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혼선.. 부동산 활성화는커녕 발목만 잡아"
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찾아오는 고객이 없어 한산하다. | 김문석 기자
4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부동산 상가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최근 재개발에 따른 지구단위 계획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살아날 법도 하지만 현장 사정은 전혀 달랐다.
개포동 ㄷ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월에 나온 매물도 거래가 안돼 1000만원 정도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취득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거래가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계약을 했던 사람들도 취득세 때문에 취득세 신고 일정에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곳의 한 중개업소는 사무실을 매물로 내놨다.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중개업소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보니 임대료 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득세 인하를 골자로 한 3·22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관련 지방자치단체와의 사전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시장의 혼선만 가중시킨 꼴이다. 가뜩이나 매수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의 취득세 정책이 결정되면 집을 사자"는 관망세가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 위축되고 있다. 정부 대책이 '활성화'는커녕 거래 실종으로 이어진 꼴이다.
개포 3동의 ㅅ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3·22 부동산대책 발표로 호가만 평형별로 2000만~3000만원 반짝 올랐다가 보름 만에 원위치됐다"며 "연초에 오른 가격을 감안하면 집값은 되레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득세 인하 방침이 결정되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문의전화 한 통 없는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개포동 일대는 76㎡(23평형) 아파트가 6억5000만~7억2000만원, 82㎡(25평형)는 7억5000만~8억2000만원, 102㎡(31평형)는 9억~9억500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개포동 주공1단지의 ㅎ공인 관계자는 "지구단위 계획 호재로 2000만~3000만원씩 호가는 올랐지만 거래물량은 거의 없다"면서 "한 달에 고작 한두 건꼴이어서 임대료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4월 국회에서 취득세 인하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결론나기 전에는 당분간 거래 실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 불신을 가중시키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꼴"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강남구 역삼동의 ㄷ부동산 관계자는 "취득세에 대한 결론이 애매해지면서 계약이나 거래 자체를 보류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대책이 시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취득세 감면이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활성화 대책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취득세보다는 집값 상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따른 기대심리가 확산되기 전에는 부동산 시장의 '매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22 대책 발표 이후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남·서초구를 제외하고는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정부 대책이 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강남·서초구는 4월1일 매매 가격 변동률이 전주보다 0.05%와 0.04%씩 소폭 올랐다. 반면 송파·평촌은 같은 기간 가격 변동이 없었고 양천구, 분당, 용인은 0.01~0.02%씩 내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취득세 인하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놓고 관련 부서 협의조차 안된 상태에서 발표한 것은 미스터리"라며 "취득세를 내리겠다고 하면 내릴 때까지 매수세가 실종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그나마 굴러가는 부동산 시장의 발목만 잡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 김주현 기자 amic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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