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후반기 과제] "자본 유출입 규제 앞서 외환관리 수준 높여야"

김규성 2010. 6.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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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KDI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왼쪽부터)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집권 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빠른 재정투입, 공격적 금리인하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모범국가'로 부상해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인 올해부터는 유럽발 재정위기, 천안함 사태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고조, 6·2 지방선거 패배 등 대내외 난제 속에 경제의 안정적 성장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은 파이낸셜뉴스가 한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들인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에게 'MB정부 후반기 정책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편집자 >

현오석 KDI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MB정부는 집권 후반기 국가재정 건전성 회복을 최대 과제로 삼고 중장기적으로 고용창출력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2%인 기준금리의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현 원장은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김주형 원장, 김주현 원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경제연구원장들은 또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에 따른 충격에서 한국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면서 경제체질 개선까지도 염두에 둬 '위기 후 재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경색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개성공단은 남북의 갈등국면을 풀어갈 최후의 출구로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MB정부는 2014년 재정수지 균형 달성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시행에 들어가야 하는 정책은.

▲현 원장=세출, 세입, 제도개선 측면 모두에서 동시에 나서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우선 세출 측면에서는 세출증가율을 억제해야 한다. 새로이 돈이 들어가야 할 곳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곳에 들어가는 돈을 줄여서 충당해야 한다. 세입에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이 필요하다. 제도개선은 장기적 고려사항이지만 연금제도와 의료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김주형 원장=먼저 인기영합적이거나 선심성을 띠는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세입확대는 세율 조정이 아니라 성장률을 높여서 이뤄야 하고 비과세 등 예외조항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김주현 원장=예산이 확정된 정부 지출이라도 효과가 미흡하다면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지자체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교부금 축소 등이 필요하다.

―공기업 부채도 문제인데. 공기업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묘안은.▲현 원장=우리나라는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악화됐을 때 정부 책임인지, 공기업의 방만경영 탓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관리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또 그동안 인상을 억제해 왔던 공공요금을 정상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주형 원장=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소버린리스크(Sovereign risk·국가부채위험)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주현 원장=민영화를 통해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리고 만약 공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면 구조조정을 강제해야 한다. 또한 교통,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만성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서비스요금의 현실화가 적극 검토돼야 한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높다. 경제와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은.

▲현 원장=가계부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호주,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가처분 소득대비 비중이나 가계금융부담률이 높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특히 주택이 우리나라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몫이 절반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주택금융부문에 대한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규제는 금융안정성 확보에 필수적 정책수단이다. 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이 부분에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기에 대한 인식과 대비는 미비한 것도 문제다.

▲김주형 원장=신용대출은 2002년 카드사태 이후 제도 보완으로 전반적인 시스템 부실 위험성이 크지 않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가격이 급락한다면 시스템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현 원장=가능성은 작지만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상승이 어우러지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계 부채의 증가세 차단, 부동산시장 연착륙, 저소득층 부채의 부실화 방지 등 3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LTV, DTI 규제 유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유예 기간 연장, 저소득층 일자리 대책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사상 최저인 2% 금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현 원장=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되지만 금리 정상화가 지나치게 지연될 때 경제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총수요 압력이 당분간 플러스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물가상승압력이 강해지고 있고 국제유가 상승 요인도 있다. 물가상승이 본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김주형 원장=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고 아직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크지 않다고 본다. 수요가 공급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디플레이션갭이 내년 중반께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여 금리정상화 정책 시행에 다소 여유가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양상을 좀 더 지켜보고 안정적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에 파란불이 켜진 후에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을 해야 할 것이다.

▲김주현 원장=금리인상 문제는 국내 물가 및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국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면 통화신용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해야 하지만 불안한 양상을 보인다면 긴축, 즉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특히 기준금리는 상승 폭보다는 상승 자체가 의미가 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최근 외국인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외환유동성 경색조짐을 보였다. 정부가 1차적으로 대책을 내놓았지만 '핫머니'로부터 한국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은행세 부과, 토빈세(외환거래세) 등이 부상하고 있는데.

▲현 원장=외국자본 유출입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식보다 국내 외화수요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장기외화채권 발행 등 외화공급원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단기외채비율 축소 등도 필요하다. 토빈세는 이미 유입된 자금의 유출 제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추후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은행세 또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보험료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성장잠재력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김주형 원장=급격한 국제자본 이동이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세 등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2700억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을 더 늘려 대외충격에 대한 흡수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간 외환스와프 협정을 상시화, 제도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김주현 원장=은행세는 미국 등이 부과를 추진하고 있어 일부 투기성 자금에 대한 외환시장의 방패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토빈세는 국제적 공조없이 한 국가만 도입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고용창출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특히 보건·의료 등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은.▲현 원장=노동시장에 대한 유연성 제고, 교육서비스 분야 개혁,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투자개방형 영리 의료법인을 허용해야 한다. 다만 편법과 탈법을 강력하게 규제해 보건·의료 산업이 다른 산업과 결합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주형 원장=연구개발(R & D), 컨설팅, 광고, 콘텐츠, 보건·의료 등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다. 현실적으로 이들 분야에 대한 규제가 많다. 공정경쟁, 대외개방을 통해 고용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개방형 영리 의료법인은 일단 시범지역에 영리병원을 설치해 성과와 부작용 등을 면밀히 분석 후 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김주현 원장=고용창출력은 결국 투자유치와 연결된다.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 융합도 있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도 육성해야 한다. 투자개방형 영리 의료법인은 시급하지만 투명성 유지가 관건이다.

―남북관계 경색과 개성공단 문제 해법은.▲현 원장=남북관계 긴장국면 지속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현재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김주형 원장=우리나라의 전쟁 억지력이 대외적인 신뢰를 받는다면 '북한 리스크'는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김주현 원장=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갈등을 풀어줄 마직막 카드다.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정부와 민간의 교류를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리=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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