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이후 어떤 조치들 필요한가
[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최근 건설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달말로 다가온 부실 건설사 퇴출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채권은행들은 시공능력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달 말까지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부실 건설사를 솎아 내는 건설사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1차 평가는 이달 초에 끝냈으며 2차 평가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해 1월 1차, 3월 2차에 이어 3번째다. 1차와 2차 구조조정이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면 이번 신용위험평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부실 건설사의 퇴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과거 구조조정과는 달리 중소건설업체 뿐 아니라 대형건설업체들도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금융당국 보고 및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건설업체들을 A에서 D등급으로 분류해 다음달 초쯤에 발표할 계획이다. A~D등급에서 C등급(워크아웃)과 D등급(법정관리)은 구조조정이 된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시공능력으로 따진다면 100위권 건설업체 중 안정적인 20여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조조정 대상인만큼 대대적으로 부실 건설사를 걸러내는 조치다"며 시장에 큰 여파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건설사 구조조정 이후 시장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의 이유? = 유동성 위기로 인한 신용도 하락..부도로 이어져
건설업체들이 연쇄 부도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주택시장 침체가 극심해지면서 자금 흐름이 막혀 유동성 위기가 오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는 해당 건설업체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져 끝내는 부도라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중견업체들은 분양가 할인 등을 내세워 미분양 물량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 힘을 쓰고 있지만 위축된 매매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자금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지영 팀장은 국내 건설업계 위기의 뿌리는 과거 20년 간 급격한 도시화에 따라 아파트를 신도시 등에 단기간 대량 공급 방식으로 쏟아내게 한 정부 정책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1970년 79.5%에 머물던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9.9%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이 과정에서 신도시, 택지지구 등의 지정이 난무했고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을 쏟아냄으로써 미분양이라는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
특히 수요자들이 민간건설업체들이 짓는 분양에 비해 저렴한 공공 분양을 선호하게 되면서 민간 건설사의 위기가 닥쳐왔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구매력이 떨어졌고 이는 보금자리주택 등 인기 공공택지 분양에서도 미분양이 나오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건설사 퇴출 이후 = 미분양 해소 가장 먼저 해결해야
건설사 퇴출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사는 건축주와 직접 계약을 하는 원도급 업체인 종합건설사와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사, 그리고 레미콘·시멘트·철강·자재 등의 제조업과 설계·감리 등의 용역업체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대규모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사가 부도가 나게되면 하도급 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 경기 침체가 심각할 때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건설산업 살리기에 먼저 주력하는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건설사 퇴출 이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어떤 정책들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까?
첫번째로 미분양이 해소가 가장 큰 문제로 이를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대출 규제는 갈아타기 수요를 차단할 뿐 아니라 잔급납부 지연 등으로 저조한 입주률을 형성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먼저 수도권에서 먼저 자금이 원활하게 유통될 것이고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자금을 움직이기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양팀장은 "최근 미분양 사태는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이 꺾인 이유도 있지만 자금줄이 묶인 이유도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대출 등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에 대해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세금을 완화해야 한다.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세금 완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 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 등은 건설사가 어느정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어디까지 단기적인 정책으로 미분양 문제가 지방에만 국한돼 있는 게 아닌만큼 양도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으로도 확대해야 한다. 여기서 수도권은 지방과는 차별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 지방 미분양 매입 시 1가구 2주택이 될 경우 보유세도 감면 해주는 등 추가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세번째, 안정된 수요 분산이 필요하다. 건설사 퇴출 대상은 대부분 중소건설업체들이다. 중소건설업체들은 주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지방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자금 수난, 생산활동 및 고용창출 저하 등으로 지역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 지방 미분양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접근 해야한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해야 하고 지방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 개발 정책과 대규모 공장단지 이전 등의 정책들 또한 필요하다.
넷째, 민간건설사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시급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일반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판촉 행사는 물론 분양가를 인하를 하고 있다.
양팀장은 분양가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공급저하를 불러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건설사들은 수익성 떨어진 사업에 대해서는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인하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분양가상한제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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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정 기자 moon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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