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의한 피부 노화 메커니즘 규명

2011. 5. 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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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500여개 글로벌 기업과 1만5000명 이상의 피부과학자들이 280여개 학술 세션에 참석하는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World Congress of Dermatology)가 5월 24일부터 6일 동안 서울에서 개최된다. 120년 역사를 지닌 세계피부과학술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1982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이후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워낙 규모가 커서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된 의학학술대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제22차 세계피부과학술대회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대한피부과학회는 2002년부터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사격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세계피부과학술대회 플래티넘 후원 업체다. 참고로 세계피부과학술대회 후원 업체는 후원금에 따라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실버, 브론즈 등 4개의 업체로 구분된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은 로레알(다이아몬드 후원 업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후원금을 냈다. 또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참가 기업 중 최다인 17개의 논문을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1954년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설립한 이래 1978년 태평양기술연구소를 개설했고, 1992년에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총면적 1만7200m² 규모의 태평양기술연구원 '성지관'을 설립했다. 2001년 첨단 시설을 갖춘 헬스 연구동을 신축했고, 지난해 9월에는 총면적 2만6000㎡ 규모의 제2연구동인 '미지움'을 준공했다. 미지움은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지혜(智)의 장(um)'이란 뜻과 '미지(未知)의 세계를 개척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현재 350여명에 달하는 연구 인력이 기술연구원에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R&D 성과는

R&D연구소 설립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열에 의한 피부 노화(thermal skin aging)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팀과 1999년부터 10년 동안 공동 연구를 통해 피부가 반복적으로 열에 노출될 경우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0분 동안 강렬한 햇볕에 노출될 경우 피부온도는 최대 섭씨 43도까지 상승한다. 피부온도가 37도 이상이 되면 열 때문에 혈관 면적이 증가하고 콜라겐섬유와 탄력섬유가 파괴돼 피부 노화가 가속화된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가 노화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R&D를 통해 규명한 열 노화 메커니즘을 활용해 아모레퍼시픽은 열 노화를 줄여주는 소선보크림을 내놓았다. 소선보크림은 자외선 차단은 물론, 외부의 열과 스트레스, 긴장으로 발생하는 피부 내부 열까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 크림이라고 아모레 측은 설명했다. 열을 차단하기 위해 소선보크림은 한의학 약재를 활용했다. 외부 열은 편백다당체, 내부 열은 오매, 항산화 효과는 백화사설초 성분을 활용했다. 덕분에 소선보크림은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열의 40% 이상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주름 개선 기능성 원료인 엘라티네이트도 R&D 산파의 산물이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는 주로 신약을 합성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인 컴퓨터이용분자설계기술(CAMD·Computer Assisted Molecular Design)을 화장품에 적용해 엘라티네이트를 추출했다. 엘라티네이트는 주름이 막 생기기 시작한 경우 초기 노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물질(EGCG· Epigallocatechin-3-gallate)을 화장품 제재로 만들어낸 것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다. EGCG는 생리활성 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이 성분을 분리할 경우 생리활성 작용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는 표면침착기술을 통해 유효 성분이 탈착하도록 유도한 다음 EGCG를 추출해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녹차, 은침차(silver needle tea), 골드우롱차(gold oolong tea) 등에 들어 있는 신성분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제주 녹차에서 EGCG를 추출한 안정화 기술은 지난해 기술표준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인증하는 NET(New Excellent Technology)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추출한 EGCG 성분을 마몽드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피부 노화 개선 기능성 화장품에 적용하고 있다.

레티놀의 안정성 극대화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레티놀 안정성 극대화 기술은 유동층 코팅 기술을 이용해 레티놀 성분을 추출한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최초로 안정화에 성공했다. 레티놀 안정화 기술은 국내 화장품 기술 발전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정부로부터 '20세기 한국의 100대 기술'로 선정되고 2006년 보건복지부 우수기술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 기술이 적용된 상품이 아이오페 레티놀 제품이다.

최근에는 홍삼 유래 희귀 활성 성분의 효능 극대화에도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단 홍삼 유래 성분이 피부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규명했다. 그리고 홍삼의 희귀 성분인 진세노사이드를 대량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효소 처리된 홍삼 사포닌은 식약청에서 기능성 성분으로 인증받았으며 국제화장품규격집에 등재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에 홍삼 성분 효능 극대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인터뷰 강학희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부사장

"식품영양학·BT·천연소재학 등 총동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나요.

미백, 보습, 항주름, 복부비만 등 주로 피부 과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합니다만,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총동원됩니다. 의약 분야와 건강식품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인삼, 약콩, 녹차 등 천연물 소재 연구를 강화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다양한 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매년 총매출액의 3%대를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관과 R&D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나요.

2009년에는 웨이츠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 교수와 3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피부세포 모사체 화장품의 원료를 개발했습니다. 현재 중국 상하이 현지법인 소속의 상하이연구소를 통해 베이징대, 푸단대, 쓰촨대 병원 피부과와 공동으로 중국 여성 피부의 특징을 연구하고 있어요. 올해 4월부터는 싱가포르의 국가 과학연구기관인 A·STAR(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산하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와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죠. 아모레퍼시픽은 2년 동안 10만달러 이상의 R&D 비용을 투자해 A·STAR와 함께 항노화 기술에 핵심이 될 신소재를 확보하고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R&D 성과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1990년부터 1992년까지 프랑스 현지법인 공장장을 역임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법인은 아모레퍼시픽의 첫 국외 법인이었죠. 1991년 프랑스 '액티브 인그리디언트 심포지엄' 학술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레티놀을 접했습니다. 3년 동안 연구를 진행한 끝에 레티놀 기술 개발에 성공했죠. 아모레퍼시픽이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을 출시하자 이후 경쟁사의 유사품들이 등장하는 등 레티놀 붐이 일어났습니다. 글로벌 화장품기업들도 마찬가지였죠. 레티놀 출시 당시 기능성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저희 제품을 계기로 현재는 기능성화장품 관련법도 제정됐습니다.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신다고요.

하하. R&D 성과를 체험하고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출시되는 화장품은 죄다 제 손등에 발라봅니다. 영양크림, 에센스 등 안 발라본 화장품이 없을 정도예요. 덕분에 제 왼쪽 손등은 오른쪽 손등보다 훨씬 보들보들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가끔 제 왼쪽 손등과 오른쪽 손등을 비교해보고 놀라더라고요.

향후 R&D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모레퍼시픽의 중장기 연구 비전은 '자연 유래 소재와 첨단 바이오기술의 접목을 통해 아시안 뷰티 상품을 개발하고 지속가능한 R&D를 실현해 나가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콩, 인삼, 녹차를 중장기 3대 핵심원료로 선정하고, 선·후천적 피부 특성에 기반한 세포체 및 유전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도 3대 핵심원료와 세포체, 유전체 연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아시아 최고 바이오기술을 보유한 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고 역량을 갖춘 연구진 육성을 위해 전담연구원제를 실시하고, 바이오 연구의 세계적 대가를 영입할 예정입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6호(11.05.18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판빙빙 칸영화제 드레스, 국제 망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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