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대낮 결투' 김천시의회에 드리는 10계명

2010. 6. 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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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영민 기자]김천시의회 당선자 여러분.

시의원으로 시민들의 대표로 일하시게 된 것과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에 축하와 감사를 보냅니다. 아울러 새마음으로 제6대 시의회를 맞으시라고 김천 YMCA 시정지기단이 만든 시의원 10계명을 전달합니다.

요즘 시의원의 모습을 삐삐밴드가 부른 노래 <요즘 애들 10계명>과 연결해서 우스개소리로 만들어보면.

담배 정도는 태워야 세련돼 보이고

→ 검은색 양복과 원색 넥타이, 주먹, 호통, 음주운전은 있어야 카리스마 있어 보이고

메이커 바지는 각각 두어 벌 가지고 있어야 하며

→ 차 안에 외국산 골프채가 가방은 두어 개 있어야 하고

압구정동 어느 카페 하면 두 번 묻지 않고 찾아 올수 있고:

→ 서울, 대구, 대전의 어느 술집하면 두 번 묻지 않고 찾아 올 수 있고

연예인 한두 명은 친한 척 할 수 있어야 하고

→ 전직 대통령이나 대표라는 사람과 손잡고 찍은 사진 두어 장은 걸려 있어야 하고

네 명이 만나면 적어도 한 명은 자동차 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하고

→ 검은 색의 초대형 승용차, 중형의 아내 차, 그리고 승합차 한대는 있어야 하고

나이트는 한두 달 안 가면 춤이 바뀌어 버려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는 가줘야 하며

→ 지역 순찰 안 가면 접대 군기가 빠져 안되므로 동사무소, 산하기관 등을 달에 서너번씩 가줘야 하며

유행어에 민감해야 하고

→ 펀드, 부동산, 주식, 개발계획정보로 돈벌이에 민감해야 하며

놀러갈 때 콘도 예약 못하면 안 가고 말며

→ 해외여행에 보조원으로 수행 공무원 없으면 안 가고 말며

진솔하고 지순한 사랑은 결혼한 다음에나 하는 것이고

→ 조례제안이니, 행정 감시니 하는 것은 도의원이나 되어야 하는 것이고

지갑에는 천 원짜리 몇 장 달랑 있을지라도 머리 스타일이나 옷, 신발, 말투 등으로 부티를 풍길 수 있어야 할지어다.

→ 입학식, 야유회를 제외하고 1년 내내 출석밖에 안 해도 행정, 산업 대학원재학쯤은 간판으로 붙어야 할지어다 .

설마 이럴 리야 없겠지요? 이런 장난 어린 노래에서 벗어나 시의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10계명을 제안합니다.

첫째. 시의원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 이외에 다른 것을 앞에 두지 마라.

시의원은 의회 출석이 기본이다. 지난 김천시의회에서는 개회와 정회를 반복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006년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103회 임시회는 전체 17명 의원 중 9명이 계속 불참해 개회와 정회, 다시 개회와 다시 정회, 결국 폐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회장단 길들이기니 의원의 역할 과시니 뒷말이 무성했다. 이번 시의회에서는 제발 시의원이 '감투'라 생각하지 말아 달라. 의원의 위상이니 의전 순서니, 의정비가 대우의 척도라니 하는 말로 임무를 게을리 하지 마라. 이는 교만으로 연결되고 낙선이라는 올무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둘째. 스스로 시의원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게 말라.

몇 년 전 김천시청을 뜨겁게 달구었던 시의원의 백주대낮 결투를 기억하는가. 공무원과 주먹다짐을 벌인 이 시의원은 이후 공개사과와 출석정지 30일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음주, 폭행 문제가 없었던 의회는 전국에서 찾기 힘들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추락하게 하는 행위이다.

셋째. 헛된 목적을 위해 시의원의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말라.

의원 본연의 역할 외에 신경을 쓰면 추해진다. 의회 비용으로 해외 여행한 것도 모자라 출장비 횡령하고, 공동경비라는 명목으로 공동식사, 출장비 받으면서 행정감사하고, 여기에 호사스러운 식사와 술 접대 등은 이제 그만. 선수는 경기에만 신경 써야지 음료수에 빠져 있으면 경기 출장 기회는 없다.

넷째. 의회일정을 기억하여 반드시 지켜라.

김천시는 지난 4년간 250일이 채 되지 않은 시의회 회기에서 출석률이 70% 이하인 사람을 다시 시의원으로 선출했다(2009년 11월 김천YMCA의정지기단 분석).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의원의 역할 중 반드시 지켜야 할 가장 쉬운 의무는 성실한 의회 출석이다. 지각, 조퇴, 이석은 이제 그만. 회의 자료는 미리 분석하고 시민여론을 꼼꼼히 수렴하라. 시민들은 시의원다운 시의원을 바란다.

다섯째. 시민을 부모처럼 공경하라.

매 회기 이전과 이후 의회활동을 시민에게 보고하라. 보고회나 문안인사 한 번도 하지 않다가 선거가 가까워지면 90도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꼭 돈 떨어지면 부모에게 달려오는 철없는 아이 같다.

여섯째. 자신이나 남을 죽이지 말라.

시의원 4년 평균 조례제안이 1건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행정감사, 예산 등에서 자신의 생각을 시민의 것으로 여기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자신이 시의원이 아니라 시민의 주인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시민이나 연구단체의 의견 수렴 없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시민 없는 시의원으로 사는 것이다. 입법기관이 법을 만들지 못하고 감시기관이 향응에 빠지면서 연구할 줄 모르면 스스로 죽은 시의원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일곱째.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별하라.

특히 돈 문제에서 말이다. 2010년 2월 일부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업무상 횡령 사건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지역축제 견학 등의 명목으로 출장비를 수령했지만 일부는 불참했고 참석 의원 대부분도 하루 일찍 귀환했다. 하지만 나머지 경비를 반납하지 않고 모두 사용하는 등 약 1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다.

이들은 부족한 경비를 보충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출장 일정을 하루 더 잡거나 불참자 경비를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결국 횡령한 출장비 전액을 반납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박3일 경비 받고 하루만 출장가고 나머지는 꿀꺽, 공동경비로 개인 점심식사하기, 시민 돈으로 해외여행하기 등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여덟째. 의정활동이라는 명칭으로 거짓말하지 말라.

전문가가 부족하니 보좌관이 필요하다, 연구시설이 없으니 사무실을 얻어 달라... 의정활동이라는 미명 하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활동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1년에 며칠 혹은 몇 시간 동안 개인의 잡담처로 쓰기 위해 사무실을 얻어 시민의 피 같은 돈을 낭비하고 있다. 시민의 혈세를 펑펑 쓰면서도 민의는 수렴하지 않는 것, 그것은 잘못이다.

아홉째. 의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일을 탐하지 말라.

2008년 김천시에서는 이미 사망한 사람이 여론조사에 응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정인즉,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여론수렴과정에서 인상 찬성 의견이 적자, 시의원들이 주위 사람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것. 특히 K의원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직위를 이용해 명단을 삽입하기도 했음이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이후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고령인 점과 지역 인사들의 탄원으로 벌금형에 그쳤다. 의정비 몇 푼 더 받겠다고 다른 곳에 있는 사람, 죽은 사람 이름까지 도용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는 이미 시의원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열 번째 본인이 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켜라.

'공약은 空約이고, 空約이라도 크게 떠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선거'라는 망상을 깨라. 시민들이 그대가 쓴 공약집을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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