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식량 밀무역 장면 포착 .. 심각한 식량난에 전염병까지

김진희 2011. 4.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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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진희]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에서 밀거래가 이뤄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여인이 자전거에 물건을 싣고 와 흥정을 벌인 뒤 다른 여인에게 넘기는 장면이다. 부대의 모양으로 미뤄 식량으로 짐작된다. 이 사진에는 '폭리를 취하는 사람'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중국사이트(차오시안)가 최근 이 사진을 공개했다. 밀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왜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한 생활을 하는 지 짐작케하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론 겨우 몇 끼니 정도를 때울 만한 소량의 식량이라도 웃돈을 주고 몰래 살 수 밖에 없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가늠케 한다.

물론 이렇게라도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좀 사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거나 질병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죽하면 북한 당국이 산에 나무를 심도록 대대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당국의 눈을 피해 화전을 일구기 위해 산에 불을 놓겠는가.

북한 당국은 올해 1월1일부터 전국에 양곡증산을 독려하는 포스터(사진)를 붙였다. 하지만 농기구도 변변치 않은데다 비료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증산이 이뤄지리라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은 거의 없다.

◇설사병 걸렸는데 인분 모으기 운동=지난 2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유엔아동기금(UNICEF)과 함께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 실태를 조사한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북한 내에서 108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의장 격인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최근 영국을 방문해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며 다급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평양에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유행하던 전염병인 파라티푸스가 확산되고 있다. 고열과 설사를 동반하는 이 병은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지 못해 면역력이 약화됐을 때 잘 걸린다.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해 가을부터 파라티푸스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부 구역에는 "두 집 건너 환자가 있다"는 말이 들릴 만큼 환자 수가 많다. 당국은 약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식량난이 심각하던 시절 아사자 대부분이 영양실조로 이 병에 감염돼 사망했다.

비료 부족도 심각하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지난 연말 '새해 첫 전투일'을 준비하기 위해 때아닌 인분을 모아야 했다. 당국에 바쳐야 하는 비료를 대신하기 위해서다. '새해 첫 전투일'은 올 1월 1일 설 이후부터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까지 성인부터 학생들까지 총동원돼 논밭에 나가 비료나 인분을 뿌리는 기간을 말한다. 대북 소식통은 "책임량을 채우기 위해 인분에 연탄재나 흙 등을 섞거나 주민끼리 인분을 훔치는 일도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북한에선 최근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는 장면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주민들이 화전을 일구기 위해 일부러 지르는 불이다. 북한 당국이 라이터를 소지하고 입산하는 사람에게 5000원(쌀 3kg어치)을 부과하고 있지만 산불은 그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오히려 "산불은 하늘이 준 축복"이라고 말한다. 먹고 살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북한 당국이 전국에 내건 양곡증산 독려 포스터.

◇구걸하면서 쌀만 고집하는 이유=북한은 다른 식량은 놔두고 유독 쌀을 달라고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비축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이 추구하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계획의 성과를 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3년 내에 국민경제를 60∼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고위층의 흥청망청하는 생활은 여전하다. 김정일 생일(2월 16일)엔 남방 지역 과일이나 소 힘줄, 고래 고기 등 중앙당 간부들도 들어보지 못한 식품들이 연회장을 채웠고, 상하이에서 상어지느러미와 철갑상어 알 등의 고가 식품을 공수해 간부들에게 선물로 줬다. 생일상 차리는 데만 800만~1000만달러가 들었다.

지난 16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도 거액의 돈이 쏟아 부어진 요란한 폭죽 놀이가 펼쳐졌다. 탈북자들은 "일반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급급해 요란한 생일 잔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진희 기자

▶김진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winny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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