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석달]"보일러 터진 전세도 잘 나간다"

황준호 2011. 4. 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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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공기업에 다니는 송민식(32)씨는 요즘 집 없는 서러움에 치를 떨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평촌에 위치한 24평(79㎡)형 규모 아파트는 지난해 8월말 전세 계약이 만료됐다. 송씨는 인근에서 마땅한 전셋집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보증금을 전세 시세의 절반만 추가로 더 내고 새 세입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지금까지 눌러 살고 있다.

언제 쫓겨나야 할지 불안에 떨던 지난 2월 어느 날 강추위에 집 보일러관이 터졌다. 송씨는 집주인에게 연락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직접 돈을 들여 수리하라. 그렇지 않으면 집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 집주인한테서 "한달 뒤 새 세입자가 들어올 테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2. 용인에 24평(79㎡)형 규모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보성(37, 회사원)씨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보다 껑충 뛴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산에 있는 32평(105.6㎡) 규모 아파트를 팔려고 내놨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박씨는 "인근 지역 전셋값도 많이 올라 이사갈 수도 없다"며 "아파트 일산 집을 팔지 않고는 오른 전세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한숨지었다.

전세난에 집 없는 서민들이 울고 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갈수록 오르고 있고, 그나마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보다 싼 곳을 찾아 외곽으로 자꾸만 밀려나는 '유목민'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정부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쳐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책은 정책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각기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봄 결혼시즌과 하반기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 증가로 전세난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셋값 '껑충', 매물은 '쑥'= 8일 부동산114가 조사한 주간 수도권 주택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세 자금 지원, 입주 물량 조기 확보 등을 담은 전세대책이 나온 지난 1월13일부터 이날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4.22%나 올랐다.

1월초 0.25%의 상승세를 나타내던 전셋값은 1차 전세대책이 나온 이후 오히려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달 말까지 0.77%까지 치솟은 것이다. 2월 들어선 겨울방학 이사 수요가 줄면서 상승세가 절반(0.41%) 수준으로 한풀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 지원 확대, 매입 임대 사업 세제지원 등을 담은 2차 대책이 나온 2월11일부터는 다시 상승 폭이 0.41%에서 0.61%까지 커졌다.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대책이 전셋값을 더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낸 것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7㎡)는 2억5000만원~3억2000만원까지 전세물량이 다양하다. 현재 가격은 2~3주전부터 1000만~2000만원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하지만 인근 청실아파트 이주 등에 따라 다시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소의 설명이다.

서울 강북 돈암 브라운스톤은 25평(전용 82㎡) 전세 매물이 사라진 상태다. 1억7000만~1억8000만원이면 들어갈 수 있었으나 지금은 2억2000만원을 들고도 집주인과 협상을 해야 한다. 인근 대림 e편한세상이나 중아하이츠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근 E공인중개소는 "중소형 아파트 전세는 없기도 하거니와 있어도 집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30평형대도 약 5000만원 가량 급상승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수도권에서도 전셋집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산 강촌마을 5단지 라이프 아파트는 62㎡형이 1500여 가구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 물량이 1개 남아 있다. 한 달 전까지 1억1000만원에 거래가 됐으나 현재 전세가는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용인 수지구 죽전동 벽산아파트 79㎡도 1억4000만원 정도에 집을 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1억8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S공인중개소는 "오리역 역세권이고 강남, 분당 등에서 내려온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다"며 "현재 3개 정도 매물이 있으나 세입자를 기다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하반기 더 오른다"=앞으로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 전세시장은 학군 수요 등에 의한 봄 이사철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다소 소강상태이다. 하지만 곧 봄 결혼 시즌을 맞아 신혼부부 전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들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3월 중순 이후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5월 결혼 시즌이 다가오지만 시장 상황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도 전세시장 불안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여름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선 재개발ㆍ재건축 이주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재개발ㆍ재건축 등으로 철거되는 주택 수는 총 3만5000여채에 달한다.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어 재건축·재개발 공사를 위해 조합원 이주를 준비 중인 18개 사업장 중 상당수가 1000여 가구 이상 하반기에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하반기 서울시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여름 방학 수요, 가을 이사철 수요 등과 맞물릴 경우 가을 전세난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매가격 약세도 전셋값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형진 '부미모(회원 6만명)' 다음 카페 운영자는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해도 싼 집이 없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없고 DTI규제도 부활해 집을 사려는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 거래 축소는 전세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매매시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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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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