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원안 확정..공무원 반응은
올 것이 왔다.. 겉으론 담담행정비효율, 자녀교육, 결혼 등 내심 걱정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고, 원안으로 확정 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과천정부청사의 공무원들 대부분은 "큰 틀에서 움직이는데 개별 입장이 있을 수 없다. 결정된 대로 움직이는 거다"라며 겉으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심 걱정스러운 모습도 역력했다. 일단 세종시 원안에 따라 부처이전이 불가피해졌지만 입법기관인 국회가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고 행정기관만 옮기게 되면서 발생하는 행정비효율을 가장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의 한 관계자는 "업무상 수시로 여의도의 금융관계자들과 미팅을 갖는 가하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데 세종시로 내려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금융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을 세종시로 내려오라고 할 수 없고, 서울과 세종시를 오고갈 '총알택시'라도 운영해야 되지 않겠냐"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재정부는 중앙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곳으로 관련 부처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회 등과 긴밀히 협조를 해야 하는 부처"라면서 "과천에서 국회로 불려가도 하루라는 시간이 다 지나는데 세종시로 옮겨가면 더욱 근무여건이 열악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재정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지식경제부의 한 과장은 "국회에서 결론이 내려져 따라야 하겠지만 행정부처를 쪼개면 관련 부처들과의 업무 조율이 어려워지는 등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주로 중앙무대에 있는 경영계와 노동계 사람들을 만나 긴밀히 의견을 조율하는 등 업무를 해왔는데 세종시로 이전하면 이 같은 활동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면서 "시간과 공간 낭비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산하기관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는 상황에서 주무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는 2012년 강원도 원주시로 이전하는 것을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등 6개 기관이 올해 말 충북 오송단지로의 이전이 계획되어 있고, 국민연금공단도 경남 진주에 사옥 건축을 위한 부지 매입에 나서는 등 이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처와 산하기관간 업무 조율 차질로 행정 공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주무부처까지 세종시로 이전할 경우 그 후유증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당초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려던 계획이 있으니 그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연구소, 첨단융복합연구센터 등을 설치하겠다는 내용 등이 있었는데 수정안이 부결됐으므로 다시 검토해봐야 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정도만 따로 설치를 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외에도 공무원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교육 문제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세종시에 입주할 3년 뒤에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아무래도 교육환경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부인과 별거 생활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청사에서 일하는 같은 기수의 동기도 대전과 서울을 오고가며 주말 부부로 생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지 갓 1년을 넘긴 환경부의 한 여성 공무원은 "지난해 수정안이 발표돼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다시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이러니 정치하는 사람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아무런 대안도 없고 단지 막막할 따름이다. 남편 직장은 서울인데 만약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간다면 주말 부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내년이면 아이도 태어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 숨만 내쉬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공무원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농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미혼 여성들이 지방에 내려가는 것을 싫어하는 게 뻔한 대, 세종시에서 일하게 되면 결혼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상에 다니는 공무원들은 큰 걱정을 안 하는 모습이다. 환경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자녀 교육을 다 시켜놨고, 결혼만 남아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택마련이 쉽고, 생활비가 적게 되는 세종시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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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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