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아파트 구입때 2억9천만원→3억5천만원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은행은 대출을 해줄 때 대출 신청자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 확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대책이 국내 특히 수도권 주택거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 소재한 대부분의 주택이 대책에 따른 혜택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원재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투기지역인 강남3구를 뺀 수도권 전체 아파트 360만채 중 9억원 이상 주택 6만8000여 채를 제외한 353만여 채, 전체 중 98.25%가 적용받게 됐다. 강남을 제외한 사실상 수도권 내 거의 모든 아파트가 거래 시 혜택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갈아타기ㆍ사업자 대출 늘듯
= 이번 대책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대출 가능액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소득이 낮아 DTI 규제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적용받던 저소득층일수록 확대폭이 증가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인 가구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20년만기ㆍ연 6% 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가 종전 1억7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8000만원(47%) 늘어난다. 또 연소득 5000만원 가구가 7억원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대출 한도가 2억9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6000만원 확대된다.
연소득 7000만원 가구가 9억원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이전 4억1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한도가 4000만원 늘어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DTI 규제를 금융사 자율에 맡김에 따라 대출한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저소득층일수록 체감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일단 대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자산은 많은데 잡히는 소득이 적어 주택 대출에 제한이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러한 계층을 중심으로 대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DTI 규제로 은행 대출에 제한이 있어 2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은행 대출로 갈아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2금융권 대출을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담보 가치에 큰 문제가 없다면 추가 대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출 만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줄이기 위해 만기를 가급적 길게 하던 사람들이 원리금 상환액을 늘려 만기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자 부담 총액을 줄일 수 있다. 또 기존 집을 담보로 사업자 대출을 받던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 눈에 띄는 증가세는 없을 것이란 반응이 보다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DTI 규제는 없어지지만 내부 대출 심사 기준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계속되기 때문에 대출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행장은 "DTI 규제가 없어지면 신용대출 시 사용하던 내부 대출 평가 기준을 주택대출 심사에 준용할 수 있다"며 "소득, 직위, 재산 규모 등을 종합 고려해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대출이 바로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대출 수요는 규제보다 부동산 경기에 더 크게 좌우되는 만큼 DTI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대출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가계부채 문제 없나
= 은행권이 이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것은 가계부채 문제 심화 가능성 때문이다. 가계 대출은 2010년 2분기 말 기준 711조6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8%에 이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53%로 지난 14개월 동안 가장 높았다. 평소 0.3~0.4%와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TI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보다 심화될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가계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가계와 금융회사 모두에 건전성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DTI 규제 완화로 인한 대출 증가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도 "부동산 수요자들의 공포에 가까운 불안감을 완화시켜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가 과다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 완화는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빚을 더 낼 수 있게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이라 부작용이 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병호 기자 / 박유연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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