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몸매는, 만드는 거야

이진주.권혁재 2011. 1. 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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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진주.권혁재]

지지대의 폭이 넓어 옆구리 군살을 힘있게 눌러주는 3단 후크 브래지어를 입고, 패드를 덧대 엉덩이를 볼록하게 올려주는 힙패드 거들을 착용했다. 브리프(팬티)처럼 보이는 이 거들은 허리선을 골반 라인까지 낮춰 속옷 자국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브래지어 위에는 가슴을 한번 더 모아주는 탱크톱형 보정속옷을 덧입어 보정력을 두 배로 높였다.

브래지어는 연애전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성들의 카무플라주다. 남성들이 큰 자동차와 명품 시계로 존재감을 증폭시키듯, 여성들은 커다란 가슴으로 매력을 극대화한다. 굳이 짝짓기가 아니더라도 성적 매력은 지성과 재능, 단순한 미모를 뛰어넘는 힘을 종종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브래지어는 남성들의 시선을 즉각적으로 사로잡으며, 어떤 옷이든 마음껏 입을 수 있게 하는 '마법의 디바이스'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깡마른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는 "'원더브라'를 하면 내게도 가슴골이 생긴다"는 말로 '뽕브라'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오늘날 원더브라의 후예들은 등·허리·배·엉덩이 등 몸의 구석구석을 조이고 채우고 올린다. 마법과도 같은 보정 속옷의 세계로 안내한다.

글=이진주 기자 < meganewsjoognang.co.kr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shotgunjoongang.co.kr > 모델=강지원

기능따라 정교하게 진화

진정 난 몰랐다. 캐미솔·거들·올인원·웨이스트 니퍼·보디 쉐이퍼…. 20세기 가정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복잡한 이름의 속옷들이 21세기에도 여자들의 몸을 감싸안고 있었을 줄은. 기본 속옷조차도 답답하다고 싫어하던 내가 보정 속옷의 필요성을 절감한 건, 한 달 전 처음으로 볼 가운(파티 드레스)을 입을 때였다. 사춘기 소녀 같은 몸에 드레스를 걸쳤더니 영 볼품이 없었다. 평소엔 몸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았던 터라 충격이 컸다.

영화 속에서 녹색의 아르데코풍 드레스를 입고 '절벽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냈던 키라 나이틀리(영화 '어톤먼트')도, 시혜를 베풀 듯 오만한 태도로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누드 모델이 됐던 귀네스 팰트로(영화 '위대한 유산')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현실 속에서 키라 나이틀리는 하필이면 '메릴린 먼로의 환생'이라는 스칼렛 조핸슨과 누드 화보를 찍었다가 판정패했다. 여러 여배우들을 전전하던 '요정 미남' 올랜도 블룸은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미란다 커와 결혼했다. 현실이 이러니 여성들의 보정 속옷은 점차 정교하게 진화할 밖에.

레이스보다 스판덱스가 대세

볼륨업 패드가 들어 있는 브래지어와 허리 부분에 폭 넓은 지지대를 덧댄 힙패드 거들을 입었다. 더블에이(AA) 사이즈를 입었는데도 가슴이 풍만해 보인다. 가슴과 허리를 한 번 더 받쳐주는 스팽스 톱을 덧입어 허리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도록 했다.

상체 보정 속옷의 상징이 절벽에도 골짜기를 만들어 준다는 원더브라라면, 하체 보정 속옷의 대명사는 '스팽스'다. 스팽스는 설립자 세라 블레이클리가 스타킹의 발 부분을 잘라 입고 파티장에 참석한 뒤 개발한 제품이다. 오프라 윈프리 같은 할리우드 파워피플들이 애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비욘세의 스커트 자락이 날릴 때 튼실한 허벅지를 감싸고 있었던 것도 이 브랜드 거들. 원조라는 이점은 있지만, 한국인 체형에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후 영국 스타일리스트 브랜드 '트리니 앤 수잔나'와 '여미터미' 등의 유사 브랜드들이 구매 대행 사이트와 홈쇼핑 채널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고, 비비안의 '비비엠', 미즈성형외과의 '닥터미즈' 등 국내 브랜드도 선전하고 있다. 스판덱스 같은 탄력소재로 만든 보정 속옷이 인기를 얻으면서 겉으로 오돌토돌 흔적이 드러나는 레이스는 구식이 됐다.

보정 속옷이 갑옷처럼 갑갑하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김희연 비비안 디자인실 팀장은 "소재가 발달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주면서도 덜 답답한 속옷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요즘엔 착시효과만이 아니라 6개월 이상 꾸준히 입으면 실제로 지방이 분해된다는 제품들도 나왔다. 섬유에서 적외선이 나와 체지방을 분해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홍보하는 영국 브랜드 '스칼라'가 대표적이다. 중년 여성들 중에는 보정 속옷의 은근한 긴장감에 중독돼 벗으면 허전하다는 이들도 꽤 있단다.

입고 자는 것은 피해야

웨이스트 니퍼는 허리에 지지대가 들어 있어 허리라인을 잘록하게 만들어주는 속옷이다. 일자 몸매에 필요한 아이템. 조끼형 니퍼는 가슴과 등의 군살까지 튀어나오지 못하게 눌러준다. 보디 쉐이퍼는 가슴과 허리, 배를 한 번에 압박해 어디 한 군데 튀어나오지 않도록 몸매를 보정한다. 거들은 '똥배'가 나온 사람들을 위한 속옷이다. 삼각 거들은 배와 엉덩이를, 사각 거들은 배와 엉덩이, 허벅지까지 감싼다. 요즘 대세라는 '뽕거들'은 엉덩이 윗부분에 패드를 넣어 밋밋한 엉덩이에 볼륨을 만들어 준다. 하이웨이스트 거들은 가슴 바로 밑까지 잡아준다. 보디슈트는 브래지어와 웨이스트 니퍼, 거들을 합쳐놓은 것이고, 올인원은 보디슈트의 한 종류다. 이처럼 여러 기능을 복합한 속옷은 부위별로 섬유의 소재나 탄력도에 차이를 뒀다. 허리는 더 쫀쫀하게 조이고 엉덩이는 더 풍만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복합적인 효과를 위해 여러 종류를 겹쳐 입어도 괜찮다.

브래지어와 보디슈트는 가슴둘레와 컵 사이즈로 결정한다. 원하는 사이즈의 컵을 선택한 뒤 패드(뽕)를 넣어 들뜨지 않게 모양을 잡는다. 보름달형 패드는 전체적으로 컵 사이즈를 키울 때, 반달형은 가슴 아랫부분을 받쳐 위로 올려줄 때, 초승달형은 도톰한 부분을 가슴 안쪽에 닿게 넣어 퍼진 가슴을 모아줄 때 쓴다. 거들류는 허리·엉덩이·허벅지 둘레에 따라 좌우된다. 허벅지 양쪽의 둘레가 다를 땐 더 굵은 부분을 기준으로 해야 남는 살이 소시지처럼 튀어나오지 않는다. 입고 자면 혈액순환을 막아 건강에 좋지 않다.

촬영협조

비비엠 by 비비안·스팽스·스칼라·트리니 앤 수잔나 by 스킨알엑스·닥터미즈 by 위즈위드(보정 속옷), 조이파티 www.joyparty.co.kr(파티용 가면)

▶권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hotgu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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