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관 딸 특채, '불공정한 사회'와 경쟁의 이중구조
[오마이뉴스 김광수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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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이 특채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행정안전부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다섯 명의 면접위원 중 외부 위원 세 명은 다른 응시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면접에 참여한 외교부 간부 두 명은 유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또 일부 외교부 간부는 심사 회의 때도 "실제 근무 경험이 중요하다"며 외교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유 장관 딸에게 유리한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현 정부, '공정한 사회' 들고 나왔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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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전혀 공정과는 담을 쌓고 지냈던 현 정부가 갑자기 여론조작용 모토인 '공정한 사회'를 들고 나왔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특혜와 반칙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사회'임을 단적으로 웅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특혜와 반칙이 비단 이번 일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에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에는 철저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고 불공정거래를 요구합니다.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는 형식으로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 떠넘기고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합니다. 세계 일류라는 삼성전자부터가 납품하는 휴대폰 디자인 업체에 아이폰4가 나온 이후 갤럭시S를 떠넘기는 등 시대착오적 삼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경제적 강자들은 공정한 시장경쟁 상태에서보다 늘 많이 가져가는데, 그 몫은 결국 자신들의 하도급 업체와 같은 '을'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입니다. 소비자 잉여로 올 것이 일부 재벌기업의 초과 이윤으로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등 사법시스템은 이 같은 구조적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합니다.
기업의 영역뿐만 아닙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대학들, 특히 명문 사립대들은 자신들의 서열구조 안에서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세계 최고의 등록금 장사를 하면서도 일반 가계와 학생들은 생사를 건 경쟁을 하게 합니다.
또한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경쟁에서 '승자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치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많이 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상류층을 위해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신설하는 한편 일반 공립학교들은 모두 '상대적 열등학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나마 이런 것은 사정이 괜찮은 편입니다. 아예 그들만이 자격에 해당되는 특혜성 제도를 만들어 운용합니다. 상당수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외국민 특별전형 같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유명환 장관 딸 특채 사태를 계기로 함께 조명 받은 외시2부 운용도 바로 그런 통로로 변질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좋은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지만, 그런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 등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 가거나 잠시 여론에 밀려 처벌 시늉을 내다가도 사면되는 것이 거의 공식화돼 있습니다. 오히려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나 문화방송 이상호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 같은 분들이 각종 불이익과 핍박을 받는 구조입니다. 또한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을 버젓이 유린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는 공정한 게임 규칙이 작용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 규칙 아래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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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라는 양두구육식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과 제도는 이미 모두 기득권에 철저히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들을 편하게 하는 규제완화는 없고, 재벌기업과 개벌업자에게 유리한 규제완화로 넘쳐납니다.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면서도 13%가 넘는 최소 주거여건에 미달하는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주거 복지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나라입니다.
상당수 선진국들에 비해 간접세 비중이 더 높아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OECD최저 수준을 기록하는데도 부자감세를 실행하는 정권이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모자라는 세수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이제 에너지세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추가로 올릴 태세입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려도 이를 세제를 통해 흡수하기는커녕 제대로 시행도 못해본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기득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 규칙 아래서는 공정한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출발선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달리라는 말입니까? 불공정한 게임 규칙 아래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제대로 된 실력과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능력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보다는 기득권 구조에 맞춰 음성적 로비와 뒷거래에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게 됩니다.
그 결과 그 사회는 벤처기업이 자라날 수도, 좋은 인재가 적재적소에 자리 잡을 수도 없는 사회가 됩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한국경제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한 사회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적배분하는 것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득권층과 그들의 자녀들만이 자손대대 승승장구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제대로 된 기회를 가지기 힘든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아닙니다. 따라서 기득권층만이 아닌 모두에게 같은 잣대가 적용되는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제대로 적용하면... 많은 것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처럼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게임의 룰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한국사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하고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처럼 공정한 게임규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의 공정위는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숙정하는 사법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 일부 재벌은 치외법권입니다.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제대로 적용하면 모든 것은 아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조중동의 무가지 뿌리기와 경품 판촉은 명백히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이만 막아도 그들의 지위는 한층 약화될 것입니다. 예산 낭비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도 적용된 턴키입찰 방식은 상위 6개, 내지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60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95원, 98원에 수주해 폭리를 취하죠. 턴키담합을 통해 재벌 건설업체들이 취하는 폭리는 세금으로 불필요하게 퍼주는 격입니다. 턴키담합을 막고 공정경쟁만 하게 해도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에 있으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의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꼈습니다. 또한 이제 재벌기업들이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 물가가 내려가는 시장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생사를 건 듯한 시험성적 경쟁을 치르는 구조는 바꿔야 합니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이라는 나라'에서 교육재정은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공교육 예산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국공립대 등록금은 거의 무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 사회'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제도적 틀들을 바로잡지 않고, 구호만 외쳐서는 결코 '공정 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틀을 바꾸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더욱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늘 '반서민'이면서 입으로만 '친서민'을 떠드는 이명박 정부가 또 다시 들고 나온 '공정 사회 구현'이라는 말이 양두구육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정말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 싶다면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반칙하는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공정한 경쟁 출반선과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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