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역발상]변화의 길목에 선 '계급사회' 인도

2011. 1. 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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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도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쯤이었다. 새벽 잠을 이루기 힘든 더운 날씨에, 구걸하러 나온 사람들이 구름떼를 만들고 있었고 마중나온 사람도 없어 호텔에 어떻게 갈지 막막했다.

첫 번째 방문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회사에 소속돼 팀웍 차원에서 외유하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호텔까지 가는동안 몇번의 위기를 넘겼다. 겨우 잡은 택시 안에서 차선을 지키지 않는 다른 차들 때문에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다. 상당한 현금을 가진 탓에 납치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택시 운전사는 호텔에 도착해 안도한 나를 보고 상당히 미안해하며 내려줬다. 건네준 팁을 너무 고마워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래서 인도사람들이 말도 많지만 순수하다고 하는 걸까?

다음날엔 인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차와 운전사를 함께 렌트하지 않는 이상 볼만한 거리와 근교를 돌아다니는 것은 안전상 거의 불가능했다. 목적지인 프네를 방문하기 이전 뭄바이 로펌이나 코트라 등을 돌아다녔다.

뭄바이 일대는 여러가지 건설사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연 30% 상승한다는 얘기가 실감날 정도였다. 뭄바이의 핵심 비즈니스 지구는 '나리만 포인트'였다. 호텔 타지마할, 게이트 오브 인디아, 옥스포드 대학을 연상시키는 뭄바이 유니버시티, 법원 등은 첨단의 건물들과 함께 광대하면서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할 수 없는 자태가 있는 나리만 포인트에 매혹되고 말았다.

뭄바이의 초기 기반시설은 이미 끝났다고 한다. 북쪽에서 나리만 포인트로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실링(ceiling) 로드 건설까지 마무리돼 있었났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드르륵 뚝딱 깨지는 소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앞으로는 타네 쪽으로 가는 길목의 재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돌아다니는 와중에는 인도의 친구를 통해 계급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친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이 나라는 계급사회 아닌가. 계급 물어보는 것은 실례가 되는 것인가"라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카스트도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계급 공개는 피했다.

그런데 나중에 프네에서 만난 실버기업 주인장은 자신의 카스트는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만나보지도 않은 그 친구의 카스트를 명확하게 알려주었다. 바로 '브라만'이라는 것이다. 성(last name)에 계급이 나타나 있어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는 얘기를 곁들였다. 빤한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친구와 달리 "카스트는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 같은 인도의 신세대들은 '브라만'이라는 계급이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였다. 물론 남들이 자신의 계급을 아는 것도 싫어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김춘추처럼 골품제는 천한 제도라고 말할 날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구시대적 계급제도가 존재하고 문맹률이 높으면서도 46%에 달하는 국민들의 언어구사 능력은 뛰어났다. 영어, 힌두어, 부족어 등 공용어만 18개에 달하는데 상당수가 여러개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브라만 친구도 빼어난 영어실력이 있지만 힌두어는 잘 하지 못한다.

뿌리깊은 카스트제도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인도, 브라만임을 드러내지 않고 '릭샤(1~2인승 차량)'를 타고 다니는 신세대들이 인도의 경제를 이끌 주체가 돼 가고 있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인도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이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힐러리 앤드 톰슨 파트너스 대표(hjthomp@hotmail.com)

*김희정 씨는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1년간 인턴생활을 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L그룹에 이어 외국계 기업의 법률 전문가로 활동해오다, 지난해 하반기 '힐러리 앤트 톰슨 파트너스'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증권방송오픈] 제대로된 기법전수! 고수들의 특급 주식방송 AsiaeTV.com[주식투자대회] 고수20人 매매내역 실시간 공개! 고수익 매매비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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