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부동산 대책] "가수요보다 실수요 살리기에 중점..거래 불 붙이기엔 미흡"
전문가들 어떻게 보나정부 정책 부양쪽으로 돌아서집값 급락 방치 않겠다 신호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듯수도권도 미분양 양도세 감면을
"일부 인기 주거지역에선 거래가 살아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거래가 늘거나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겁니다. "
부동산 전문가들은 '8 · 29 부동산대책'을 통해 정부가 거래 정상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구입 때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은 다소 늘어났지만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매수 기반이 두터워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기대 이상의 대책"
부동산 전문가들은 8 · 29 부동산대책이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4 · 23 대책' 보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온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무주택자 · 1주택자에겐 한시적이긴 하지만 완전히 풀렸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대출 여력도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됐다. 보금자리주택의 사전 예약 물량과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란 평가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 대책은 가수요보다 실수요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전문가들의 의견을 과감하게 수용했다"며 "별 볼일 없는 내용일 것이란 예상이 뒤집어지면서 가격 급락세가 멈추고 거래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더 이상의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는 점도 주택 매수심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정부가 처음으로 DTI 규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했다"며 "정부 정책의 방향이 규제에서 부양쪽으로 돌아섰다는 신호인 만큼 집값 급락에 대한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오열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사실상 민영주택의 공급 시장이 마비됐다"며 "보금자리 조정으로 막연한 대기수요가 실수요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 반전엔 한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집을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안 사는 이도 많은 만큼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는 한 거래량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시장은 국내 수급 상황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세계 경제,해외 부동산시장 동향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더블딥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이 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예상보다 DTI 완화 대상이 확대되긴 했지만 은행이 최근 들어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실제 대출금액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미분양,미입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수도권에 대해서도 미분양 주택 매입에 따른 양도소득세 및 취득 · 등록세 감면 조치를 확대하고 보금자리주택 공급 총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인기 주거지역 6억~9억원 아파트 수혜
부동산 전문가들은 8 · 29 부동산대책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입을 모았다. 지역적으로는 목동 분당신도시 등 인기 주거지역과 역세권,한강변 등의 85㎡ 이하 아파트의 거래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급적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금액 기준으로는 6억~9억원 수준의 아파트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다. 새롭게 DTI 규제 완화 혜택을 받는 가격대인 까닭이다. 그러나 용인 고양 인천 등 하반기 입주 물량이 몰린 곳과 수도권 외곽 비인기 주거지역의 경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적어 별다른 수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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