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돌아와줘 고맙다" 딸 유해 찾은 '엄마의 굴착기'

김현기 2011. 9. 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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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현기]

쓰나미 피해로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숨진 일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오카와 초등학교 부근에서 나오미가 굴착기로 딸 고하루의 시신을 찾고 있다.

"내 딸아. 이렇게라도 돌아와 줘서 고맙다."

 지난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행방불명됐던 히라쓰카 고하루(平塚小晴·12)양의 어머니 나오미(37)는 22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오미는 이날 병원 측으로부터 지난 8월 발견된 신원 미상 시신 일부의 DNA를 감식한 결과 고하루의 것이 맞다는 최종 결과를 전달받았다.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딸이 다니던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石卷)시 오카와(大川) 초등학교는 쓰나미에 휩쓸렸다. 전교생 108명 중 70명이 숨졌다. 아직도 4명이 행방불명이다. 나오미는 딸 고하루를 찾기 위해 대지진 이튿날부터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딸이 아끼던 양말과 장화를 신고 고하루의 이름을 목이 터지게 외쳤다. 하지만 허사였다. 사고 후 100일이 지나자 나오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하루. 엄마가 너의 시신 일부라도 꼭 찾아줄게. 기다려."

 나오미는 바로 운전학원에 다니면서 중장비 운전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이시노마키시에서 굴착기를 빌려 오카와 초등학교 주변 땅을 파헤치는 나날이 계속됐다. "제발 내 딸아 돌아와 다오."

 나오미의 애틋한 모정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나오미가 굴착기 작업을 하던 지난 8월 9일 오카와 초등학교에서 5㎞가량 떨어진 바다 연안에서 신원 미상의 시신 일부가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편 신이치로(45)와 단숨에 달려갔다. 손상이 심해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내의를 겹으로 입은 상태를 본 부부는 딸 고하루임을 확신했다. 대지진 당일 날씨가 쌀쌀해 딸에게 내의를 겹으로 입혔기 때문이다. 최종 감식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오미 부부는 시신 일부를 집으로 옮겨 와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고하루, 그래도 아빠·엄마가 알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이렇게 돌아왔구나. 너무나 고맙다."

 하지만 나오미는 이후에도 매일 굴착기에 올라탔다. DNA 최종 결과가 나온 22일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는 4명의 오카와 초등학교 어린이를 찾기 위해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luckymanjoongang.co.kr >

▶김현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khk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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