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돌파구는 없나-(하) 해법은 없나] 선별적 규제 완화로 '부동산 거래' 숨통 터줘야

2010. 3. 3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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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모(44·회사원)씨의 관심은 온통 집 문제에 쏠려 있다. 10년 만에 파주 운정신도시의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려는데 올 초 팔려고 내놓은 집이 아직도 깜깜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전세를 놓을까 고심 중이지만 입주아파트 잔금을 치르려면 전세금에다 약 1억원을 더 대출받아야 할 형편이라 망설이고 있다.

◇"거래 숨통만이라도 틔워야"=이씨의 처지는 건설업계가 당면한 현실과 맥이 닿는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거래가 뚝 끊기면서 이씨와 같은 계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율 저조는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의 '장본인'. 즉,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대출 등 정부의 금융규제가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자들의 잔금납부가 지연되면 최악의 경우 계약해지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래 숨통만큼은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 팀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매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주택구매 심리가 크게 꺾인 상황"이라며 "수요 진작 차원에서 DTI 규제 지역을 일부 풀거나 LTV를 10% 정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매매가 살아나고 입주율이 높아지면 건설업계도 최악의 '돈맥경화'에서 벗어나 유동성 위기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특정 상황에 따른 단기적인 처방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 왜곡과 잘못된 학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같은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DTI나 LTV 규제를 충분히 완화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해소' 방안 다각화 필요=국토해양부는 30일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1조원 규모의 건설사 유동자금 지원에 나섰다.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5000억원) 사업을 재개하고 PF 대출보증한도를 종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키로 한 것.

앞서 당정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율과 연동하는 조건으로 양도세 감면혜택 기간을 내년 4월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한시가 급한 건설사들로서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조치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주택 매입은 한정돼 있고, 건설사들의 할인분양은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로 기대한 만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최근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미분양 주택을 전세 또는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부로서는 전세주택에 대한 신규공급 부담 감소를,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유동자금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정부가 주택시장의 수급 균형을 유지하면서 법적·제도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얼마나 잘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건설업계 체질개선도 필수=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 해소방안으로는 '허약체질' 개선이 필수 과제다. 아직도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주택사업 비중이 40∼50%에 달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 미분양에 따른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무리한 차입과 PF를 통한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경우가 적지 않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내 건설사들은 매출 위주의 사업방식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면서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건설과 금융이 결합된 '선진형 디벨로퍼'로 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김현길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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