을 잡아 먹는 식충 식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폰독 탕귀 피딩 사이트는 하늘을 찌를 듯한 원시림 속에 인공으로 조성한 장소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폭 10m 남짓한 수로 같은 강을 따라 네 시간 거슬러 올라가면 폰독 탕귀 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서 30분쯤 걸어 정글 안으로 들어와야 오랑우탄 급식소가 나온다.

 무료 급식소라고 하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높이 1m·가로 5m·세로 3m쯤 되는 큰 식탁(?)이라고 보면 맞다. 오랑우탄 재단 직원들이 식탁 위에 바나나를 한 배낭 풀어 놓고 '우우우우우~웃!'이라며 신호를 보낸다. "밥 준비됐으니, 와서 먹어" 하는 신호다.

탄중푸팅 국립공원 여행은 클로톡이라는 배를 타고 한다. 이 배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한다.

 10분쯤 지났을까. 나무가 흔들리더니 여기저기서 작은 오랑우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금세 여남은 마리가 모여들었는데, 서로 눈치를 보거나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작은 녀석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와 바나나를 손에 한 움큼 쥐고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 분명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족히 150㎏은 넘어 보일 듯한 거대한 오랑우탄이 나타났다. 르욕(Leryok)이란 녀석이다. 판독 탕귀에서 가장 힘이 센 녀석이란다. 절대 강자이다 보니 먹는 것도 여유가 있었다. 식탁에 앉아 30분 넘게 느릿느릿 바나나를 먹었다. 작은 녀석들은 나무 위에서 르욕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탄중푸팅 국립공원행 배를 타는 작은 어촌 도시 쿠마이 부두 모습.

# 절대자의 출현

폰독 탕귀에서 한 시간 배를 타고 가면 캠프 리키다. 이곳은 오랑우탄 연구로 일생을 바쳤던 비루테 갈디카스(Birute Galdikas) 박사가 1970년대 초반부터 연구와 치료를 병행해오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에 있는 오랑우탄은 순하다.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길들여졌기에 사람을 봐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순치(馴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피딩 사이트는 걸어서 30분 거리로, 캠프 리키에서 가장 크고 힘있는 '톰'의 만찬장이다. 여기에도 큰 식탁에 바나나가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30분을 넘게 기다려도 톰이 나타날 기미가 없다.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오랑우탄 20여 마리가 쉴 새 없이 들락거릴 뿐이었다. '허탕쳤구나'라며 발길을 돌리려는데, 가이드가 톰이 캠프 리키에서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캠프 리키로 얼른 걸음을 옮겼다.

밀림 속에서 만난 멧돼지들. 의외로 난폭하지 않다.

 캠프 리키에 도착하자 갑자기 사람들이 '우와~' 탄성을 질렀다. 가이드도 "모두 뒤로 물러서라"며 연신 주의를 줬다. 누가 봐도 이놈이 톰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만한 덩치의 오랑우탄이 10m쯤 앞에서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가이드는 몸무게가 200㎏ 쯤 되고 나이도 서른살 가까이 된다고 알려줬다. 이제껏 봤던 오랑우탄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곳의 왕이라고 하더니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톰의 덩치에 완전히 압도 당한 사람들은 톰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오면 두 발짝 물러났다. 톰이 '으르릉' 소리를 내자 사람들은 계속 뒷걸음치다 결국 톰에게 모두 길을 열어줬다. 역시 왕이었다.

 톰 뒤에는 덩치가 작은 오랑우탄이 한 마리가 따라다녔다. 애인 '아리아'로 톰과는 띠동갑 넘게 차이가 나는 어린 신부다. 가이드가 농담을 던졌다. "오랑우탄이 사람과 가장 닮은 것 맞지요? 오랑우탄도 어린 여자를 좋아하잖아요." 아리아는 톰과 달리 수줍은 듯이 나무를 타고 사람을 피해서 갔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이 절대자의 눈에 들 만한 외모였다.

캠프 리키에서 가장 힘있는 오랑우탄인 톰. 톰이 나타나자 관광객들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 리얼 야생 체험

탄중푸팅 국립공원 탐방은 대개 2박3일 일정으로 구성되는데 '클로톡(Kelotok)'이라는 2층짜리 통통배 안에서 잠자리와 식사를 해결한다. 샤워는 강물을 길어 사용한다. 흙탕물이면 최소한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감수해야 한다. 선수나 선미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면 침대가 된다. 모기장은 꼭 쳐야 한다. 물론 전기는 없다. 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야생 그 자체의 생활이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톰. 몸무게가 200㎏ 가까이 나갈 만큼 덩치가 크고 털도 많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다. 은은한 촛불 아래에서 현지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제법 낭만적이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 온 관광객은 애인이나 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선미에 누워 쳐다보는 밤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과 깜깜한 밤하늘에 군데군데 은빛 얼룩을 묻히고 있는 은하수,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별똥별까지.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수없이 많은 반딧불이를 봤는데, 여기 반딧불이는 우리나라처럼 날아다니지 않았다. 대신 강가에 늘어선 야자수에 딱 달라붙어서 크리스마스 트리 마냥 밤새 반짝거렸다. 길게 이어지는 강변을 따라 반짝이는 불빛은 평생 잊기 힘든 장관이었다.

● 여행 정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까지는 대한항공과 가루다항공이 직항편을 운행한다. 약 7시간 걸린다. 칼리만탄섬에 들어가려면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데, 자카르타부터 도착지 팡칼란번(Pangkalanbun)까지 1시간20분 걸린다. 여기서 다시 비포장 도로를 20분쯤 달리면 쿠마이(Kumai)다. 탄중푸팅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곳이다. 쿠마이에서 클로톡을 타고 5분쯤 들어가야 비로소 탄중푸팅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칼리만탄섬의 실핏줄 같은 세코니어강(Sekonyer River)이 시작된다.

 탄중푸팅 국립공원 탐방 여행은 열대우림의 야생을 그대로 경험하는 일과 같다. 안락한 편의시설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바르는 모기약이 특히 큰 도움이 된다. 10월 기후는 섭씨 30도를 약간 웃돌고, 요즘은 건기여서 비는 자주 오지 않는다.

 탄중푸팅 국립공원 탐방 상품은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 트래블러스맵(www.travelersmap.co.kr)에서 취급한다. 인도네시아 오랑우탄 탐방 여행의 경우 최대한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에서 여행이 이루어지고 여행 경비의 일정 부분을 오랑우탄 보호와 치료에 쓰는 방식을 고수한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뿌듯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02-2068-2788~2799.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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