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갈아타기' 부담 올 1억원 이상 줄어
중소형 비해 대형 큰폭 내려평형 넓혀가기 수요 '꿈틀'"미리 전세끼고 사두자"
경기도 분당신도시 서현동 시범현대 전용 85㎡에 사는 이모씨(47 · 직장인)는 최근 같은 단지 전용 129㎡를 사들였다. 1년 동안 중대형 가격이 많이 내린데다 분당아파트 호가도 상승세여서 '갈아타기'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구) 목동 분당 평촌 용인 등 이른바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고 집값도 반등세를 보이자 넓은 집으로 옮겨 가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줄어든 갈아타기 비용
1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형 아파트에서 중대형으로 넓혀가는 비용도 크게 줄었다. 실수요가 뒷받침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비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의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의 분당신도시 전용 85㎡는 5억7000만원 선으로 1년 전보다 4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최근 매입한 전용 129㎡는 8억4000만원으로 1억8000만원 떨어졌다. 1년 전에 비해 갈아타기 비용이 4억1000만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1억4000만원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다혜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보통 집값이 조정을 거친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는 요즘 같은 때 갈아타기 수요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전셋값,전세 안으면 부담 적어
최근의 갈아타기가 예전과 다른 점은 전세를 낀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높아 전세를 끼면 예전보다 적은 돈으로 살 수 있어서다. 내년에 집값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상당수 투자자들은 구입한 집의 전세가 끝나는 시점에 기존 집을 팔고 이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에는 기존 집을 늦게 처분하려고 갈아타기용 주택을 전세 끼고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용인 성복동 동천태양공인의 박찬식 대표는 "거래가 증가하고 호가도 오르자 용인지역 중대형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상담을 해보면 중대형 구입자의 절반 이상이 갈아타기 투자자들로 이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세가율이 높은 물건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역 갈아타기'도 늘어날 듯
학군 등 여건이 나은 곳으로 옮기는 '지역 갈아타기'도 '평형 갈아타기' 못지않게 두드러질 전망이다. 겨울 방학을 앞두고 강남 목동 등 서울의 학군 우수지역으로 옮겨 오려는 수요가 적지 않아서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아파트값이 움직일 조짐을 보이면 중대형과 인기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중소형에서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수요 못지않게 학군 우수지역 등 인기 주거지역으로 옮겨 가는 수요도 증가한다"며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학군 우수지역에선 매수세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집값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고 갈아타기를 결정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금리인상 및 내년 3월 말 끝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폐지 연장 여부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적지 않다"며 "실수요자들은 내년 1분기까지 지켜본 뒤 갈아타기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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