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LH,'돈 안되는' 국책사업 올인

이경호 2010. 7.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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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채산성이 떨어지는 138개 신규사업을 중단 또는 연기하기 위해 사업을 재검토한다. 이는 하루 이자 부담액만 100억원에 이르는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사업성이 낮은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 혁신도시건설 등 국책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키로 해 오히려 자금난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특히 주거안정과 산업기반구축 등을 위해 설립된 LH가 설립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행하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규사업 대거 정리

27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자금난 완화를 위해 토지보상에 착수하지 않은 전국 138개 신규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검토대상 사업은 △공공택지·신도시·국민임대단지 등 70곳 △도시재생사업지 26곳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등 20곳 △보금자리주택지구 16곳 △기타 6곳 등이다.다만 국토해양부와 LH는 이 중 대규모 국책사업인 세종시,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키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정리대상 사업은 택지 및 신도시개발, 국민임대단지 건설, 도시재생사업, 물류단지 조성사업에 국한될 전망이다.

특히 이미 보상이나 공사를 시작한 곳은 사업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보상 착수 전 사업지역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주민 민원 및 소송이 잦고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은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도시환경정비와 같은 도시재생사업이 대거 중단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고 법적 분쟁이 있는 사업에 대해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머지않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H는 이에 앞서 도시개발사업지구인 강원 속초 노학지구에 대해 지난 4월 사업을 중단했으며 경기 성남 구시가지 2단계 주택 재개발사업도 중단키로 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에만 '올인' 논란

하지만 국토부와 LH는 신규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혁신도시건설 등 사업성이 낮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 사업 역시 사업성이 낮아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국가사업이라는 명분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LH가 사업조정을 하더라도 보금자리주택이나 세종시는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주거안정 및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을 위해 설립된 LH가 본연의 업무보다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행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사업 역시 주거안정 및 산업기반구축 등 LH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만 국책사업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레 본연의 역할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LH가 최근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도지재생사업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필수사업이지만 자금난 등으로 LH는 손을 떼고 있다.

더욱이 LH가 국책사업에 '올인'할 경우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와 하루 이자만 100억원 안팎에 이르는 LH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인근 시세 대비 최고 50%에서 80%선에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다 본 청약 1년 전 시행하고 있는 사전예약제도로 인해 분양대금 회수기간도 공공택지에 비해 1년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난으로 공공택지에선 어음으로 보상을 시행하고 있으나 보금자리지구는 정부 계획대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현금으로 보상을 실시하고 있어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세종시 역시 수정안이 백지화된 이후 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혁신도시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점점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어 향후 LH의 자금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국책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LH의 자금난을 덜어줄 지원방안을 찾지 못해 자금난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LH에 대한 일부 세금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정부가 LH의 자금난을 직접적으로 덜어줄 묘책은 없다"고 말했다.

/victoria@fnnews.com이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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