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인클로저 운동, 새로운 승마기술을 탄생시키다

채준 2010. 3. 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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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채준] 승마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말을 타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승마경기를 흔히 볼 수 있다. '장애물비월경기' 또는 '장애물경기'라고 불리는 이 승마경기는 마장마술과 더불어 대표적인 승마경기종목이다.

지난 2월12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국제승마대회도 장애물비월경기로 열렸다. 장애물비월경기는 영어로 '쇼점핑(Show Jumping)'이라고 하는데, 이 쇼점핑은 영국의 토지 사유화에서 생겨났다는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시간에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인클로저란 미개간지·공유지 등 공동이용이 가능한 토지에 담이나 울타리 등의 경계선을 쳐서 토지를 사유화하는 일을 말한다. 인클로저는 모직공업이 발달함에 따라 지주들이 울타리를 치고 양을 키우면서 생겨났다. 이 때문에 그 땅 위에서 경작하던 소작농민들이 쫓겨나 사회문제가 되고, 토머스 모어같은 사상가는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개탄하기도 하였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곤란해진 사람들이 또 있었다. 바로 여우사냥을 즐기던 영국 귀족들이었다. 말을 타고 '폭스하운드'라는 사냥개와 함께 여우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던 대영제국의 한량들은 인클로저 운동으로 울타리가 곳곳에 생겨나자 예전처럼 여우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귀족들은 울타리 밑으로 도망치는 여우를 쫓아가기 위해 울타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승마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처럼 여우사냥에서 시작된 장애물비월은 나중에 승마쇼로 인기를 끌고, 다시 경기종목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장애물비월을 할 수 있는 승용마의 가격은 매우 비싸서 경기용 마필의 경우 집 한 채 값에 맞먹는데, 높이 뛸 수 있는 말일수록 값이 비싸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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