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연구 '새 역사' 쓰는 20대 함수정·고은하씨

강찬수 2011. 3.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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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찬수]

인도네시아 자바섬 밀림에서 자바긴팔원숭이(가운데)를 연구하고 있는 고은하씨. [사진=이화여대 행동생태학연구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연구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제인 구달 박사. 국내에서도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영장류의 생태를 연구하는 '제2의 구달'이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최재천(57) 석좌교수가 이끄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행동생태학연구실의 함수정(27)·고은하(25) 연구원이다.

 이 연구실에서는 2007년부터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해발 1000m 고산지대에 위치한 구눙 하리문-살락 국립공원 지역에서 야생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하고 있다. 꼬리가 없는 긴팔원숭이는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 다음으로 인간에게 가까운 영장류다.

함수정씨. [사진=이화여대 행동생태학연구실]

 이들 중 함씨는 지난달 출국해 24일에도 현지에 체류하면서 긴팔원숭이 소리를 연구하고 있다. 번식과정을 연구하는 고씨는 지난달 귀국했다.

 김산하(35)씨를 포함한 연구원들은 10개월씩 돌아가면서 현지에서 원숭이 그룹을 관찰하고 있다.

 고씨는 "연구보조원인 현지인 3명과 함께 쌍안경·무전기·녹음기를 들고 나무 위를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긴팔원숭이를 추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먼 발치에 사람이 나타나기만 해도 긴팔원숭이들이 재빨리 달아나는 바람에 제대로 관찰도 못했다. 6개월 정도 지난 뒤에야 경계심을 늦추기 시작했고 관찰도 가능해졌다. 이제는 한 마리, 한 마리 구별할 수도 있게 됐다.

 연구팀은 자바 섬 국립공원 인근 차 농장의 주민 집에 세 들어 기거하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전기는 수력발전이 가능한 우기에나 구경을 할 수 있어 컴퓨터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휴대전화·인터넷도 안 되고 도로 사정도 나빠 자동차 수리비에 들어가는 돈도 적지 않다. 연구비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이 매년 4000만원씩 지원하는 게 전부다. 정부에서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당장 손에 잡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고씨는 "긴팔원숭이는 일부일처제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번식 과정은 밝혀져 있지 않다"며 "현지에서 가져온 분변 시료의 DNA를 분석해 가족관계를 확인하고, 암컷 호르몬을 분석해 임신 가능 기간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팀은 지난달 미국 영장류학회지에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와 활동영역 등의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긴팔원숭이의 먹이 중에는 과일이 63%로 가장 많았고, 나뭇잎과 꽃도 36%를 차지했다. 활동영역도 평균 37ha에 이른다는 것이 논문의 주요내용이다. 영장류 생태연구 논문으로서는 국내 첫 논문이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술지에 당당하게 실린 것이다.

 최 교수는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이기도 한 구달 박사처럼 영장류 연구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며 "이화여대를 한국 영장류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잡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에도 도쿄대 등 여러 대학이 있지만 영장류 연구만큼은 교토대학이 확실하게 주도하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 envirepojoongang.co.kr >

▶강찬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envire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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