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세종시 투자계획은 백지화됐다"
[쿠키 경제] 삼성, 한화, 롯데, 웅진 그룹은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세종시 투자계획을 즉각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넣어 마련한 수정안에 따라 세종시에는 삼성과 한화, 롯데, 웅진과 오스트리아 태양광 제품업체인 SSF 등 5개 기업이 입주하기로 했었다. 이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LED(발광다이오드) 등의 분야에서 총 4조5150억원을 세종시에 투자해 2만2994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날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됨으로써 이 계획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됐다. 삼성그룹은 세종시 대신 기존 계열사 공장의 여유부지나 대체 부지를 찾아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은 애초 2015년까지 삼성전자, 삼성LED,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등 5개 계열사가 세종시 일원에 그린에너지, 헬스케어 등 신사업과 관련한 분야에 2조5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나 수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세종시 투자를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은 세종시 원안이 기업 전체에 할당된 부지가 24만평에 불과하고 세제 혜택 등 기업에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미미해 그대로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부지가 50만평인데 원안으로는 기업 전체에 할당된 부지가 24만평에 불과해 들어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수정안이 최종 부결됨에 따라 대체부지 물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이제 정부와의 투자 양해각서(MOU)는 효력은 자동 소멸됐다"면서 "연내 착공을 목표로 했던 국방미래기술연구소는 원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에 따라 대덕 연구단지 내에 있는 기존 관련 연구소 시설을 확충할지, 아니면 다른 지방자치단체 등에 좋은 조건이 나오면 검토를 할지를 검토 중이다.
한화는 이밖에 태양광연구소와 대한생명 연수원도 2013년부터 세종시에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화는 ㈜한화와 한화석유화학, 한화L&C, 대한생명 등 4개 계열사가 60만㎡(18만평) 규모의 부지에 10년간 국방기술을 포함한 태양광 사업 등에 1조3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었다.
롯데그룹도 확보된 부지나 기업 인센티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으로 인한 입지 시너지 효과가 사라진 만큼 식품과학연구소 설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롯데는 세종시 6만6000㎡ 부지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여러 계열사에 나뉘어 있던 연구 기능을 모아 식품과학연구소를 설립해 1000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롯데 관계자는 "R&D 기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획된 사업은 진행해야 했는데 수정안 논란이 일면서 멈춰 있었던 상태였다"며 "앞으로 정부 측 입장도 들어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 추진 방향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도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웅진 관계자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세종시 투자를 결정했던 것인데 인센티브가 없어진다면 더 이상 세종시 사업을 진행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세종시에서 2020년까지 66만㎡ 부지를 확보하고 9000억원을 들여 계열사 3곳의 공장과 연구개발 센터를 지을 계획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명희 박재찬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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