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39) 이대엽 사건

장상용 2011. 6. 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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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엽과 취해 쓰러져 결국 촬영 펑크

[중앙일보 장상용]

이대엽(오른쪽)과 조미령이 주연한 영화 '경상도 사나이'(1960). 이대엽은 이 영화를 통해 영남지역에서 최고 인기를 얻었다. 이후 '욕망의 결산'(1964)에서 신성일을 만났다. [중앙포토]

1964년 2월 '맨발의 청춘'이 개봉했을 즈음이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로 촬영한 작품이 '욕망의 결산'이었다. 갓 데뷔한 임권택 감독, 나와 이대엽·김혜정이 호흡을 맞춘 '욕망의 결산'의 배경은 부산 부둣가 뒷골목이었다. '맨발의 청춘'류 영화였다. 내가 이대엽 조직의 부하, 김혜정이 이대엽의 여동생 역을 맡았다. 태종대에서 나와 김혜정이 데이트 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촬영팀은 광복동 파출소 뒤편 30m 거리에 있는 여관에 숙소를 정했다. 광복동에 호텔이 있었지만 값이 비쌌다. 국제시장과 극장 3곳(제일극장·부산극장·부림극장)이 있던 광복동 거리는 부산에서도 가장 번화했다. 광복동에서 태종대까지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부산항 제3부두에서 똑딱선을 타고 태종대로 들어가야 했다. 첫날은 제3부두 촬영이었다.

임권택 감독

 해가 떨어지자마자 촬영이 끝났다. 세 살 위 선배이자 공군 출신인 이대엽이 내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성일아, 술 한 잔 하자!"

 내키지는 않았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부산 시내 술집을 구경했다. 이대엽은 나를 부산진역 앞으로 데려갔다. 그곳 술집은 주로 외항선 마도로스들을 상대했다. 1960년대에는 귀했던 맥주와 양주들이 넘쳐났다. 이대엽이 그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곳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그를 알아본 종업원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대엽이 전부터 잘 아는 집인 것 같았다.

 "대엽 오빠, 오빠."

 보통 인기가 아니었다. 당시 경상도에서 이대엽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법했다. 60년 출연한 영화 '경상도 사나이' 주인공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내가 아무리 '맨발의 청춘'으로 스타가 됐다고 하지만 그곳에선 이대엽에 비할 바 아니었다. 이대엽이 나를 소개했다.

 "내 뒤에 신성일 왔다!"

 더 난리가 났다. 우리는 술집 주인과 아가씨들에게 떠밀리다시피 해 2층으로 올라갔다. 조니워커 같은 고급술이 들어왔던 것 같다. 남자는 나와 이대엽뿐인데, 여자는 8명 정도였다. 선배 박노식에게 발길로 얼굴을 얻어맞고 '술은 저렇게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 넣었던 나였지만 그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부산 지리에 완전히 어두웠던 데다 이대엽이 마주앉아 나를 꽉 누르고 있었다. 독한 양주 탓에 나는 완전히 인사불성이 됐다. 얼만큼 마신지 몰랐다.

 아침에 눈을 떴다. 창을 걷어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심장이 덜컥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촬영을 위해 모두들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내 몸을 살펴보았다. 옷은 다 입고 있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대엽도 보이지 않았다. 옆 방에 가 보니 그가 잠에 취해 있었다. 나는 고함을 질렀다.

 "대엽이형, 일어나!"

 상황을 파악한 이대엽도 "큰일났다"며 뛰어나왔다. 현장에선 이미 난리가 났다. 주연배우 두 명이 행방불명 됐으니…. 범아영화사 제작부장은 사색이 됐다. 그때 제작사와 임권택 감독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제3부두에서 똑딱선을 타고 태종대 부두에 도착해 로프를 잡고 올라서는데 몸이 으슬으슬했다. 끔찍한 사건의 전조였다.

신성일

정리=장상용 기자 < enisei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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