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심신고' 익산 양계농장 르포.. 3.5km 거리에 하림공장, 농민들 속탄다

2010. 12.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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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전북 익산시 망성면 양계농장 주변에는 30일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을씨년스러웠다.

첫 신고가 들어온 무형리 103농장과 용동면 201농장 주변에는 주민들의 통행이 뜸했다. 오후 3시쯤 103농장에서 시청과 인근 ㈜하림 직원 등이 살처분 작업을 하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이곳에서 오전 중 1만7000여 마리의 닭을 매몰하려 했으나 궂은 날씨 등으로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익산시 축산과 심금섭씨는 "출입 차량 기사들과 작업 인부 등을 격리 조치하고 매몰 작업을 새벽 3시부터 시작했는데 이 시간까지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AI 의심신고로 인해 익산시와 전북도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2008년 발병한 AI로 큰 피해를 본 익산시와 주변 농가들은 "불똥이 또다시 튀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등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익산시는 이날 먼저 예방 차원에서 두 곳의 농장에 있던 닭 10만7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아울러 AI 의심농장 출입구에서 차단방역을 하는 한편 반경 10㎞ 내에 모두 10곳의 방역 초소를 설치했다.

전북도는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익산시 망성면 종계장의 농장주 등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섰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들 닭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벌이고 있다. 결과는 30일 오전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농장에서 불과 3.5㎞ 거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닭고기 제조업체인 하림 공장이 있고, 망성면과 인근 주변 지역에 닭을 사육하는 농장들이 대거 몰려 있다는 것이다.

만약 고병원성으로 드러날 경우 이들 양계농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심농장으로부터 3㎞ 이내 16개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59만2000여 마리가 모두 꽁꽁 언 땅속으로 묻혀야 할 상황이다. 더욱이 10㎞(경계지역) 이내로 확대되면 매몰처분 대상은 67개 농가의 253만6000여 마리로 늘어나게 된다.

자칫 지역 양계산업이 또다시 붕괴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하림은 이날 200여명의 직원을 현장에 파견, 매몰 작업을 돕는 한편 인근 농가에 대한 예방 활동을 강화했다. 또 공장으로 들어오는 닭에 대한 검사 강도를 높였다.

익산시 관계자는 "지난 8일 석탄동의 조류에서 나온 고병원성 AI로 설치됐던 방역망이 어제부로 해제됐는데 하루 만에 의심신고가 들어와 큰 걱정"이라면서 "천안에서처럼 우리도 음성으로 나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의심 사례는 103농장의 닭 500여 마리가 29일 오후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고 사료 섭취가 감소하는 등 AI 의심 증상을 보이자 농장주 민모씨가 전북도에 신고해 알려졌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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