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사업, 뿌리째 흔들린다.. 지자체·주민 반발에 규모·일정 변경 속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겨냥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사업지구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LH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내 6곳(1∼5차 지구 및 위례신도시)에서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사업지구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5차 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급물량을 당초 9600가구에서 4800가구로 50% 줄이자는 과천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과천시장 주민소환 운동까지 벌이며 사업지구 지정을 결사반대했던 주민들에게 항복한 것으로 보금자리주택 지구 가운데 지자체·주민의 반대에 밀려 사업을 대폭 축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국토부 결정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민들이 지구지정 취소 소송까지 낸 하남 감북(4차) 등 다른 사업지구의 주민 반대 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남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과천의 사례에 고무돼 하남도 주민들의 지구 취소나 물량 축소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사업구조조정으로 광명 시흥(3차)은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하남 미사(1차)와 시흥 은계·부천 옥길(2차), 위례신도시 등은 토지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청약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이 당초 일정보다 최소 5∼6개월씩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휘청이면서 정부가 내년 말까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보금자리주택 32만 가구를 짓기로 했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처지다. 올해까지 사업 승인을 받은 물량은 13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년에 18만4000가구의 사업승인을 추가로 받아 목표치를 채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천의 경우 2009년에 도시개발사업으로 지정된 것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한 것으로 주민들과의 공생을 위해 물량을 줄인 특수한 사례"라며 "정부는 LH, 지자체 등과 긴밀히 협의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님비(NIMBY·기피 시설이 주변에 설치되는 것을 반대) 현상 같은 지역 이기주의가 서민주택 공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보금자리주택=주변 집값 하락이라는 인식 때문에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업추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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