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돌파구는 없나-(상)줄도산 공포] 미분양 11만9000가구.. '불꺼진 아파트' 전국 확산

2010. 3. 2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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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양덕동에 들어서는 '삼구트리니엔' 아파트. 시공사인 삼구건설(주)은 이달 초 이 아파트 8개동 가운데 25층짜리 1개동(96가구)을 허물기로 했다. 무려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건물을 철거하는 이유는 미분양 공포 때문이다.

삼구건설 관계자는 29일 "일조권과 조망권을 방해하는 동 배치 구조 때문에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분양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했다"면서 "골조공사까지 마친 건물을 철거하기가 쉽진 않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건설사, '불 꺼진 아파트'에 발동동=미분양 공포가 건설사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올 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11만9039가구. 이 중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은 4만8469가구로 40.7%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유동성 위기→신용도 하락→부도 사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미분양은 건설사들의 존립 문제와 직결된다. 특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중견업체들의 경우 미분양 털기에 '올인'하고 있지만 업계가 처한 현실은 비관적이다.

지난 27일 대구시 범어동의 D아파트 앞. '할인분양 하려거든 입주세대 보상하라' '할인없다 거짓약속 악덕기업 ○○건설'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단지 인근 부동산업소 출입구에는 '미분양 특별혜택 상담 안내' 전단도 눈에 띄었다. 해가 저물자 범어동과 상동 일대에 들어선 입주 1년이 넘은 주상복합 아파트마다 불 꺼진 가구가 절반 이상, 어떤 곳은 3분의 2까지 이르는 단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분양가를 10%까지 할인해도 미분양률이 절반이 넘는 곳이 상당수"라며 "정부가 지방에 양도세 감면을 연장해도 주택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는 지방에서는 씨알도 안 먹힌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1만6000여 가구로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악성 미분양은 60%(9600여 가구)에 달해 수년째 '불 꺼진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용인지역 미분양이 심각하다. 2008년 6월 3700여 가구가 공급됐지만 분양률은 지난달 말 현재 40% 선에 그치고 있다. 성복지구의 경우 양도세 감면 종료 시한을 앞둔 지난 1, 2월 미분양 물량 2100여 가구 가운데 계약건수가 고작 50여건에 그쳤다.

지난해 대대적인 분양몰이에 나섰던 김포 한강신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중견업체들까지 '분양참패'를 기록했다. 이달 초 김포시의 미분양 물량은 3700여 가구로 이 가운데 70% 정도가 김포한강신도시에 몰려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담당 고응만 상무는 "기존 미분양 물량이 채 나가기도 전에 신규 분양이 이어지면 미분양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건설사에 자금 부담과 경영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 '줄도산' 공포 어디까지=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이 17만678가구로 지난해보다 1만5000가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 경기회복과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계약자들의 잔금납부가 미뤄지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견 업체들은 유동성 위기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당수 중견업체들은 도급공사를 제외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등에 대해서는 자금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지방 소재 건설업체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공공사업 물량이라도 따내려는 '제살깎기'식 저가 출혈경쟁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주된 4대강 살리기(낙동강) 사업의 경우 25개 공구 가운데 부산과 경북 등 지역 건설업체들이 참여한 16개 공구(최저가낙찰제 적용)의 평균 낙찰가율은 59.4%로 집계됐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실적쌓기에 급급한 업체들이 무조건 수주해놓고 보자는 식의 저가 낙찰 경쟁은 잦은 설계변경과 더불어 자칫 부실공사나 업체의 부실경영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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