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아들, 딸 있어 한가위 외로움 던다우~"

2010. 9. 2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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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정승도 넷포터]

◇ 팔당상수원 보호구역 내 저소득층 가정을 돕기 위해 팔당수질개선본부 직원 54명으로 구성된 '그루터기 봉사단'은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에 살고 있는 박선비(79) 할머니의 집을 방문, 기금으로 마련한 쌀과 김을 전달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저희 왔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 휴일이었던 19일, 지난여름 이후 근 3개월 만에 찾아온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그루터기 봉사단' 직원들을 박선비(79) 할머니는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흰둥이 강아지 3마리와 함께 반갑게 맞이했다.

박선비 할머니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검천리 부근 팔당호가 내려다보이는 7~8평의 작은 집에서 20여 년의 세월동안 홀로 살고 있다. 6.25동란으로 전국에서 포성이 끊이지 않던 시절, 이북에서 가족과 헤어진 박 할머니는 홀로 이곳으로 피난 왔다.

전쟁이 끝나고 잔잔해진 팔당호 물결처럼 박 할머니가 제 2고향으로 자리를 잡은 작은 마을에도 평화가 찾아왔고, 이내 이곳이 고향인 사람과 결혼도 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지병을 앓던 부군을 하늘로 보낸 박 할머니는 슬하에 자식 한 명 없이 또다시 혼자가 됐다.

추석을 맞아 정기봉사에 나선 그루터기 봉사단은 이날 온 가족이 함께 할 명절에도 홀로 있을 박 할머니를 위해 김과 쌀을 전했다. 또 잦은 비와 예년과 다른 날씨로 인해 극성이라는 가을모기를 막기 위해 낡은 방충망을 뜯고 새로 설치했다.

◇ 봉사단의 대부분 직원들은 요리, 전기기술 등 개인적인 자격기술을 활용해 지붕과 수도, 보일러와 같은 고장난 가정설비를 수리하고 가사일을 돌봐주는 등 온정을 함께 나누고 있다 ⓒ G뉴스플러스 황진환

많은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지만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방충망 설치 작업을 하던 봉사단과 내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 할머니. 30분 남짓의 짧은 시간동안 모든 작업을 마치고 "겨울이 오기 전엔 비닐도 씌워 드릴게요"라면서 인사를 드리는 봉사단에게 "아유, 이 늙은이가 뭐 줄 것도 없는데..."라며 손을 어루만지던 박 할머니의 얼굴엔 아쉬움과 함께 엷은 미소가 그려졌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이날, 지난여름 봉사단의 도움으로 더 이상 빗물이 새지 않는 박 할머니의 집 지붕 처마도, 아직은 알이 다 여물지 못한 호박과 밤송이도, 여느 시골풍경과 다름없는 박 할머니의 작은 동네 곳곳은 빗물을 머금고 촉촉한 생기를 더해가는 듯 했다.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은 광주, 하남, 양평, 남양주 등 도내 4개 시·군과 접해 있으며, 접경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지역으로 정해져 있다. 총 142가구가 살고 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인 72가구는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 가구다.

팔당수질개선본부 직원 54명으로 구성된 '그루터기 봉사단'은 팔당호 보호를 위해 규제 등 생활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저소득가정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월 발대식을 가진 이후 정식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봉사단은 분기별로 하는 정기봉사 외에도 삼삼오오 모여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가정을 방문하는가 하면, 봉사단원이 십시일반 조금씩 기금을 모아 생활가전이나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은 각 시·군과 연계해 해결한다 ⓒ G뉴스플러스

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팔당본부 직원들은 어르신들에겐 아들과 딸로서, 아이들에겐 엄마와 아빠가 되어 주는 등 온정을 나누고 있다. 대부분 직원들은 공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외에도 요리, 전기기술 등 개인적인 자격기술을 활용해 지붕과 수도, 보일러와 같은 고장난 가정설비를 수리하고 가사일을 돌봐주는 등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있다.

또한 봉사단은 분기별로 하는 정기봉사 외에도 삼삼오오 모여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가정을 방문하는가 하면, 봉사단원이 십시일반 조금씩 기금을 모아 생활가전이나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추석맞이 정기봉사에서 전달한 쌀과 김 역시 봉사기금으로 마련했으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은 각 시·군과 연계해 해결에 나서는 등 팔당호 주민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김태한 팔당수질개선본부장은 "그루터기 봉사단은 발대 이후 수도 동파방지팩 설치, 보일러ㆍ세탁기 등 고장난 가정설비 보수, 병원동행 등 86건의 봉사를 실시해 왔다" 며 "생활고와 규제 등 이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규제를 단속하는 기관이 아닌 다함게 잘사는 행정을 실천하는 곳으로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경기도 정책포털 G뉴스플러스( gnews.gg.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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