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투기꾼들 만세 부르겠다" 서민 빚폭탄·다주택자 투기 조장 우려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서민 빚쟁이 만드는 게 전세 대책이라니."
"다주택자 투기꾼들만 만세 부르겠네." 정부가 11일 내놓은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서민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늘려주고 다주택자 세제혜택을 통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무주택 서민의 전월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부작용이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자금 확대는 무주택 서민의 부담을 완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전셋값을 상승시키고 서민 가계에 '빚폭탄'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결국 '투기'를 용인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 한시적 폐지 연장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3월 초에 내놓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전셋값을 낮추기보다는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에 높여 국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자금 대출 확대] "가계 빚 늘리고 전셋값 오르게 하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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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핵심에 대해 "세입자 부담을 완화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 부담 완화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를 의미한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게 지원되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지원 한도가 현재 6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확대되고, 금리도 연 4.5%에서 4.0%로 인하된다.
정부는 또한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지원대상도 수도권 과밀억제권역내 전세보증금 8000만 원 이하에서 1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보증 규모를 지난해(5조8000억 원)보다 늘어난 7조 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 확대가 전셋값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 정부는 1·13대책 등 일련의 전월세 안정대책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대해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자금 대출 금액만큼 시장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책은 서민에겐 오히려 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계 부채를 확대하는 정책은 가계와 국가 경제 모두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9일 발표한 '가계부채 위험성 진단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개인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3%다. 이는 금융위기 당사국인 미국(128.2%)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계층의 부채비율이 더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금융부채는 1884만 원으로, 처분가능소득 527만 원의 3.6배에 달한다. 결국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서민 가계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향후 가계부채 관련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가계부채가 추가적으로 급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다주택자 세제 지원] "전셋값 잡기는커녕, 오히려 집값 올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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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의 또다른 핵심은 다주택자 세제 지원이다.
당초 서울에서는 규모가 85㎡ 이하이면서 3억 원을 밑도는 주택 5채를 소유해 임대를 할 경우, 최소 10년 동안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정부는 앞으로 세제 혜택 기준을 완화해 더 크고(149㎡ 이하), 더 비싼 주택(6억 원 이하)을 더 짧은 기간(5년) 동안 3채만 보유해도 같은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양도세와 취득세를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5년 이상 임대할 경우, 취득세와 5년간 양도소득세를 50% 감면한다는 것이다. 정종환 장관은 이를 통해 "민간 시장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세제 지원은 '투기조장용 세금 혜택'이라는 비판이 크다. 이 대책으로 돈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살 때는 취득세를, 보유 중에는 종합부동산세를, 집을 팔 때는 양도소득세를 감면받게 되면서 많은 집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또한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승 부담에도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해 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다주택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지원해 주택을 매입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이는 서민의 주거안정성이나 임대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집값을 떠받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 폐지 연장을 검토하고 있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여부 등을 포함해 부동산 시장 종합대책을 3월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홍헌호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 거래활성화 정책까지 나온다면, 집값에 큰 자극을 줄 게 뻔하다"며 "공공기관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전세 물량으로 쓰고, 말로만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확대 로드맵을 만드는 등의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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