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강만수 그립다'고 한 이유는?

2010. 7. 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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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 조선일보 > 는 19일 '차라리 강만수가 그립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강도 높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 조선일보 > PDF

"차라리 강만수가 그립다." 19일자 < 조선일보 > 칼럼의 제목이다. 강효상 편집국 부국장이 썼다. 그동안 < 조선 > 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여러 차례 비판한 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을 터다.

지난해 '강만수 경제팀 교체'를 주문했던 < 조선 > 은 올해 초 강 전 장관이 유력한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자 "이 정권 들어 금융시장에서 충격과 불신을 불러일으킨 전력의 소유자"(3월 13일치 사설)라고 비판했다.

< 조선 > 의 입장 변화는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못마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밀어붙였던 것처럼 금융규제 완화와 같은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 조선 > 칼럼의 주장이다. 이는 이달 말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토건 세력'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부작용을 의식해 금융규제 완화를 주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활 될 경우 투기 현상을 확산시킬 수 있는 금융규제 완화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부동산 언론' 금융규제 완화 합창... 한나라당도 합세

건설업계, 일부 언론, 정치권 등에서는 정부에 금융규제 완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지역의 한 아파트단지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의 모습이다.

ⓒ 선대식

최근 주택거래가 줄고 집값 하락폭이 커지자, 건설업계는 정부에 부동산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후의 부동산 투기 제어장치인 총부채상환비율(DTI, 부채가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 등의 금융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규제 완화는 그동안 정부당국자들이 꾸준히 반대 뜻을 나타낸 사안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6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강연에서 "부동산 규제를 과감하게 완하하기 어려운 이유는 가계부채 관리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광고에 대한 이해관계가 큰 언론들은 금융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정부당국자들을 비판하며 건설업계에 힘을 실었다. < 조선 > 은 19일치 칼럼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마치 고장 난 레코드처럼 'DTI 완화는 안 된다'고 이구동성"이라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특히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한술 더 뜨고 있다, 김 총재는 '한은독립 투사'로 변신했고, 깜짝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설에서 "중앙은행 총재는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은 채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조선 > 은 "지금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전 정권 때 폭등한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다"며 "주택업계에서 '차라리 MB정권 초기 종부세 폐지를 밀어붙였던 강만수 장관 같은 소신파가 그립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같은 날 < 매일경제 > 는 사설에서 "지난 4·23 대책은 지나치게 제안적인 안을 내놓은 나머지 지금껏 융자를 신청한 경우가 없었다"며 "아무도 이용하지 않은 것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이 곧 발표된다"며 "(금융규제 완화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가계부채로 거품 떠받치면 안 돼"... 국토부도 '신중'

집값 폭등기인 지난 2006년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당시 한국주택공사 견본주택 주변 모습이다. '계약금 100% 전액 대출'이라는 펼침막이 눈에 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건설업계·일부 언론·정치권이 강도 높은 부동산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금융규제 완화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지난달 17일 김은혜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경제연구소를 포함한 학계와 금융계 등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의를 진행한 결과,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5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주택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DTI 규제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선대인 부소장은 "이제는 더 이상 가계 부채 확대로 인한 '좀비 가계'를 통해 부동산거품을 떠받치면 안 된다"며 "정부가 건설업계와 '부동산 언론'의 압박 때문에 당장의 화를 모면하기 위해 더 큰 화를 만드는 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금융규제 완화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은 착각"이라며 "지금도 금리가 낮고 돈이 넘쳐나는데도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안 가는 이유는 주택이 과잉공급되고 균형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달 말까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국토해양부는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19일 오후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 통화에서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이사를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던 4·23 대책의 보완책 정도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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