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시계 제로.. 필사적인 생존 찾기 돌입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건설업계가 시계제로 상태다. 일감은 줄어들고 시장침체로 분양해놓은 주택은 미분양으로 남아 경영을 옥죄고 있다.
무엇보다 수주물량 감소는 미래 생존기반을 짓밟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기대온 공공부문의 발주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해외에서조차 유로화 변수로 수주성공 사례가 부쩍 줄었다.
특히 구조조정에 나선 금융기관들이 9개에 이르는 중견건설업체들을 퇴출대상인 D등급으로 신용평가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며 분위기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
◇정부, 주택시장 개입 '제한적'=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주택시장에 대해 "주택가격의 안정 기조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제 정부 정책은 실수요자를 배려해 거래 불편을 해소하는 데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하락세는 과도하지는 않다고 판
단, 거래가 급감한 부분을 주목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이다.이에따라 정부는 다양한 거래시장 정상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4.23 대책에 포함됐던 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한 보완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4.23대책에서는 거래대책으로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기존주택 중 6억 및 85㎡ 이하를 대상으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때 지원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이며 가구당 2억원까지 연 5.2%의 이율을 적용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이 너무 엄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실제 상품이 출시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이용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거래대책이 기금지원대상을 9억원 이하 등으로 확대하고 기금지원 이자율을 0.5%p 인하하는 수준에서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대해 국토부는 아직 구체적인 보완 내용이나 추진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혀 범정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주중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조조정 방안 현실화.. 긴강 최고조= 건설업계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며 미분양이 대거 양산되고 입주시점에 이른 사업장에서는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겹쳐 경영압박이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투입된 자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금융기관의 회수움직임은 강한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DTI 등 금융규제 완화보다는 기금지원이나 이달말로 예상되는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취득세 및 등록세 감면혜택 연장조치 등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분양을 잔뜩 안고있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정부의 추가 보완대책이 '출구전략'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아사 직전인데 정부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며 "주택거래를 살아나게 하려면 DTI 규제를 10~20% 탄력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LTV 규제도 금융권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도 현재 적용되고 있는 DTI규제를 일정 완화하면 거래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의 건설업체 구조조정 명단이 흘러나오며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채권단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퇴출대상인 D등급으로 9개 중견 건설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분류 건설사를 포함한다면도합 20여개 건설사가 대폭 구조조정이나 퇴출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이들 중견 건설업체와 협력하는 전문건설업체와 자재납품업체 등을 포함한다면 주택시장의 위기국면은 제조업과 유통업, 건설금융업 등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일감도 급감.. '생존책 모색' 나서= 미분양과 입주거부 등으로 주택부문의 어려움이 부각된 사이 공공토목분야는 물론 해외분야까지 생존을 위한 일감마저 줄어들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건설경기 활성화로 경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4대강 사업을 비롯, 공공부문 발주물량을 크게 늘렸다.
이에비해 올해는 4대강을 비롯, 굵직한 프로젝트 발주가 크게 줄어들며 건설업체별 공공부문 수주물량도 줄어들었다.
현대건설은 5월말 현재 98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고 GS건설 8150억원, 대림산업 7400억원, 대우건설 5800억원, 삼성물산 3700억원 등이다. 을 수주했다. 건설업계는 100억원 이상 대형공사의 5월말 수주액이 지난해 18조9000억원 대비 절반인 9조38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에서도 뜻밖의 고전을 겪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연초대비 18%나 하락하며 수주경쟁력이 부쩍 커진 탓이다. 지난 5월초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해수 및 배수 주입 EPC 공사는 영국과 이탈리아계 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싹쓸이했다. 지난해 UAE의 아부다비에서 싹쓸이 수주를 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유럽 업체들의 일감 부족사태가 저가입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당분간은 유럽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건설업계는 처절한 생존전략 마련에 부심중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흠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진출 분야를 다각화하고 저탄소 녹색분야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은 목이 타들어간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환경변화에 따라 신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경영혁신 등 발빠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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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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