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도전기]"서울 초역세권 아파트 1억5000만원에 마련하기"

황준호 2010. 7. 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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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사건번호 000번 000만원을 제시한 000씨가 낙찰받았습니다. 땅땅땅."

독립하고 싶다. 내 집을 갖고 싶다. 결혼도 안한 30대 노총각의 소원은 하나였다. 직장생활 4년차. 이제 뭔가 내 것을 갖고 싶다며 소원을 말하자, 친구들은 말한다. "결혼이나 해라."

통장을 뒤졌다. 탈탈 털어 남는건 5000만원이 전부였다. 집 살 수 있을까? 집값 하락기에다, 저금리 시대다. 하지만 집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급매를 잡는 것도 한계가 있다. 1년전 법원 경매의 추억을 떠올랐다.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역 근처의 한 아파트를 낙찰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순간이 뇌리를 스쳤다.

"눈치작전이 한창이다. 경매시장에 사람은 많지만 투찰자는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투자가치가 높은 물건은 항상 만원이다. 집값 하락기로 어느 정도 싸게 낙찰 받아서는 본전치기 쉽상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급매보다 저렴하다면 낙찰시 본전은 번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법원 경매사이트를 약 한 달간 뒤져본 결과, 강서구가 눈에 띄었다. 감정가 2억원 안쪽 아파트가 두 건 발견됐다.

먼저 서울 강서구 가양동 1475 강변3단지 302동 14층 34.44㎡(15평형)은 감정가 1억8500만원에서 한 번 유찰된 채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저가는 1억4800만원이었다.

또 같은구 등촌동 707 등촌8단지 주공 803동 3층 41.85㎡(17평형)이 최초 감정가 2억2000만원에서 한 번 유찰된 1억7800만원에 경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또 9호선이 뚫려 있으며 가양대교, 올림픽대로 등 도로 교통망도 좋은 편이다. 주변에는 삼성홈플러스, 이마트 등이 있어 편의시설도 갖췄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다.

일단 현장으로 향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이 동행했다.

먼저 주공 8단지를 찾았다. 가양역 9번 출구에서 약 5분 거리였다. 9호선 가양역에서 내리자, 백화점 등 번화한 거리가 눈에 띄었다. 1억원 짜리 아파트가 있을 곳은 아닌 듯 싶었다.

한적한 아파트 단지에는 3층 높이까지 나무들이 즐비했다. 동간 거리도 멀었다. 놀이터는 다시 만들어졌으며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보였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이 없었다. 또 1994년 지어진 아파트 답게 복도식으로 구성돼 노숙함이 느껴졌다.

경매 물건은 외관상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베란다에는 빨래가 널려있었다. 현관 옆 계량기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살꺼라고요? 현재 거래가 없습니다. 사는 사람이 없어요. 급매는 사갔다는 사람도 있다지만 내가 판 건 아닙니다. 내놓은 가격은 2억2000만원 정도는 줘야 합니다. 싼거는 5층 이하 물건으로 2억원 가량에도 매물은 있습니다. 1층은 1억8500만원 주면 팔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급한건 아닙니다."

인근 공인중개소는 이 아파트의 시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매물은 있으나 매수자가 없다. 평균 시세는 2억2000만원이나 3층 정도면 2억원대 매물도 있다는 뜻이다.

하 연구원과 기자는 약간의 혼선을 빚었다. 감정가격이 시세보다 약 2000만원 가량 비싼 수준인 셈이었다. 기자에게는 호재였다. 예상 낙찰가를 1억6000만원 이하로 잡아도 큰 무리가 없게 느껴졌다. 한 번 더 유찰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어 가양동으로 향했다. 가양역에서 10분여 거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1992년생 아파트를 둘러싼 나무들은 숲을 이뤘다. 전형적인 아파트 단지의 모습으로 한강에서 가깝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해당 물건은 한강을 조망할 수 없었다. 대신 지하철 역, 편의시설 등에 가까웠다.

"2억원 정도면 됩니다만 1억8500만원에도 집은 구할 수 있습니다. 강변 쪽은 가격을 더 주셔야 하고 그렇지 않은 물건은 그 정도 합니다."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이 아파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전 공인중개소와 같이 사겠다는 말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경매 대상인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으나 사람이 없었다. 우편물도 없었다. 그저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라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현장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독립의 꿈이 이뤄진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서울이면서 지하철 역과 5분 거리에 위치했다. 낡긴 했지만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 연구원은 "최저가에서 약 1~2000만원 가량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며 "등촌 주공아파트의 경우 한 차례 더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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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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