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광산에 돈이 몰린다

2010. 4.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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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이클링 산업이 뜬다 ◆

질문 하나. 금광에서 금을 캐는 것과 휴대폰에서 금을 추출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효율적일까? 같은 노력이라면 휴대폰을 뒤지는 게 월등히 낫다.

금광 1톤을 캐면 평균 5g 정도의 금을 채취한다. 반면 휴대폰 1톤에 포함된 금은 400g이나 된다. 광석 제련보다 100배 많은 금을 얻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금뿐이 아니다. 은 3kg, 구리 100kg, 주석 13kg, 니켈 16kg, 리튬 5kg을 덤으로 확보할 수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더.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이 공연 중 입고 있는 화려한 의상은 으레 고급 옷감으로 만들어진 고가 상품이려니 한다. 예상과 달리 그중 몇 벌은 버려진 페트(PET)병을 원료로 만들어졌다. 50g 페트병 4개면 200g의 근사한 셔츠 한 벌을 만들 수 있다.

이 두 사례는 자원재활용(Recycling)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시장규모 5조원에 달하는 리사이클링 산업이 꿈틀거린다. 발맞춰 기업들도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3월 리사이클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삼일폴리머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리사이클링 사업에 나선다. 중소기업형 리사이클링 업체도 잇따라 생겨나는 중이다. 현재 환경부에 등록한 리사이클링 업체만 5000여곳. 정부는 '숨은 금속자원 찾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재활용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 무기화·그린경제 흐름

리사이클링 산업 육성은 자원부족국이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에너지 소비 9위인 우리에게 오랜 숙제였다. 중국 등 강국들은 아프리카 등지로 나가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주고 대신 광물을 챙겼다. 향후 자원이 무기가 될 세상이 오리라 전망해서다. 그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최근 자원민족주의가 부상하며 주요 자원국들은 광물 수출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한편 신흥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져 수요가 급증했고, 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7년 구리 가격은 2002년과 비교해 350% 이상 올랐다. 희귀금속인 셀레늄은 1000% 가까이 올랐다.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 파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고초를 겪었다. 앞으로 인듐, 납, 주석 등은 2050년 누적 수요량이 매장량의 7배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부족은 앞으로도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민·관 할 것 없이 리사이클링 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렸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폐기물 규제 강화 움직임이다. 세계 각국은 여러 각도로 폐기물을 억제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간다. 97년부터 논의돼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한다. 자원재활용은 이 같은 규제정책의 좋은 해법이다. 96년 폐기물의 해양투기금지에 관한 협약(런던협약) 체결 역시 자원재활용 바람을 불러일으킨 좋은 사례다. 2012년부터 이 협약이 적용되면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일은 옛 추억으로 사라진다. 바꿔 말해 육지에서 처리하거나 재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천연금속을 재활용금속으로 대체하는 등 리사이클링 산업이 활성화되면 에너지가 절약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 녹색성장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발맞춰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00억원대 도시광산 더 커진다

리사이클링 산업 전반에 걸쳐 중흥의 계기는 마련됐다. 리사이클링 산업도 여러 분야가 있다. 보통 종이나 유리, 플라스틱 등의 생활폐기물을 떠올린다. 주변에서 쉽게 분리수거하는 물품들이다. 실상 생활폐기물뿐 아니라 폐타이어, 폐유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전 세계 생활폐기물 시장규모는 1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유동성 폐기물을 제외한 산업폐기물 시장을 1500억달러 규모로 본다. 이를 전부 합하면 한화로 환산했을 때 30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리사이클링 시장규모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국내 GDP 규모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수준이라고 볼 때 5조~6조원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을 보면 시멘트·건자재 등 무기재료 폐기물과 화학원료 폐기물 등이 각각 2000억원 정도. 플라스틱·폐유·폐타이어 분야에서도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됐다.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국내 폐기물 시장 전체를 8000억원대로 분석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 향후 5배 이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리사이클링 산업 중에서 최근 눈에 띄게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면 도시광산(urban mining)이다. 폐휴대폰, 폐자동차, 폐PC 등 주로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전자기기에서 자원을 찾는 것으로 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일본에서는 금만 뽑아내는 데도 200조원 이상의 경제가치가 있다고 본다. 국내 시장도 추정 가능하다. 폐휴대폰에선 금, 니켈, 구리 등 16종의 광물이 나와 한 대당 3400원의 경제적 가치를 낼 수 있다. 폐자동차에선 백금보다 더 비싸다는 차 촉매제용 희귀금속 팔라듐도 나온다. 폐자동차 한 대면 61만원 이상 뽑아낸다. 이런 방식으로 추정하면 전기부품 7조원, 자동차 10조원 등 국내 폐금속자원 보유량의 경제적 가치는 46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또 매년 4조3000억원의 폐금속자원이 발생한다.

물론 이 수치는 모든 폐금속자원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것일 뿐 실제 형성된 시장과 다르다. 현재까지 형성된 폐금속자원 시장은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향후 이 시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이것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도시광산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5000개 기업 난립

시장이 커지면서 폐기물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늘어났다. GS칼텍스는 올해 3월 리사이클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삼일폴리머를 사들여 폐기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이란 자동차, 가전제품 등으로부터 분리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첨가제와 함께 재가공해 생산한 플라스틱이다. 일반적으로 폐플라스틱 1톤을 재활용하면 이산화탄소 1.26톤이 감축된다. 자동차·가전제품의 리사이클링 제품 의무사용비율 확대 등 자원순환법 강화와 온실가스 감축의무 강화 등의 주변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뛰어들었다. GS칼텍스는 리사이클링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LS니꼬동제련 출자사인 도시광산 전문기업 GRM은 내년에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광산 공장을 세운다. 6만3000㎡ 부지에 2만2000㎡ 규모다. 총 투자금액은 2100억원. 내년 5월 가동이 목표다. LS니꼬동제련은 2007년부터 공장설립을 추진했으나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3년 만인 올해 착공에 들어갔다.

