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자 정운찬과 총리 정운찬

양영권 기자 2010. 6. 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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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

정운찬이라는 인물을 '거시경제론'의 저자로 먼저 접했던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1982년 처음 출판된 이래 개정을 거듭하면서 아직까지 경제학 강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 시절 읽은 '거시경제론'(제4판)에서 실업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대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책에서 정운찬 교수는 실업보다는 인플레이션 대책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는 언론과 경제 논문들의 주장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율의 상승보다는 실업률의 상승이 빈곤지수를 더 크게 증가시킨다'는 그의 은사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실업률이 상승할 때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능력이나 인적 자본 면에서 약자일 가능성이 많은 데 비해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은 금융자산을 다량으로 갖고 있는, 부유한 계층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정 교수는 또 인플레이션은 제품 구매자와 판매자의 득실을 생각할 때 결과적으로 '제로섬'이지만 실업은 항상 '마이너스'를 부른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 대목에서 약자에 대한 정책이 우선이라는 정 교수의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그가 국무총리가 되었을 때 탄탄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 같은 신념이 정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취임 이후 9개월여 동안 '세종시 총리'라는 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사안에서 빛을 발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없었다. 말실수에 대한 잇따른 공격으로 그는 점점 위축돼 갔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정 총리는 사실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3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세종시의 굴레를 이제야 벗어났는데 정작 그는 물러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저의 순수한 생각은 현실정치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는 좌절했다.

그는 담화문에서 "작년 9월 총리직을 수락하며, 저는 많은 일들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다. 약자를 향한 그의 순수한 신념이 보다 많은 정책에 반영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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