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 호수에 옛 정자가?
[오마이뉴스 손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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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옛것이 아름답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지 않을까? 얼마 앞서 지역방송에서 김천시 교동에 있는 '연화지'를 소개하는 걸 봤어요. 키 높은 아파트가 굽어내려다 보는 곳에 꽤나 넓은 호수가 있고 그 가운데에 예스런 정자 하나가 참으로 아름답게 어우러진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자기야! 저기 좀 봐! 김천에 저런 곳이 있었네?""우와, 아니 왜 저길 몰랐지? 이번 주에 가보자. 멋진 곳이네."남편도 나도 신이 났습니다. 김천이라면,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도 가깝고 또 멋스런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땅히 가봐야겠지요. 이번 주에는 모든 일 제쳐두고 김천 땅을 밟아 주리라.
키 높은 아파트가 굽어다내려 보는 연화지와 봉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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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마음도 가볍고 날씨마저 따뜻해서 무척이나 설?지요. 처음 가본 교동 연화지는 참 멋진 곳이었어요. 앞서 기사로 소개한 이야기에서는 일부러 이곳 이야기를 미루었는데, 도시 풍경 속에서 이처럼 예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 호수가 있다는 게 퍽이나 아름답고 놀라웠답니다.
교동 연화지는 본디 농사일에 쓰려고 물을 가둔 것이었는데, 꽤나 넓은 호수 한 가운데에 '봉황대'라고 하는 정자가 우뚝 솟아 있어 무척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답니다. 옛 선비들이 이곳에 올라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즐겼다고 하니, 물에 비치는 산 그림자 또한 멋진 시 한 수를 저절로 읊을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에요. 실제로 이 '봉황대'를 시제로 한 옛 시인들의 시가 여러 편 있다고 합니다. 또 호수를 빙 둘러싸고 벚꽃나무가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어요. 우리가 처음 갔을 땐, 이제 막 움을 틔우고 있어 꽃구경은 하지 못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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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벚꽃이 활짝 핀 모습도 함께 소개하고 싶어 두 주 뒤(4월11일)에 다시 찾아갔답니다. 생각대로 나무마다 뾰족하게 움을 틔웠던 녀석들이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연분홍빛 꽃들이 활짝 피었어요. 아마도 이번 주말쯤이면 더욱 화사하고 아름답게 필 거예요. 이곳에는 벚꽃이 바람에 지고 난 때에도 넓은 호수에 꽃잎이 무더기로 흩날려 그 풍경 또한 멋스럽다고 합니다.
연화지 안에는 봉황대 말고도 따로 작은 봉우리들이 섬처럼 두어 개 떠있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풍경이 서로 다르니, 그것 또한 놓치지 않고 본다면, 더욱 좋을 듯해요. 그러나 한 가지 흠이라면, 이 봉황대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랍니다. 아마도 지난날에는 드나들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은데, 봉황대로 들어가는 문을 굳게 잠가 놓았더군요. 봉황대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는 것도 매우 멋스러울 텐데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다른 이들도 우리와 같이 아쉬운 마음이었을 겁니다. 누군가 '문 좀 열어놔!'하고 쓴 낙서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그 낙서를 지우려고 빨간 페인트칠로 덧입혀 놓은 걸 보니,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했어요. 정자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문을 활짝 열어놓고 조금 더 관리를 한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답니다.
골목길이 정겨운 '김산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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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왔을 때, 연화지에서 멀리 윗동네에 제법 큰 옛집이 있는 걸 봤어요. 그땐 시간에 쫓기어 그냥 돌아왔는데, 두 번씩이나 찾아온 이곳에서 좋은 볼거리를 놓치면 안 되겠지요? 이번에는 연화지를 지나 그곳까지 가봅니다. 오호! 바로 '김산향교'였답니다. '김천'의 옛 이름이 '김산'이었지요. 문화재자료 제257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향교였어요.
공자를 주향으로 모시고 안자, 증자, 자사, 맹자와 우리나라 18현(설총, 최치원, 안향, 정몽주, 김굉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널리 알려진 분들이지요.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유생들을 가르치고 과거시험을 치른 곳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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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향교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연화지를 지나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되었지요. 드문드문 김산향교 가는 길이란 팻말도 붙어 있고요. 그런데 이곳 골목길이 무척이나 정겹습니다. 마치 80년대 고향집 골목길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네요. 이 골목길이 발걸음을 늦추게 합니다. 여러 각도로 보는 골목 풍경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담장 너머로 앙증맞게 피어난 앵두꽃과 홍매화가 무척이나 예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적에도 이곳 김천에서 살았는데, 그때에도 집집이 키 작은 앵두나무가 한 그루씩 있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앵두꽃 떨어지면, 빨간 열매가 달리고 채 익지도 않은 앵두를 따서 시큼한데도 우물우물 한 입 넣고 씨가 말갛게 씻길 때까지 빨아먹었던 기억이 말이에요.
골목 풍경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으면서 김산향교에 닿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 서있네요. 아뿔싸! 이번에도 어김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향교 바로 앞에 있는 집에서는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 소리만 요란합니다. 골목이 좁아서 향교 건물을 사진기에 전체로 담을 수도 없었어요. 아쉬운 마음에 골목길을 이리저리 다니다가 향교 뒤로 올라가는 길을 가까스로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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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도 문은 굳게 닫혀있고 아쉬운 대로 담장 너머로 안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답니다. 연화지에서도 그랬고 김산향교에서도 그랬고, 굳게 닫힌 문이 원망스러웠지만, 구경꾼의 입맛에 모두 맞추기는 어려울 터, 어쩌겠어요. 다시 돌아 나오는 길에 아주 좁은 골목길을 하나 만납니다. 흙 담장 위로 얼기설기 아무렇게나 핀 듯한 노란 개나리꽃이 우리를 반깁니다. 더러 다 쓰러져가는 빈집도 눈에 띄었지만, 그 나름대로 지난날 어릴 적 풍경을 보는 듯이 정겹기도 했지만, 조금은 애처롭게 보이기도 했어요.
두 번에 걸쳐 이곳 연화지와 김산향교를 둘러봤습니다. 올 때마다 풍경이 달라서 좋았고, 또 뜻밖에도 어릴 적 고향 같은 골목길에서 느끼는 푸근하고 살가운 정을 느껴본 것도 무척이나 좋았답니다. 요즘 우리 부부는 이런 풍경이 더욱 좋아졌답니다. 마을 앞에서 볼 때에는 잘 모르겠는데,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뜻밖에도 정들었던 고향풍경을 만날 때가 많이 있답니다. 날씨도 자전거 타기에 더 없이 좋은 요즘, 남편과 함께 자전거 타고 달려가는 그곳에 또 어떤 얘깃거리가 있을지 몹시 설레고 기대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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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김천시 교동 연화지와 김산향교 골목길을 한 번 거닐어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닌다면 말이에요. 참 돌아가는 길에 가까이에 있는 직지사에도 한 번 들러보세요. 직지사 가는 길에 피어난 벚꽃도 무척 아름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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