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선교 일러스트레이터 이준천씨, 33개국 돌며 교회로고 제작.. 열방을 품다

2011. 7.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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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 무한경쟁, 승자독식…. 서바이벌 오디션에 열광하는 요즘, 경쟁보다 '개척'을 외치는 청년이 있다. 1년4개월간 33개국 선교지를 다니며 디자인 선교를 펼친 광고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준천(37)씨 이야기다.

이씨는 선교지를 돌며 무료로 교회 로고와 전도지를 제작했다. 이른바 '디자인·아트 사역'이다. 그리고 이를 모아 비전트립 안내서인 '미션아트북'(두란노)을 최근 내놨다. 책에는 여행 필수품부터 선교지 역사 및 기도제목까지 선교정보와 사진, 알록달록한 자신의 그림을 담았다. 다른 여행자들과 선교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열방네트웍'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하나님은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대를 개척하고 도전하는 역할로 부르셨죠. 이것이 성경에서 번성하고 생육하라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그도 한때 '성공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라 믿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이씨는 서울산업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기업과 언론사를 비롯한 30여회의 공모전 수상경력, 광고 및 브랜드, 캐릭터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스펙'을 쌓았다.

경력을 인정받은 이씨는 좋은 조건으로 디자인 회사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년4개월 만에 명예퇴직을 당한다. 33세, 아직 젊은 나이였다. '실패한 디자이너'란 꼬리표가 싫었다. 10년간 해온 디자인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던 차에 영국에 있던 친구가 "이젠 영국도 선교지"라며 그를 불렀다. 원래 선교에 뜻이 있었던 그는 이번이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구를 돌면서 선교현장을 보기로 마음먹고 아프리카부터 유럽과 미국, 아시아 순으로 복음의 서진(西進) 루트를 돌기 시작했다. 이씨의 목표는 명확했다. '디자인으로 선교현장에 보탬이 되자.' 이를 위해 세계 각지에 있는 선교사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했고 답장 속에서 현지의 필요와 영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33개국을 다니면서 그는 열방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됐다. 쓰레기 마을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집트 그리스도인, 생명을 걸고 믿음을 지키는 유대인 그리스도인 등을 보며 인간이 아닌 하나님께서 이들을 위해 일하심을 목격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하나님이 일꾼을 부르신다는 것을 알았다.

"선교지를 돌며 피부에 와 닿았던 것은 교회가 세워지는 원리였습니다. 희망이 없는 땅에 복음이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역사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선교에 참여하게 되죠. 주님께서 우리나라를 물질적으로 축복한 이유는 선교를 위함입니다."

그는 여행을 통해 '고난을 이기는 힘'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난은 축복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보다 명확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만 보더라도 실직 때문에 미션트립에 도전할 수 있었고, 여행 중 돈이 떨어졌기에 세계 각지의 모습을 담은 그림엽서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잖아요."

올 여름도 튀니지와 중국으로 비전트립을 간다는 그는 '미션아트선교센터'를 세우는 게 꿈이다. 청소년들에게 디자인으로 꿈을 심어주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마지막 때 우리 청년들이 하나님의 역사를 쓰는 사람(History maker)이 됐으면 좋겠어요. 스펙을 쌓고 안주하기보단 용기를 갖고 새로운 세상에 나가 하나님을 만나는 데 욕심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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