대형업체들도 참여하지만 아직까진 영세업체들의 세상이다. 환경부에 등록한 업체는 5000여곳. 매출 100억원 미만인 업체들이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곧 이들 업체 숫자가 줄고 살아남은 업체는 대형화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프랑스 사례를 보면 그렇다.

99년 4700여개의 재활용 관련 기업이 있었으나, 2006년 27% 줄어든 2400개만이 살아남았다. 대신 베올리아 같은 선두기업은 2003년 59억유로에서 2007년 92억유로로 덩치가 커졌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 등 미국의 4개 주요회사들은 폐기물 취합 시장의 45%, 재활용 시장의 30%를 점유 중이다. 유호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후죽순으로 생긴 국내 영세업체들에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용업체 육성책 등 마련

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앞장선 곳은 정부다. 정부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술수준을 높인다. 전반적인 자원재활용 국내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다. 산업폐기물 처리설비는 선진국 대비 50%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0년까지 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80~9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술이 높아지면 리사이클링 효율성이 높아져 기업들을 끌어들이기가 쉽다.

둘째, 일명 '숨은 금속자원 찾기 프로젝트'로 도시광산을 지원한다. 정부는 녹색성장 추진계획 주요 과제 중 하나로 폐금속 재활용 대책을 세웠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4년간 6400억원을 투자한다. 기대효과는 엄청나다. 금속자원을 4조원 가까이 아낄 수 있다. 폐기물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상황에서 33억달러 정도의 무역 역조현상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매립소각비용도 1300억원 이상 줄어든다. 연 1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이산화탄소도 매년 39만톤씩 총 156만톤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35% 수준인 폐금속자원 재활용률을 2013년 55%로, 2020년엔 75%로 늘린다. 폐금속 재활용 업체를 적극 육성한다. 이미 650억원 규모의 재활용 육성융자금을 확대한다. 허가절차도 간소화한다.

마지막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강화한다. 이 제도는 생산자가 재활용 의무를 지는 것이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20개 제품과 금속, 종이 등 4개 포장재가 해당된다. 정부는 이 대상 업종을 늘려 유럽 수준으로 맞춘다. 전기전자장비 폐기물처리지침(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이 발효된 유럽에선 폐전기전자제품을 생산 또는 수출자가 직접 회수 처리해야 한다. 이 지침 덕에 유럽의 1인당 재활용 의무율은 4kg으로 우리나라의 2배에 해당한다.

■ 글로벌 재활용업체는 어디베올리아·웨이스트매니지먼트 10조원 이상 매출

전 세계 폐기물 시장이 300조원 규모다 보니 폐기물 전문 기업도 거대해진다. 폐기물처리 분야의 대표기업은 프랑스 기업 베올리아환경서비스(이하 베올리아)다. 생활폐기물 취합 서비스에서 독성 폐기물처리 사업, 리사이클링 사업에 이르기까지 폐기물 관련 전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베올리아 매출액은 무려 92억유로. 폐기물 전문 기업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미국 재활용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도 베올리아 못지않은 91억유로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두 기업만 놓고 봐도 매출액 합이 180억유로를 웃돈다. 여기에 수에즈환경, 레몬디스, 심즈그룹 등 굴지의 재활용 기업까지 합하면 335억유로에 이른다.

원화로 환산하면 50조2500억원이다. 글로벌 5대 기업이 전 세계 폐기물 시장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주요 4개 기업이 재활용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폐기물 시장에서도 독과점화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폐기물 시장에서는 확실히 선발주자의 이점이 있어서다.

게다가 리사이클링 사업의 경우 국가 간 교역도 활발하다. 재처리된 반제품이 중국, 터키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대부분의 폐기물 사업이 한 국가 내에서만 이뤄진 것과 대조된다. 국가 간 교역이 가능해지면서 재활용 기업의 운신의 폭은 넓어지게 됐다.

전 세계 폐기물 시장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75년 폐유에 관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2003년에는 폐전기·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실시했다. 지침 대상은 모든 폐전기·전자제품이다. 미국은 76년에 자원보존및재생법을 제정해 자원 회수를 추진해왔다. 미국은 플라스틱 재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특히 PET와 HDPE 재활용이 활성화돼 있다.

일본은 가전리사이클법, 자원유효이용촉진법을 통해 폐금속 자원재활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2001년에는 순환형사회형성기본법을 제정했다.

잠깐용어

폐기물의 분류

지정폐기물

= 사업장폐기물 중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폐기물. 폐석면, 폐산, 폐알칼리, 폐유, 폐합성고분자화합물(폐합성수지, 폐합성고무, 폐페인트 및 폐래커) 등이 여기에 속한다.

건설폐기물

= 도시 재개발과 고속도로, 아파트 등 건축물의 해체나 신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말한다.

사업장일반폐기물

= 산업활동에 수반해 발생하는 폐기물. 유해성이 없는 경우 일반폐기물로 구분된다. 폐기물의 90% 이상은 일반폐기물이지만 유해폐기물은 그 유해로 인해 취급과 처리·처분에 있어서 특별한 법적 규제를 받는다.

생활폐기물

= 인간의 모든 생활에서 사용됐으나 그 필요성을 잃어 사용치 않고 버리게 된 산업폐기물 이외의 물질.가정쓰레기, 시장쓰레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 / 김경민 기자 / 김충일 기자 / 박수호 기자 / 김헌주 기자 / 윤형중 기자 / 사진 = 성혜련 기자 / 연수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3호(10.04.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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