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이시노마키市 구호 현장을 가다.. 日정부도 못하는 '섬김' 교회가 한다

2011. 4. 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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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발생 한 달을 갓 넘긴 12일,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430㎞ 떨어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市) 해안가 주변 마을은 여전히 초토화 상태였다. 차량 통행이 가능하게 도로만 겨우 복구돼 있었다. 도로 주위의 뒤엉킨 차량과 완파된 건물, 꺾인 전봇대와 쓰레기 더미, 상점 주차장에 널브러진 어선 등은 맑은 날씨에도 공포감이 밀려올 정도였다.

이시노마키시 하마소네야마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사립여자고등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2층까지 물이 차올라 각종 쓰레기와 이끼 등이 천장에 붙어 있었고 유리창은 모두 박살나 있었다. 반파된 체육관 건물은 보기에도 흉물스러웠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위대와 경찰이 아닌 민간인 봉사자들이었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마스크를 낀 채 학교 내에 쌓인 흙더미와 각종 쓰레기 등을 치웠다. 요한동경교회(김규동 목사) 소속 자원봉사자들로 조끼 뒷면에 선명한 십자가 표시와 '종교법인 요한교회연합'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학교 영어교사인 후지스마(37·여)씨는 "그동안 교사 10여명이 학교를 치웠는데 며칠 전부터 이들이 와서 도와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연신 90도 각도로 인사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규동(62) 목사도 봉사자들을 격려하며 손수 흙더미 자루를 손수레에 실어 날랐다. 김 목사는 "요한동경교회 36개 지교회 성도들이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봉사자들은 복구 작업과 음식 제공, 구호품 분배 등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교회의 구호 활동은 도쿄의 교회에서 이틀에 한 번꼴로 70∼80명이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2박3일 간의 구호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1000여명이 다녀갔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며칠을 기다리는 성도들도 있다. 교회 내 일본인과 중국인 성도들도 참가해 국제적인 봉사대를 형성했다.

사립여고를 나와 마을에서 10여㎞ 떨어진 유락관 건물을 찾았다. 사회체육 시설이기도 한 이곳에는 쓰나미 경보를 듣고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과 인근 노인병원에서 피신한 이재민 100여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이곳에도 봉사자들이 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금 전 한국에서 도착한 점퍼를 나눠줬다. 기아대책이 제공한 유명 메이커 점퍼였다.

어머니와 붙어 있던 한 여성은 "휴대전화만 갖고 나와 입을 옷도 없었다"며 "추운 밤에 입기에 안성맞춤"이라며 좋아했다. 이 지역은 최고기온이 7∼8도에 불과했고 한낮에도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0도 미만이었다.

구호에 참가한 일본인 대학생 이시카와 도오미(21)씨는 "이재민들에게 다가가면 더 감동을 받는다"며 "기회가 되어 복음을 전했을 때 고맙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있는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무릎을 꿇은 채 불편사항 등을 들으며 복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대피소 안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규모 4.0∼5.0의 지진이 20초 정도 땅과 건물을 흔들었다. 봉사자들의 스마트폰 지진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지만 이미 익숙한 듯 이재민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하마소네야마 마을 시립 와타노하 중학교 건물 3층은 오후 4시가 되자 활기가 돌았다. 교회가 제공하는 국을 배식하는 시간으로, 이재민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때다. 가족 단위로 피신한 60여명의 이재민은 봉사자들이 직접 끓인 국을 받아갔다. 양배추와 돼지고기, 버섯, 당근 등으로 만든 '야채중화탕'이었다. 피난민들은 자위대가 하루 두 번 배식하는 주먹밥과 교회가 나누어주는 국으로 생활한다.

대만 출신으로 봉사에 참여한 황차징(37·여·고리야마교회)씨는 "이재민들은 찬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따뜻한 국을 기다린다"며 "이들을 섬기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황씨와 여성 봉사자들은 이날 피난민을 위해 배식을 포함해 청소 작업, 마사지 봉사를 담당했다.

교회는 인근 가노마타 소학교 3층의 과학실험실에 주방을 설치하고 이시노마키 시내 10여곳의 대피소에 국과 밥을 주 5일, 하루 두 끼씩 800여명에게 제공하고 있다. 센다이요한교회 한승희(40·여) 선교사는 "이재민들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월요일을 가장 기다리고 있다"며 "어떤 주민들은 우리를 '요한사마'라고 부르며 감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는 그동안 피해지역인 센다이에서 60㎞ 북부에 떨어진 이시노마키, 시오가마, 나토리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피해 지역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봉사해왔다. 3주간 진행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강력하게 원하고 있어 4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국내외 교회들도 헌금 지원에 나섰고 일부 단체도 협력하고 있다. 이시노마키=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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