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선정 아름다운 교회길] (19) 경기 양주 주내감리교회

2011. 7. 2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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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기도 4년… 사찰 들어설 땅에 교회당 우뚝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고 길을 나섰다. '특별한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아니 그런 게 있을 것 같았다. 사찰이 들어서기로 예정됐던 곳에 100명 남짓한 시골교회 교인들이 교회당을 세웠다는 사실 때문이다.

막바지 장맛비가 제법 위력을 떨친 지난 주말,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 주내감리교회를 찾았다. '만송동 교차로'를 목적지로 검색해 나선 길은 의외로 쉬웠다. 교회는 양주신도시의 고읍지구 외곽에 하얀 신축 건물로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멀리 천보산을 등진 채 신도시를 눈앞에 둔 교회는 겉보기에 평범했다. 하지만 교회당이 세워진 과정과 교회 속 다양한 사연들을 알아가면서 뭔가 특별한 실체가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간증을 담은 교회

주내감리교회가 이곳에 자리 잡은 건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지난 4월 하나님께 봉헌예배를 드렸으니 공식적으로 하면 이제 겨우 3개월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미 4년 전부터 이곳에 교회당을 세우고자 열망하며 뿌린 기도의 눈물은 400여평 대지를 흠뻑 적시고도 남는다. 인간적인 셈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김상혁(46) 담임목사 부부와 교인들은 교회당 건축 과정을 간증의 터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희가 교회당을, 그것도 사찰용으로 분양된 땅에 지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불가항력적으로 그렇게 이끄셨습니다."

김 목사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긴박하게 이어져온 교회당 건축과정을 회고하면 떨리기부터 한다고 했다. 인간의 뜻과 다른 하나님의 뜻, 그리고 살아서 역사하시는 그분의 손길을 너무나 생생히 보았다는 것이다.

시작은 한 남자 교인의 실성(귀신들림)에서 비롯됐다. 그를 치유하고자 김 목사 부부는 하나님께 전심으로 매달렸다. 그러던 중 기도원의 한 집회에서 부부는 4시간여 동안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게 됐다. 그 교인이 깨끗이 회복됐음은 물론 갑자기 교회 안이 성령의 물결로 출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생각지도 않았던 교회당 건축 바람이 교회 안에 불기 시작했다. 사찰에 분양된 신도시 종교용지의 계약이 파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교인들이 그곳을 '하나님이 주신 산지'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계약파기 소식을 전했던 김종안 집사는 "참 희한한 일이었다"는 말을 몇 차례 되풀이했다.

"교회에서 건축헌금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7억원 정도의 헌금 약정을 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 하나님이 일하신다는 확신이 번졌습니다. 목사님이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하지만 부요한 교회

김 목사는 그간 써온 자신의 목회 단상을 묶어 '하날에 계신 우리들 아부지여'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교회 건축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10여년 전 전임 교회에서 '요즘은 교회가 유행이라지'라는 베스트셀러를 펴내 교회당을 지은 적이 있다.

김 목사의 사정을 알게 된 감리교단 목회자들이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교회 바깥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천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보내주는가 하면, 딸의 결혼자금이나 해외여행 경비를 송금해오는 등 갖가지 도움이 답지했다. 급기야 '대한감리회유지재단' 명의로 15억원의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마침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때 또 한 명의 하나님의 사람이 예비돼 있었다. 김 목사가 감신대 재학 중 교육전도사로 일한 인천의 한 교회에서 알게 된 토지종합건설 대표 이상호 장로였다. 20여억원의 공사비를 외상으로 처리, 착공해준 것이다. 홍익대 건축공학과 박호견 교수는 설계를 맡아줬다.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교회당입니다. 보면 볼수록 운치가 있으면서 큰 지진에도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졌습니다. 보온효과가 탁월해 한겨울에도 실내온도가 영상 1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주내감리교회는 별도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못했다. 김 목사와 교인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여 최소한의 공사를 하고 끝냈다. 목양실만 해도 그렇다. 서너 평 좁은 공간에 자리한 소파의 칠이 벗겨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리 높이가 맞지 않아 벽돌로 고이기까지 했다. 벽에 걸려 있는 작은 에어컨은 '고물' 수준이었다.

"교회당 설비나 비품뿐 아니라 성구까지 대부분 중고품으로 마련하거나 얻어왔습니다. 교회 장의자도 인근 다른 교회에서 버리는 것을 얻어왔습니다. 수송비를 아끼려고 교인들과 후배 목회자들이 힘을 모아 날랐죠. 성전의 십자가는 나무를 얻어와 직접 만들었습니다."

