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일본 엄마들 분투

박소영 2011. 7. 12. 00: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박소영]

박소영도쿄 특파원

일본에서 신학기가 시작되는 4월 초, 아이가 다니는 도쿄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 알림장이 날아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무렵이었다.

 사고 후 "학교는 방사능에서 안전하냐" "학교 급식에 쓰는 식재료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밝혀달라"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PTA(학부모·교사 모임)에서 보내온 이 알림장에는 "그간 후쿠시마와 도치기 등 동북 지역과 지바·야마나시 같은 수도권 지역의 식재료를 많이 이용했으나 앞으로는 관동 이남 지역 재료를 대폭 이용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었다. 얼마 후 도쿄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수돗물이 걱정스러운 가정에선 물통을 들려 보내라"는 쪽지도 날아왔다.

 지자체들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학교 건물 안과 밖, 수영장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맞벌이 가정 자녀가 방과 후 이용하는 공립 학동클럽에서도 보호자회의에서 "건물 내부와 꽃과 야채를 키우는 텃밭의 방사능 수치가 0.06~0.07마이크로시버트"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지진 직후 외국인들의 출국 러시가 크게 부각됐지만,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지난달 도쿄와 지바·사이타마 등 수도권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인들도 약 10%가 원전 사고 직후 다른 지역으로 아이들을 일시 피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무렵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동북 지역, 특히 후쿠시마 돕기 캠페인을 벌였다. 수퍼엔 또다시 동북 지역 농축산물들이 주류로 등장했다. "100%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일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달엔 학교에서 "파·시금치 등 일부 급식 식재료를 지바와 사이타마 등 도쿄 인근 지역 것도 쓰기로 했다"는 알림장이 날아왔다. 서서히 원래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던 지난 주말,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5㎞ 떨어진 미나미소마시에서 출하된 소에서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됐다. 같은 농가에서 출하된 11마리 소에서 모두 세슘이 검출됐고, 1㎏당 최고 3200베크렐로, 기준치보다 6배나 많았다. 5월과 6월에 식용 고기로 처리된 5마리는 이미 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생선과 해조류의 안전성은 물론, 앞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될 쌀도 걱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라던 일본의 자존심은 내팽개쳐진 지 오래다.

 11일 오전엔 도쿄 신주쿠 일부 지역에서 예고 없이 1시간 넘게 정전이 되는 사고가 있었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도쿄 날씨에 몇 시간씩 냉방이 끊어진다면 어린이와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일본 엄마들은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먹을거리와 환경에 더해 정전과 살인적인 더위에서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어머니와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조사한 '2010년 어머니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60개국 중 일본은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 32위에 올랐다. 보이지 않는 적(방사능)에 맞서 분투하고 있는 요즘 일본 엄마들의 삶은 분명 32위보다는 한참 아래로 보인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재팬 엑스포, 한류로 도배" 日네티즌 부글부글

"재산 계산 못해" 630억원짜리 집에 사는 한국인

20년간 매달 500만원! 연금복권 1등 2명 알고보니…

'세계1위 美병원' 존스홉킨스 "한국과 끝났다"

중국이 45년치 돈을…北나진신항 최신 조감도 보니

北 무직자, 지하 벙커에서 은밀히…

마약하고 BMW 운전한 여성 "우리 아빠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