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중단선언 파장은?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 중단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LH의 부채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중단 사태를 맞는 현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심리적 위축이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정부의 장기적인 주택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LH는 지난 2008년 11월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주택재개발사업을 중단한다고 26일 밝혔다. LH 측은 지난 23일 이 같은 사실을 성남시에 구두 통보했으며 조만간 문서로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은?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주택 재개발 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동 및 금광동, 수정구 신흥동 및 수진동 일대 4개 구역 66만8314㎡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분양주택 9059가구와 임대주택 1993가구 등 1만105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지난 2005년 12월 LH와 성남시가 공동시행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2008년 11월 정비구역 및 사업시행자 지정을 거쳐 2009년 3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됐다.
같은 해 12월 중동1과 금광1, 신흥2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얻어 지난 5월부터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준비중이었다.
◇성남-LH 갈등 2차전?
LH의 이번 사업중단 선언이 성남시의 일방적인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성남시는 지난 12일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5200억 원을 LH와 국토부에 단기간에 지불할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판교특별회계에서 공동공공사업비 2300억 원, 초과수익부담금 2900억 원 등 총 5400억 원을 빼내 공원조성 등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성남시 수정구가 지역구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도 이에 대해 "일방적으로 판교부담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성남시나 사전 협의없이 사업중단을 통보한 LH공사의 행태가 너무나 닮은 꼴"이라며 "성남시와 LH간의 갈등이 이번 사업포기 통보와 과연 무관한 일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LH는 사업성 악화와 주민갈등이 사업중단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LH 측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돼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인근 거래시세가 건설원가보다 낮아 분양대금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없게 됐다"며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액도 크게 늘어나게 돼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사업추진과정에서 표출된 주민 간 갈등과 LH에 대한 무리한 비용부담 요구 또한 사업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LH에 따르면 금광1구역의 경우 LH의 사업시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소송이 이어져 시공자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수진2구역은 민영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진행이 중단됐고 판교신도시에 확보한 순환주택으로의 이주도 건물소유자와 세입자간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도 LH는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재설계 비용 부담, 부적격 세입자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 상가 영업세입자의 이주상가 수의계약 요구 등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가 증대하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118조 부채폭탄' LH 사업중단 잇따를 듯
문제는 성남 구시가지 외에도 사업중단 우려가 되는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LH의 6월말 부채는 118조 원으로 하루 이자만 100억 원이 넘는다. 특히 LH의 올해 사업비 43조 원 가운데 23조 원은 채권발행으로, 나머지는 주택 및 토지사업으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올 들어 LH가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7조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로 택지 분양도 부진한데다 보유 자산 매각도 시원찮다.
이에 따라 LH는 신도시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 전국 사업장 400여곳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중단이나 연기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400여곳 중 이미 토지보상이나 착공 등 사업절차가 상당수 진행된 곳을 제외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도시 정비 및 개발사업은 중단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민반발·주택수급차질 등 우려
성남시의 경우처럼 LH의 사업시행이 잇달아 취소될 경우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이 전망된다.
특히 해당지역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성남 구시가지 지역은 이미 투기성 수요가 들어와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가 내려앉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업진척이 늦어지게 되면서 재개발 예정 지역 주민들의 재산가치는 더욱 하락하고 주변 부동산 시장도 더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이에 성남시는 LH가 사업중단을 강행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키로 했다.정부의 장기적인 주택 수급계획에도 어느 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공공부문에서 LH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하는 보금자리 지구 외에 도심 재개발과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도 공급이 예정돼 있다.
또 LH 입장에서는 사업중단에 따라 그동안 투입한 300억 원의 사업비를 손실 처리하게 됐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LH의 막대한 부채해소를 감안할 때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정리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연쇄적인 사업중단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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