꿈을 간직한 교회

야간에 주내감리교회를 찾을 필요도 있다. 환하고 붉은 네온 십자가 탑이 치솟은 여느 교회당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교회 이름과 함께 은은하게 비치는 형광등 십자가가 이채롭다. 전혀 눈이 부시지 않는다. 절전 효과도 있는데다 인근 주민들을 위한 배려다. 교회당 냉난방을 비롯한 모든 시설은 최대한 친환경적이다.

주내감리교회는 1980년대 초반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시작돼 99년 양주시 광사동의 한 아파트 지하상가로 옮겼다. 교인 30명 안팎으로 정체를 보이다 2002년 김 목사가 부임한 뒤 조금씩 성장세를 탔다.

주내감리교회 정문을 들어서면 맨 처음 만나는 게 '함지 카페'다. 교인은 물론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교제하는 곳이다. 집안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와 서로 바꾸거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기도 한다. '함지'는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뜻 외에 '함께 지키자'는 의미도 갖고 있단다.

주내감리교회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참된 교회의 모습을 만방에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교회당 건축 과정에서 깨우친 하나님의 뜻과 능력, 그분의 사랑과 소망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말씀과 영성이 살아서 꿈틀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0년에 걸친 어머니의 서원기도로 태어났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 목사는 "이제야 목회의 의미와 가치를 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엇에 홀린 듯 몇 차례나 교회를 돌아봤다. 이전에 못 느꼈던 감정이 가슴 가득 밀려들었다. '참 아름답다.' 그리고 "아직 적지 않은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는 김 목사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 주내감리교회 가는 길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의정부IC로 나가 포천 의정부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장암삼거리를 지나 언덕을 넘어 43번국도 양주 방향으로 쭉 가면 장춘교차로를 만난다. 교차로에서 고읍동 방향으로 우회전해 조금 가다 농협 건물을 끼고 다시 우회전한다. KT 기지국을 지나 좌회전하면 교회가 보인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 707번지' 혹은 '고읍 주공8단지 정문' '고읍 휴먼시아 8단지 정문'을 입력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지하철 1호선 양주역에서 내린 뒤 횡단보도 건너서 82번 시내버스를 타고 고읍주공8단지 정류장에 하차한다.

■ 근처 맛집 '고읍볏짚통삼겹살'

양주시 광사동 단독택지 상가의 고읍볏짚통삼겹살(031-843-3339)은 주민들에게 꽤 괜찮은 외식업소로 알려져 있다. 볏짚삼겹살이란 품목이 보편화돼 있지만, 이 집만의 색다른 맛과 멋을 갖고 있다.

문을 들어서면 자연스레 주방 쪽으로 눈길이 향한다. 보통 음식점 주방은 가려져 있지만 이곳은 완전히 개방돼 있다. 잘 정돈된 공간에서 일하는 깔끔한 조리사의 모습이 보인다.

자리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면 여느 고깃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명을 비롯한 제반 시설이 마치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연상시킨다. 흔히 고깃집하면 연상되는 자욱한 연기, 지글지글 고기 익는 냄새 등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벽면을 장식한 전통화는 주인장의 튀는 감각을 엿보게 해준다.

이제 차림표를 보자. 국내산 생고기 200g 1만원, 칠레산 볏짚통삼겹살 200g 7500원, 생고기 500g 2만7000원, 볏짚삼겹살 500g 2만4500원 등이다. 업주 유원곤(37)씨는 "가격은 일반 고깃집과 비슷하지만 맛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메뉴인 볏짚삼겹살을 씹으면서 느껴지는 은은한 냄새가 특이하다. 고기맛 못지않은 자랑거리는 밑반찬이다. 매콤달콤한 콩나물파무침과 개운한 미역국이 인상적이다. 맛보기로 고구마를 구워 먹도록 한 배려도 고맙다. 2000원을 더 쓰면 별미로 뚝배기에 불룩 부풀어 오른 채 나오는 계란찜 맛을 볼 수 있다. 3000원짜리 추억의 도시락도 이 음식점의 '야심작'이다. 흰쌀밥에 김치볶음 멸치볶음 반찬을 담고 반숙 계란을 얹은 도시락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양주시 광사동 680-10.

양주=글 정수익 선임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sag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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