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億)' 소리나게 빠지는 집값 '동상이몽'

황준호 2010. 4. 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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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잠실 주공 5단지는 지난해 4월 이후 10억원 미만대 매물이 나왔다. 경기 침체 탓이다. 하지만 거래가 안된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돈 없는 사람은 금융규제 탓에 자금줄이 막힌 상태다.

#2. 목동 20평대 집에 살면서 은평뉴타운 60평대 집을 받았다. 투자가 목적이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은평 집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 중이다. 목동도 3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목동 집은 팔 수가 없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을 비롯, 수도권 전역으로 하락세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넘처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판을 치고 있다.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떨어지는 집값에 대한 평가는 각양각색이다. 부동산 대폭락기 도래, 버블 붕괴, 안정적 하락, 부분 하락 등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다. 이중 정부는 '안정적 하락'이라는 단어로 현 시장상황을 풀이한다. 상승분이 빠지는 것일 뿐 집값 하락으로 인한 시장 공황은 오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시장은 현 상황을 좀 더 위협적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 없는 집값 하락 "버블세븐 두각"=

KB국민은행연구소는 이달 셋째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발표하며 서울 지역 집값이 5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후 집값은 강남 3구를 비롯, 서울시 전역을 비롯 수도권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집값 하락 현상은 강남 재건축 단지와 버블세븐 지역 등 그간 투자 가치가 높은 곳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인 개포주공 1단지 49㎡는 지난 2월 10억~10억3000만원 가량에 호가를 형성했으나 최근 9억5000만~9억7000만원 정도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정자동 동양파라곤 227㎡(69평형)은 19억원에서 15억원으로 4억원가량 가격이 추락했다. 아이파크분당 240㎡(73평형)은 2억7500만원이 하락한 12억7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집값 하락 현상은 강남 재건축 시장과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해 집값이 상승했던 지역에 한해 집값 하락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추세에 따라 하락 현상은 버블세븐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수도권 전역에 걸친 집값 하락현상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하락현상에 대해 각종 부동산 연구소들은 '버블 붕괴'라는 단어를 넣어 표현하고 나섰다. 단순한 집값 하락이 아니라 그간 쌓여있던 집값 거품이 꺼져가는 과정으로 향후 시장 파괴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정 장관 "안정적 하락세, 문제 없어"=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정부 입장은 다르다. 버블 붕괴는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정 장관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나라 집값 거품이 크게 빠질 염려는 없다"며 "지금은 안정적 하락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난 24년간 주택 가격이 물가에 비해 17% 낮은 상승률을 보여, 집값 거품이 크게 빠질 염려는 없을 것" 이라며 "강남은 집값 상승폭이 커서 일부 가격 조정 여지가 있지만, 소득 수준 및 교육 인프라 등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에서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집값 하락 현상은 하향 조정에 접어든 상태 정도이며 버블 붕괴 등을 신경쓸 상황은 아니다. 강남 등 집값이 크게 빠진 곳도 교육 인프라 등 시장성이 충분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버블 붕괴와 연관짓지 않아도 향후 가격 조정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이에 금융규제 폐지 등 시장 활성화 대책은 아직 크게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인 셈이다.

이원재 주택정책관도 "거래가 이뤄지는 상태에서의 하향 조정이 이상적이나 현재 거래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이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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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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