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시한폭탄'..집값상승 기대심리 차단해야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한국은행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와 관련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경우 가계의 대출규모 축소 및 건전성 제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점에 비추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 급증
한국은행은 28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0년말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3조원으로 전년대비 8.9% 늘어나 2009년(7.3%)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2010년 하반기 들어 주택 거래량 증가와 함께 주택시장이 회복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고, 신용대출도 비은행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2010년중 서민금융회사(상호저축, 신용조합 등) 가계대출은 16.7% 늘어나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4%)을 크게 상회하였다. 특히 금리수준이 높은 신용카드사의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9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세가격은 입주물량의 큰 폭 감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수요 확대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택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물가상승기에는 주택시장 심리가 조금만 개선되더라도 부동산시장으로 시중자금이 유입되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가주택담보 차입자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고가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차입한 가계일수록 과다차입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담보가액 3억원 이하의 차주는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이 190%인 반면, 9억원 초과 주택보유자의 경우 360%에 달했다.
소득 대비 대출액이 600%를 초과하는 과다차입자 비중도 담보가액 9억원 초과의 경우 50%에 육박하며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고가주택담보 차입가계일수록 이자만 납입하는 일시상환대출 비중이 높은 점에 비추어 고가주택담보 차주들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과다차입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가구원수 감소 등으로 고가 대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대형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할 수 있어 이들 가계의 취약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DTI, 건전성에 효과 있어
보고서는 DTI 규제가 도입 취지대로 대출규모 축소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그 근거다.
또한 DTI 규제 非적용대출의 경우 과다차입자(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 600% 초과)비중이 30%에 달해, DTI 규제 적용대출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DTI 규제는 2005년에 도입되었으나 집단대출 등 적용 예외가 많고 규제 적용지역도 확대·축소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서 DTI 규제가 적용된 대출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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