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삼성생명 상장 앞두고 23조 전격 투자 선언

2010. 5.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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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철 기자]

지난 2월 5일 오후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 가운데 가족 대표로 이건희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삼성그룹이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 등 새로운 사업분야에 모두 23조원을 투자한다. 투자 대상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 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다.

삼성은 11일 이 같은 투자내용을 공개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이들 분야에서 매출 50조원을 올리고 신규 고용 창출도 4만5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후 첫 작품... 신사업 23조 투자

이번 투자 결정은 지난 3월 전격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회장의 첫 작품이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저녁 그룹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3시간에 걸친 회의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신사업 분야 그룹 계열사 사장들과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도 참석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환경 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녹색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뽑아 실업 해소에도 더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저녁 6시 10분부터 9시까지 약 3시간에 걸쳐 진행됐고, 그룹 계열사 CEO 등이 참석했다"면서 "앞으로 10년 후 삼성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와 관련해 차세대 사업과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먼저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면서 "이번 투자 결정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상장 앞두고, 차익 논란에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

이번 투자 발표를 두고, 삼성 안팎에선 12일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에 앞서 막대한 상장 차익을 거두게 되는 이건희 회장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 등으로 화답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내일(12일)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을 두고,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 등 주주들이 큰 차익을 얻게 되는 것에 대한 삼성의 화답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투자 결정과 (삼성)생명 상장과는 크게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삼성)생명 상장 차익에 대한 논란은 이미 수차례에 걸친 위원회 회의 등을 걸쳐 공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삼성생명 상장으로 인한 수조원의 상장 차익이 이 회장 등 일부 주주에게만 돌아가고 과거 삼성자동차 청산에 따른 빚 해결로 정리되는 데서 비롯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삼성 역시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내일 시장에 공개되면서, 사실상 삼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끝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앞으로의 먹을거리와 일자리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향후 10년 동안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사업 등에 집중

한편 삼성이 이날 공개한 투자내용은 올초 정부의 세종시 수정과정에서 나왔던 신수종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수종 사업으로 결정된 친환경 분야에서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 제약과 의료 기기 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들이다. 물론 삼성이 2015년까지 세종시에 2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부분도 이날 계획에 포함돼 있다.

사업별로 보면,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에 각각 6조원과 5조4000억원이 투자되고, 매출은 이들 전지사업에서만 22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LED 사업에선 조명 엔진과 전장부품 등으로 사업을 넓혀 8조6000억원을 투자해 17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예정이다. 이밖에 바이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에도 각각 2조1000억원과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들 사업계획대로라면 신규 고용창출 인원도 4만5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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